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블랙박스
부재 : 추락을 겪어야 알 수 있는 진실
기간 : 2014.06.06 ~ 2014.06.29
출연 : 이창직, 최광덕, 곽현석, 곽정화
극작 : 김경주 / 연출 : 유영봉
주최/기획 : 한강 아트컴퍼니
오늘 리뷰를 남길 연극은 '블랙박스'입니다.
실제 줄거리 상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플레이디비 리뷰단을 신청하여 이번에도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만에 감사의 인사! '플레이디비' 감사합니다! 꾸벅!
자 그러면 리뷰를 본격적으로... 그러나 이번 리뷰는 작성하려니 많이 어렵습니다 ㅠㅠ
기본적으로 우선 줄거리와 작가의도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줄거리>
2065년. 이 이야기는 비행기가 이륙한 뒤, 밤 열한 시부터 자정까지, 구름 속에 머무는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다. 이륙과 동시에 조종실에서는 구름 속에서 하나의 불빛을 발견하는데, 관제탑에서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비행기는 그 불빛을 따라간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무도 본 적 없고, 아무도 볼 수 없는 기묘한 구름 속을 헤맬 뿐이다.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서 한 시간 동안, 하지만 지상의 시간으로는 무려 이틀 동안이나 실종된 채 활공을 반복하고 있다. 미아가 되어 버린 비행기는 마치 구름의 꿈 속에 들어온 것처럼, 이상한 새의 몸 안에 들어온 것처럼, 우리가 해독할 수 없는 시차 속에서 멀미를 한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허공과 언어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기묘한 섬에 도착한 듯 이야기의 시차는 천천히 깊어 간다.
실제 이 줄거리를 몇 번을 읽고 관람을 하였지만 솔직히 100%이해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요즘 남들이 얘기하는 '어려운 연극'을 많이 보고 있지만 가장 어려웠다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홍이의 리뷰 + 개인적인 생각 들어갑니다.
1. 전체적인 이야기
- 줄거리 대로 이 연극은 기내극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등장인물은 승객 2명과 여승무원 1명입니다. 어딘가로 떠나가는 이 두 사람을 또 어딘가로 보내주고 있는 '그 분'. 정확히 파악했는지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 1명은 배 기관실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남자입니다. 한 노인은 언어학자이구요.
- 이 두사람은 계속적으로 논쟁을 벌입니다. 그 논쟁이라는 것이 사실 유치한 말장난으로 보일수도 있고 굉장히 철학적인 논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대사가 쏟아져서 기억에 남아있는게 없지만 그나마 하나 기억나는 것은 담배를 피우려는 젊은이에게 언어학자는 '난 너에게 불필요한 사람이야 지금' 이라고 합니다. 대사는 늘 이런식입니다. 어찌보면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처음에는 '뭐야 이거' 라고 듣고 있었는데 계속 듣다보면 이런 대화들이 그저 우리네 삶의 이야기들 같아 듣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 기내를 표현하는 다양한 장치들은 신선합니다. 기내방송이나 난기류에 흔들림 등이 기내극이라는 것에 꽤나 몰입하게 해줄 것입니다.
2. 개인적인 생각들
- 이 연극은 대사량이 상당합니다. 이 부분이 몰입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TV 자막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더 괴로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가급적 예능 자막을 읽지 않고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듣고 생각하려 하는 1人. TV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가는 사회를 어떻게든 저항하려함 ㅠㅠ) 라디오를 많이 듣고 들려오는 거에서 판단하고 느끼는 저조차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역시나 같이 동행한 친구도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대화 속에서 그 어떤 의미를 찾아보려 했으나 참.... 어렵습니다.
- 결국 이 비행기는 추락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비행기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주인공은 죽음을 어떻게 대하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듣다보면 이 모든 상황이 기관사 출신 젊은이의 내면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랙박스라는 것이 항공기 운항기록이 담긴 것인 만큼 이 젊은이(미하일)의 기록을 우리가 보는 것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기록을 해독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통상 운항기록은 분석하는데 1개월 이상이 걸리는데(사실 일부 국가만 해독이 가능) 우리가 그 미하일의 삶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거와 비슷하단 느낌입니다. 다만 항공기 기장등의 대화내용의 경우 우리나라도 하루이틀이면 분석이 가능하기에 그 음성들은 관객들에게도 쉽게 들려오는 것이지요.
블랙박스라는 것은 누군가의 죽음의 기록입니다. 죽음을 겪어야지만(추락해야만) 보게 되는 기록이고, 그 기록들을 분석하다보면 죽음을 향해가고 있는 기록인 것이고 그 기록은 이것저것 다양한 상황이 마구 복잡하게 섞여 있는 것일 겁니다.
<결국 블랙박스는 우리가 100% 이해하는게 어려운 것이라는 자기만족중인 홍이 입니다..ㅠㅠ>
- 승무원이 중간중간 납치범 등의 행동을 하며 깜짝깜짝 놀래키는 게 사실 되게 쌩뚱맞아야 하는데 이 두사람의 대화로 지친 관객들을 다시 집중시켜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힘들때마다 활력소로 등장해주니 오히려 나중에는 기다려지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 중간에 조금 역한 장면이 있습니다. 놀래지 마세요~
- 극 자체는 속도감이 넘칩니다.(대사가 많으니) 그 속도감 넘치는 대사를 배우들은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특히 '이창직'씨에 감동감동!!!! 베테랑 배우가 왜 연극에 필요한 지 여실히 느끼게 해줍니다.
- 결국 이 연극은 관객 스스로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불편한 연극'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늘 정답이 있고 뻔한 결말을 가지며 그저 관객은 보기만 하면 되는 연극들은 재미없지 않을까요. 대학로라는 곳은 실험정신이 넘쳐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배철수씨가 한 예능에 나와서 요즘 젊은이들은 팝송을 너무 안 듣는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맞습니다. 과거 80~90년대에는 다양한 음악들을 듣고 소비하며 학창시절을 보냈었습니다. 다양한 영화들을 스스로 찾아다니며 접하는 '씨네마키드'들이 넘쳐났구요.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더 잘 알기위해 많은 책들을 읽어가며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오히려 조선시대와 같은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늘 똑같은 음악과 늘 똑같은 영화, 도전은 객기로 치부되고 내가 이해안되고 좋지 않으면, 나쁘고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는 흑백논리가 시대에 맞지 않게 사회 깊숙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모든 공연예술을 재미있다와 재미없다, 좋다와 나쁘다로 표현하는 사람들. 다양한 것을 접해보지 않았기에 모르는 것일수도 있지만 알려하지 않는 사람들.
결국 이 연극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팜플렛에는 '기존의 관습적 패러다임을 허문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연극은 우리가 흔히 보던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연극과는 장르적으로도 다르지만 표현자체도 굉장히 다릅니다.
3. 종합적인 의견
결국 어렵습니다. 솔직히 연극을 단순히 즐기는 친구들에게는 쉽게 추천하지 않을 듯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연극들을 보면서 연극의 매력에 빠지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드립니다. 보고나서 10분은 약간 힘들고 불쾌할 수도 있지만 곱씹어 생각하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되새김질 해보면 매력적인 연극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공연이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하기에.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연극 '블랙박스' 였습니다.
비행기의 블랙박스라는 소재가 독특하고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공간에 펼쳐지는 웃음코드가 좋았습니다.^^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