공연리뷰단으로서 연극 변태를 보고 왔습니다.

공연리뷰단 글쓰기가 안되어 일단 관객리뷰게시판에 글을 남깁니다.

2012년 봄 공연 때 관람했던 연극 변태를 2년 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2시간 10분의 공연시간 동안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 몰입하여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고 더욱 업그레이드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만 18세 이상 관람가인 성인연극 변태에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문단에 등단하여 시집을 출간한 적이 있고

현재는 홍익3동에서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는 민효석,

대학 동아리에서 효석을 만나 연애 후 결혼에 이르렀고

현재는 초등학교에서 글쓰기를 지도하는 시간제 강사 한소영,

효석과 소영이 운영하는 도서대여점의 단골손님이고

현재는 효석에게 시 쓰는 법을 배우고 있는 정육점 사장 오동탁.

학력면에서는 효석과 소영은 대졸이지만 동탁은 고졸입니다.

반면에 경제력면에서는 효석과 소영은 밀린 월세에 전전긍긍하지만

동탁은 월수입 천만 원이 넘고 고급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극과 극에 위치하여 서로 대조되는 효석부부와 동탁간의 관계가

처음에는 원만한 듯 보이지만 극이 진행됨에 따라서

경제력면이 부각되면서 효석과 소영은 극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했듯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접촉하게 되는 다른 인간과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비교가 보다 나은 자신,

보다 강한 자신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동탁이란 존재가 소영에게는 기존의 틀을 깨어버리고

변태, 즉 변화를 갈망하는 영양분이 되어주지만

효석에게는 변태를 거부하고 자신의 껍질 속에

더욱 움츠러들게 만드는 해충이 되어버립니다.

연극 변태를 관람하면서 만약 내 앞에 동탁과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면

나는 효석과 소영, 둘 중 누구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대한 결과 역시 나의 몫이라 하겠습니다.

연극의 명장면은 움츠러들기만 하는 효석을 향해 소영이 젖가슴을 풀어헤치며

이리 와서 빨아먹고 힘내서 나가 싸워라고 독려 겸 독촉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동탁과 같은 강한 상대일지라도 힘차게 대들 수 있는 남자가 되어주길 염원하는

여인의 아련하고도 간절한 바람을 극적으로 연출한 장면이었습니다.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분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