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최근순 l 추천순

여기는 집이 아니다

yadohy6***

2014.05.02

927

4월 23일 연우 소극장에서 '여기가 집이다'를 보고 왔습니다. 이전에 연우 소극장에서 '일곱집매'란 작품을 보았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명 깊게 본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줄거리는 제공된 것을 인용하겠습니다.

20년 전통의 갑자고시원, 그곳은 좀 특별하다. 주인의 뜻에 따라 방값도 다른 고시원의 절반이고 대신 규칙적인 점호와 나름 의식들도 있다. 이는 모두 사회로 무사귀환 하기 위해 잠시 이곳에 머무르는 것이라는 주인의 뜻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 새로운 주인인 20세 고등학생이 찾아온다.

이 새로운 집주인으로 등장한 20세 고등학생이 작품을 이끌고 가는 주동인물이자 문제적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대뜸 여기는 '집'이니까 돈을 안 내고 살아도 된다고 선언한다. 극단적이고 황당한 설정이지만 그런 만큼 관객을 설득시키기만 한다면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었다. 실상 동교의 유토피아 계획이 성공하냐 실패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교의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생각과 장씨 아저씨의 현실적인 생각이 부딪치면서, 그 과정 속에서 '집', 그리고 집이란 텅 빈 기표를 채우는 가족이라는 기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일단 이 갑자고시원 집의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장씨, 양씨, 최씨 그리고 영민. 장씨는 경찰공무원 출신이자 갑자고시텔의 큰 어른으로 다른 이들에게 충고이자 잔소리를 담당하는 꼰대 역할을 담당한다. 양씨는 장씨 아저씨 앞에서 그의 말을 잘 듣고 따르는 척하지만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장씨의 호박씨를 까고, 최씨는 항상 술에 취해 있으며, 영민은 공무원 시험 등급을 낮췄다. 장씨와 최씨의 경우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가족과의 불화로 인해, 즉 가정 해체로 인해,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지만 그 일을 꼬박꼬박 나가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양씨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꾸면서 공무원 시험준비는 안 하고 영화보는 데 열중인 영민은 경제적 이유로 고시텔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아들과 절연을 선언한 장 씨의 경우와 항상 술에 절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결정적 계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최 씨, 백수 영민의 경우 고시텔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 쉽게 동의할 수 있었지만 양 씨의 경우 중반부터 등장하는 양 씨의 부인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시텔에 사는 이유는 가족과의 불화이거나 경제적인 이유 때문일 텐데 양 씨의 경우 부인과의 금실이 매우 좋아 보였고, 부인이 시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양 씨는 돈을 최소한으로 벌면서 살고 싶어서, 일을 제대로 나가지 않으면 집에서 눈치 보여서 갑자고시텔에 살고 있다는 추리가 나오는데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자잘한 부분이니까 넘겨도 무방하다.

문제는 이 갑자고시텔에 떨어진 동규의 기행이다. 앞에서 언급했든 그는 할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갑자고시텔에 와 '여기가 집이다', '나는 가장이다' 다짜고짜 선언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돈을 안 내도 된다고 제안하기까지 한다. 엄마와 아빠는 따로 살고 있고, 외국생활을 오래 했으며, 통장에 잔고가 억 단위로 있고,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갑자고시텔의 새주인이 된 동교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오랫 동안 가족의 울타리 없이 살아와서 DNA를 공유하고 있는 생물학적 의미의 가족이 아닌 같은 지붕 아래 살고, 밥 먹고, 잠 자는 사회적 의미의 가족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이 있어 그 그리움이 외국 생활을 통해 형성된 자유분방한 성격과 결합해 이런 기행이 가능했다? 이 설정까진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 뒤로 나오는 동교의 대사가 앞서 만들어놓은 동교의 이미지를 계속 파괴하는 식으로 작동했다.

