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본 연극을 거칠게 분류해보면 세 부류 정도로 나눠질 것 같다.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해 극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객석을 박차고 나가게 만드는 연극, 애초에 가볍게 웃고 즐기다가 연극이 끝나면 미련 없이 ‘쿨’하게 헤어지는 연극, 현실도 현실이 아닌 것도 아닌 미지의 공간으로 나를 몰고 가 내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시차의 연극. 아쉽게도 지금까지 본 대부분의 연극은 첫 번째 경우였고, 몇몇 코미디 연극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으나 어쨌든 웃음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해 두 번째 경우에 포함되는데 성공했고, 열 번에 한 번 정도, 말하자면 1할의 타율로 세 번째 경우의 연극과 만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세 번째 연극의 경우 배우들은 분명히 ‘연기’를 하고 있지만 작품의 캐릭터와 배우의 개성, 허구의 인물과 실제배우 사이의 간극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무대와 객석 간의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정서적 거리를 지워버리는 연기를 한다.
예전에 들은 팟캐스트 방송에 따르면 배우와 인물이 혼연일체가 되는 메소드 연기가 연기의 정석은 아니며, 메소드 연기와는 다른 경향의 연기를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쨌든 연기적인 측면에 있어 내게는 이것이 연기(연극)이란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완전히 허구(로 느껴지거나)이거나 완전히 실제(로 느껴지거나)이거나. 중간은 저 배우가 무대에서 등장인물로 살고 있는 건지, 실제 자신으로 살고 있는 건지 묻게 만들어 연기에 대한 집중을 깨트린다. 각본의 경우에는 원작이 없는 경우 대부분 개연성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저런 사건을 수습하지 못하고 예정된 결말로 갑자기 치닫는 그런 전개. 이럴 경우 대단원에서 절정으로 치달아야 할 갈등과 갈등의 해소가 감정적으로 치기 어려 보이고, 논리적으로 억지스러워 보여 연극은 결국 연극에 머문다.마지막이 ‘연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재와 가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모든 연극이 리얼리즘 연극이어야 한다는 미학적 보수의 입장이 아니라 그것이 리얼리즘을 지향했든 모더니즘을 지향했든 완결성이 높아 그것의 미학적 지향점에 도달해내지 못하면 관객은 설득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극적’의 자리에는 판타지나 허구를 넣어도 상관없다. 연극이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든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든 연극은 ‘진짜(실재)’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핸드폰 전원을 종료하지 않거나 무음으로 바꿔놓지 않은 관객은 정말 ‘쓰레기’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경기장으로 난입한 팬의 경기장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엄격한 조치를 통해 ‘연극’이 진행 중인 ‘무대’에 대한 관객의 월권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하는데 그런 식의 조치를 취해줬으면 한다. 연극을 보면서 역사상 두 번의 폭력충동을 느꼈다(이 정도에 살인이라니... 살인은 훨씬 악한 이에게도 쉽게 시행돼선 안 된다,고 믿는다). 한 번은 푸치니의 토스카 공연에서 악마적인 스마트폰 불빛으로 무지의 폭력, 악의 일반성을 어김없이 드러냈던 싸구려 쓰레기 관객의 경우, 한 번은 창극 판소리에서 약 10초 이상 핸드폰 전화벨이 울리게 방관해(자기 핸드폰이 울리는지도 모르는 둔한 사람이었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살기가 느껴지는 [아이씨]에 겨우 진화되었던 핸드폰 전화벨 방화사건. 아직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를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런 경우에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분류법으로 처리가 되지 않는 연극을 만난다. 그야말로 ‘문제적’인 연극을 만난 것이다. 전통적인 연극의 방법론에 반기를 들고, ‘언어극’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문제의 연극, 제목부터 도발적인 ‘관객모독’. 원작자인 페터 한트케의 소설을 몇 권 읽어본 터라 명성이 자자한 희곡을 읽어보고 싶었고, 예전에 발간된 버전이 절판되는 바람에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된 덕분에 바로 사서 읽었다. 시집 정도의 얇은 분량(부피)이었지만 결코 짧은 시간 내에 소화할 수 있는 무게(밀도)가 아니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게 어려운 책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어렵지만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책과 어려워서 덮고 싶게 만드는 책.후자의 경우 내 독서공력이 모자란 데 비해 수준이 너무 높은 책을 골랐을 때가 이런 경우에 해당되기도 하지만 쉽게 풀어쓸 수 있는 것을 어렵게 쓰는 혹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가독성이 떨어질 때 책을 믿고 양보하려고 노력하려는 나이지만 뒤돌아설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에도 두 가지 케이스 정도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독특한 사유(사유의 방식)를 기반으로 쓰여 처음에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사유의 틀이 보이기 시작하면 매우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느낌으로 매우 조심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가야 하는 밀도 높은 문장(사유의 깊이)으로 쓰인 글인데 책을 읽는다기보다 문장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평소와 다르게 천천히 문장을 곱씹다 보면 평소에 맛볼 수 없었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경우이다. 관객모독의 경우 전자에 가까웠고, 저자의 47그룹 활동경력이나 다른 부분을 봤을 때 기존의 문학사/희곡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해박해야 이런 전복과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연극으로 꼭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운이 닿지 않았었는데 희곡을 본지 햇수로 2년 만에 연극을 보게 되어 희곡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느낌만은 어렴풋이 남아 있어 매우 재밌는 연극관람이 될 거라 기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배우들은 연기를 잘 했고, 각색을 통해 한국의 현실을 ‘욕’하는 대사들이나 연극 속의 연극을 통해 메타연극의 문법을 도입한 것이나 개인적으로 조금 과하게 느껴졌지만 오은 시인의 ‘말놀이 애드리브’ 못지않은 언어유희가 90분을 꽉꽉 채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체험은 연극 말미에 관객들에게 욕하기를 요구하면서 배우들이 객석으로 다가오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당시 대사나 느낌 등을 책에 적고 있던 나는 ‘너는 아까부터 뭘 적고 있어’하며 나를 쏘아붙이는 배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 사람이 연극에 완전히 몰입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모욕적인 언사를 내게 구사했고, 나는 모욕감을 느꼈다. 나는 제목처럼 모독당했다. 끝내 나는 욕을 돌려주지 못했다. ‘하일 히틀러(작가가 오스트리아 출신이어서 그런지 나치식 경례나 이런 게 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몇몇 정치적 요소를 포함한 욕, 원초적 욕이 머릿속에 맴돌았으나 배설되지 않았다. 연극이든 뭐든 어쨌든 욕을 먹었으니(그것도 좀 이상한 근거로) 욕을 돌려줄 만한 감정적 요건은 충족되었으나 이성적, 논리적 요건이 부족했다.욕을 먹어도 쌀 만한, 이를 테면 정치판 같은 무언가가 부족했던 것이다. 나는 욕을 아꼈다. 대신 모욕의 욕망을 잘 살폈다. 내 안에 분노와 냉소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향하고 있으며, 그것을 있게 만든 것은 누구이고 무엇인가. 그것을 멋지게 모욕하는 방법, 복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최근에 읽은 토마스 베른하르트와 페터 한트케 사이의 공통점이 있었다. 요즘 ‘돌직구’란 말로 통용되는 정확하고 정직한 비판. 과거 팟캐스트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한 말처럼 반체제, 반국가적 성향과 문학적 성취를 분리해서 봐야겠지만 문단사회 내에서 이런 돌직구의 역할은 문학적 성취에 뒤떨어지지 않게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 문단사회가 폐쇄적 사회다 보니 이런 일종의 내부고발자가 없으면 ‘그들만의 리그’로 타락할 위험성을 언제나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가 한 명 한 명은 비판적 지성과 양심의 소유자일지 몰라도 어쩔 수 없는 제도나 시스템의 부패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느낌, 처음이었다. 연기였는지 아니면 연극 관람한답시고 와서 종이에 메모나 하는 (나쁜 의미에서의) 평론가적인 모습이 눈에 거슬려 실제로 그런 감정이 있었는지 몰라도(당연히 뛰어난 연기력이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내게 그것은 진심으로 느껴졌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할 거 없이 간단하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현실과 가상의 혼동을 경험한다. 하지 못하는 사람은 둔감한 사람이거나 현대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짜냐 가짜냐 고루한 인식론의 문제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실재(the real)적이냐 그렇지 않냐 정신분석의 문제가 문제될 것이다. 아아, 이런 연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연극이 한국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좀 어려웠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관객의 참여에 따라 극의 이야기 진행이 바뀐다는 것도 새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형식의 공연에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거기다 배우분들도 너무 연기를 잘 해 주셔서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황금같은 주말에 연극 <관객모독>의 리뷰단에 선정되어 연극을 관람하고 왔습니다.이 연극에서 배우분들이 연기하는 장면중에 욕이 찰지다(?) 는 약간의 스포만 알고 갔는데요.연극의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이때까지 다른곳에서 볼수없었던 새로운 장르라는 느낌이랄까???무대만을 비추는 조명뿐만아니라 관객을 비추는 조명이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거 같구요.배우분들이 무대 앞까지 나와서 관객들의 눈 하나하나를 맞추시고 교감하려는 노력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네요.어떤 장면에서는 관객석에 내려와서 연기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관객들이 일어나서 같이 욕을 하며 극이 진행되기도 했구요ㅎㅎ 저는 일어나서 그때 같이 하지못한게 살짝 아쉽기도 ㅜㅜ언어유희가 나타나는 부분이 전체적으로 많았고, 대사와 행동이 따로 놀게끔 보이게하면서도 잘 맞아 떨어지게 설정해놓은 장치들이 매우 재밌었어요.배우분들이 대사를 외우는것도 힘드셨겠지만(대사양이 엄청나더라구요) 행동과 매치가 안되면서도 이어지는 부분들을 매끄럽게 보이게 하기가 쉽지 않으셨을꺼 같더라구요.제가 본 캐스팅이 뉴팀이라고 들었는데, 다들 연기를 잘하시더라구요. 좋았습니다.이 연극이 다른 연극처럼 줄거리나 스토리를 생각하고 가신다면 응? 할수도 있지만, 여타의 연극과는 다른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 보신다면 잘 맞을꺼 같아요.제가 본 연극중에 가장 관객참여를 주도하는 연극이기도 했습니다.연극을 보는 관점과 시야를 넓혀주었던..^^(p.s 다만 연극 후반부에 물을 맞을 수도 있으니 잘 피하시길..!)