'같이 사는 거, 같이 밥 먹는 거' 이게 진짜 가족이라고, '여자라는 거, 남자라는 거'(양 씨 부인이 고시텔에 같이 살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런 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하며 몽상가적 면모를 보여주는데 막판에 장 씨 아저씨와의 갈등이 절정에 이를 때 터져나오는 '씨발'이 정서를 때리지 못하고 상스럽게 들렸던 건 '가난에 가장 큰 적은 정'이라고 말하는 장 씨 아저씨의 현실감각에 비해 동교의 기행이 진정한 의미에서 어른이 덜 된 아이의 치기로 느껴져 극적 긴장감을 이루는 데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교의 '여기가 집이다'란 선언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타인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연결되면서 가족의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의 결과로 나타났다기보다 돈 많은 아이의 장난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물리적 토대가 되는 곳, 여기라서 집이 아니라 여기가 집이니까, 집주인이 그렇게 선언했으니까 경제적인 것도 해결해주고 다 해결해줄 테니까 이제부터 '가족놀이' 하는 거다, 그래서 여기가 그 놀이의 장인 집이다, 이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애초에 억 단위의 잔고를 갖고 있는 고등학생이 고시텔에 살고 있는 이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설정이 내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와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동교가 후반부에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있는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는 게 제시되는 반면 전체적으로 낭만성에 도취되어 현실감각이 없는, 치기 어린 인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고시텔이란 공간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의미가 남다르고,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거의 밑바닥에 가까운 '현실'의 인물들을 데려놓다 보니 동교의 기행이 설득되기 힘든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동교의 기행이 실패로 끝났더라면 좀 더 현실성을 갖게 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생겼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연극은 마술의 현장으로 바뀐다. 영민을 기다리다 지친 여자친구도, 죽을 병에 걸려 마지막 말을 전하러 온 최씨 부인도 '집'이라고 선언된 갑자고시텔에 일단 입성하고 나니 '가족'들의 복작복작되는 사람냄새에 취해 갈등이 눈 녹듯 사라진다. 연극의 인물들이 20-30대가 아니라 영민을 제외하면 배우자가 있고, 자식까지 있는 장년층으로 설정하다 보니 20-30대 청춘의 비애나 청년실업 같은 사회문제를 다루기보다 해체된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가족해체란 만만치 않은 문제가 '여기가 집', '우리는 가족' 두 마디에 마법처럼 해소되는 결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실망스러웠다.

장씨 아저씨의 죽음도 결국 아들과 화해하지 못하고, 새로운 가족에 편입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고 한다면, '여기가 집이다'가 모든 문제는 '가족'이면 해결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기대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이는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살잖아요' 같은 동교의 대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분명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서로 도와가며 사는 끈끈한 삶이 가치 있지만 이런 가족적 온정주의에 호소하는 해결방식이 조금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졌다. 연극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어떤 해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현실을 다루고 있는 연극이 현실을 '현실적'으로 다루지 못하면 관객을 설득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지점, 매력이 있는 연극이었다. 양 씨 아저씨의 부인 역의 김지혜 씨의 연기가 맛갈나고 좋았다. 고시텔이란 폐쇠적 공동체를 열린 가족으로 만들기 위한 윤활유 역할을 부여받은 것 같아 고시텔을 '시장바닥'처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조금 과해 보이긴 했지만 한편으로 저런 이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좋았다.

최 씨 아저씨가 지은 '여기가 집이다' 시도 좋았다. 이 시에 나온 대로, 그러니까 '궁싯거리고 보잘 것 없는' '지금 잠시 잠깐 견대야 하는' '그저 눈인사 정도로' '적의를 가지지 않을 정도로' 같은 공간에 살지만 연대가 없는, 파편화된 원자들의 단체생활을,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의 고시텔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 같은 것을 좀 더 현실적으로 다뤘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결국 이 연극이 내게 아쉬웠던 건 고시텔이란 무대공간의 정체성 자체가 확립되지 못했고, 그 계급적, 계층적 문제가 집약된 공간을 가족이라기보다 가족주의에 가까운 이데올로기에 기대 마법적인 방식으로(경제적 문제가 갑자기 해소되는) 해소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꽤 커서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글을 쓴 게 아닌가 생각되지만 솔직한 감상평이라 생각되어 이렇게 글을 맺는다.

여기가 집이다

pydc***

2014.04.26

640

여기가집이다.

bb1***

2014.04.24

630

연극<여기가 집이다> 가끔은 현실을 잊게 하는 알..(1)

sta***

2014.04.23

758

제목: 연극 <여기가 집이다>

관람일시: 2014.04.23

관람장소: 대학로 연우소극장

출연배우: 김세동,박무영 님외..

2013년 국내 각종 연극상을 휩쓴, 화제의 연극<여기가 집이다>를 보기 위해 휘과장은 오랫만에 연우소극장을 찾는다. 혜화동 파출소를 끼고 들어가는 골목에 위치한 연우소극장… 대학때는 그렇게 뻔질나게 들나 들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연극<여기가 집이다>는 집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집이란 물리적인 형태의 집을 말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 가족이라고 불리울 만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갑자고시원’ 은 ‘집’이다. 고시원의 주인, 할배가 살아있을 때의 고시원은 가부장적 ‘집’의 전형이다. 위계질서가 뚜렸하다. 담배도 밖에서 피워야 하고 정해진 곳에서만 식사를 해야 한다. 마치 군대같은 분위기다.먹여 살리는 강력한 아버지가 있기에 집은 큰 문제 없이 굴러간다. 하지만 억울려 있을 뿐, 서로에 대한 불만은 커져간다. 보라! 앞에서는 칭찬을 하지만 뒤에서는 욕을 하는 각 방 남자들을…

사실, 연극은 할아버지의 부재로부터 시작된다. 잘 굴러가던 갑자고시원이었는데 버팀목, 할아버지가 없어지자 ‘집’은 난파된 조난선의 그 모습이 된다. 생기를 잃은 어둠컴컴한 집 구석에 외국물 먹은 할아버지의 손자가 찾아오면서 연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연극<여기가 집이다> 사랑은 참으로 버리는 것?

손자는 어디서 났는지 큰 돈을 가지고 이제 부터는 돈 걱정하지 말라 한다. 아니 집안 일을 조금만 거들어도 월에 180만원을 준다 한다. 노숙자들과 다름 없는 고시원 입주자들은 손자의 말에 ‘긴가민가’ 한다. 믿겨지지 않아 왜 이러냐고 물으니 ‘그냥 사랑한덴다’ ‘이유없이 사랑하고 이유없이 주고 싶다’ 고 그런다.

왠지 이제 20살이 된 손자 모습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외친 ‘예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서일까 손자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항상 웃고 있고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성철스님이나 할 만한 ‘선문답’을 던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연극<여기가 집이다> 현실서 갑자고시원이 있을 수 있을까?

이렇게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고시원 사람들은 손자의 모습에 조금씩 적응을 해 나간다. 예전 강력한 아버지(할배) 아래에서는 꺼내 놓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제서야 고시원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해가 피워오르자 없던 사랑도 솟구치고 고시원은 행복이 넘친다.

우리가 살 곳은 고시원이 아니야!

하지만 행복한 ‘갑자고시원’이 싫은 한 사람이 있다. 주인 할배의 추종자, 장씨다. 장씨는 왠지 천국이 되어가는 고시원이 불안하다. 현실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아내의 죽음, 엇나간 아들…지극이 이성적이며 현실적인 된 장씨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고시원은 당신들의 집이 아니며 그대들은 집에 돌아갈 수 없는 패배자’ 라고…

장씨, 그는 네오였다.

험난한 현실과 맞닥드리기 위해 세상을 향해 나아 가는 장씨…우습게도 그런 장씨의 뒷모습에서 휘과장의 영화<매트릭스>의 네오를 떠올린다. 알약을 먹으면 현실과 같은 환상속에서 안락하게 살 수 있지만 치열한 그리고 고독한 현실을 향해 걸어가던 그 네오를 말이다. 물론 영화속 네오는 엄청 멋지지만 장씨는 그렇지 않다…ㅡ.ㅡ;;

연극<여기가 집이다> 가끔은 현실을 잊게 하는 알약을 먹고 싶다

연극을 보며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네오’ 나 ‘장씨’ 가 될 필요는 없지 않나?’ 하고…’이렇게 한국이라는 땅에서 살아내기가 힘든 데, 달콤한 꿈에 젖어 잠시라고 행복을 맞보면 안되는 거냐고’ 스스로게 물어본다.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 아직도 진도 앞바다, ‘세월호’ 로부터는 희소식이 없다. 장씨가 꾸었던 꿈처럼,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꿈이길 휘과장은 바라고 싶다. 정말…

연극<여기가 집이다> 최고의 배우, 최고의 앙상블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이지 나무랄 데 없다. 특히 양씨 내외의 연기는 가히 ‘신공’이라 부를 만하다. 앙상블도 끝내주고 대사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연극적 재미 때문에 양씨 부부의 비중이 꽤나 높아, 휘과장이 좋아하는 배우 김세동님의 ‘장씨’가 그다지 두드러지 않은 것이 서운하다면 서운한 부분이다.

최씨역을 맡은 김충근님은 정말 노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싱크 100%. 더불어 그의 처로 나오는 박무영님은 목소리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가늘게 떨리는 ‘손’연기가 일품이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강력한 인상을 남긴 영민애인역의 김정민도 기억에 남는다. 싸다구 때리는 장면이 너무나도 리얼하고 섹시해서 왠지 메조히스트 같지만 한 대 맞아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훌륭한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은 언제나 상쾌하다.

…2014. 4. 23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	\|	2014.04.23
연극<여기가 집이다> 리뷰…이해와 공감이 있는 곳, 여기가 집이다.

연극<여기가 집이다> 리뷰…이해와 공감이 있는 ..

pat***

2014.04.20

920

연극<여기가 집이다> 리뷰…이해와 공감이 있는 곳, 여기가 집이다.

(사진=연합뉴스)

연극<여기가 집이다> 고시원도 집이 될 수 있다.

연극<여기가 집이다>는 집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집이란 물리적인 형태의 집을 말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 가족이라고 불리울 만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갑자고시원’ 은 ‘집’이다. 고시원의 주인, 할배가 살아있을 때의 고시원은 가부장적 ‘집’의 전형이다. 위계질서가 뚜렸하다. 담배도 밖에서 피워야 하고 정해진 곳에서만 식사를 해야 한다. 마치 군대같은 분위기다.

먹여 살리는 강력한 아버지가 있기에 집은 큰 문제 없이 굴러간다. 하지만 억울려 있을 뿐, 서로에 대한 불만은 커져간다. 보라! 앞에서는 칭찬을 하지만 뒤에서는 욕을 하는 각 방 남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