18일 7시 뉴멤버들의 관객모독 보고왔어요!
배우님들의 멋진 연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네요!!
재미도 있었고, 나중에는 욕?을 하라고 하셔서 살짝 당황했어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극이었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공연에서는 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관객을 모독했고...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당신들 모독을 당했으니 당하지만 말고
나에게 욕을 해라 참여를 유도했어요!!
차마 욕은 할 수 없었지만.....
진짜 욕하시는 관객들이 있어서 살짝 당황도 했지만...
그 모습을 보며 많이 웃었네요!!
너무 재미있게 공연을 즐기다 왔어요!!
뉴멤버분들이 이렇게 잘하시는데
원년멤버분들은 어떻게 관객모독을 이끌어가실지 완전 궁금해졌어요!!!!!!
다음에 시간과 돈이 된다면!!!!!!!
원년멤버분들의 관객모독도 보고싶어요!!!
연극 볼 수 있는 기회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구요!!!!!
관객모독은 볼만한 연극이며, 그 분위기에 함께 어우르시면 더 재미있게 즐기다 오실수 있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참여 연극이에요!!!
완전 강추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관객모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벼르고 벼르던 일을 드디어 해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예전에 비하여 약해진 모습이 약간은 아쉬움을 주는 듯 하였다.
연극은 단지 4개의 의지만으로 시작된다.
다른 그 어떠한 소품도 없이 의자만 덩그라니 놓여있는 무대라.. 이 자체부터가 관객모독이 아닌가 싶다.
불이꺼졌다가 켜지며 들려오는 쉴새없는 시끄러운 혼잣말들이 뭉치며 정신없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불이켜지며 보여지는 배우들에게서 그 과도한 몸짓까지 더해지니 정신없음은 배로 불어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배우 한명 한명에게 빠져듬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정신없음 속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딱 정해져있는 역할이 없기에 내가 어떠한 연극을 보았다라고 정의하기 힘들기도 하다.
한가지 아쉬었던 점은 예전 오리지널 팀의 공연이라 더욱 기대를 하였거만 많이 실수를 저질렀던 대사의 씹힘에서 아쉬움보다는 불편함이 느껴졌으며, 그들의 나이가 듬에 따른 어눌해지는 대사표현과 연극이 아닌 화면에서 보여주던 모습에 익숙해졌을런지 발성과 발음에서 안타까움이 많이 느껴졌다.
머 다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이러한 일들을 자연스레 생각한다면(나이가 듬에 따라 그 배우의 궤적에 따라 약해지는 것이)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들어 당연스레 아쉬움을 보여야 할 배우였던 정재진 배우의 연기는 경이로움이었다.
결국 나에게 남은 한가지 이 연극을 오리지널팀으로 보라고 내세울 것은 이 정재진 배우가 아니었을까 싶다.
5년전 친구들과 그저 '봤다'는 기억밖에 없었던 관객모독.
감사하게도 플레이디비 이벤트에 당첨되어 다시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우들이 건내는 모든 말을 이해하려고 이 극이 주는 메세지는 무엇인지
무엇을 하려는건지 계속 생각하면서 보게 되면 참으로 어렵기만한 연극이 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그 순간순간을 받으들이고 웃기면 웃고 놀라면 놀랐습니다.
지금도 배우들이 던진 말의 대부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재밌고 유쾌한 극이었다는 감정은
남아있네요 ^^
물벼락 맞아도 웃으면서 나올 수 있는 관객모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