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하면서 솔직히 걱정했다. 무대 소재상 배우들이 먼지를 많이 드시겠구나 하면서...
공연은 한마디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하시는 젊은 배우분들의 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석전이 뭔지도 몰랐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새로 알게 되었고 극장 로비에도 나름 성의있는 배경 소개와 역사 인식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어 공연 외적으로도 성의가 느껴졌다.
후반부가 약간 늘어지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웠고 석전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좀 더 차별화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석전. 제목이 낯설고 어려워 석전 두 글자에 대한 정보만 갖고 만난 무대의 모습은 더욱 낯설었다. 높 낮이가 다른 무대를 온통 짚으로 덮은 무대, 휘장처럼 세워진 창호지 위에 쓰인 글들은 다소, 비장하다.
불이 꺼지고, 꾀죄죄한 한복을 입고 등장한 석전꾼 목하가 관객과 무대 사이를 좁혀 놓으면연극이 시작된다. 석전꾼 김치수, 목하, 만식은 상대편과 한바탕 석전을 벌이며 돌팔매질에 신나는데, 시원하게 날아가는 돌팔매 소리는 그림이 된다.
의미없는 석전에 매달리던 치수 패거리는 만식의 연인 기하나와 함께 우연히 가방 하나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게 되고 연해주형 기차를 탄다. 그리고 운명의 수레바퀴는 치수 패거리를 한낱 한량패거리에서 항일 투쟁하는 민족 투사로 만든다.
연극의 재미는 여기서부터다. 물론 연극이 김치수 패거리가 석전 건달패에서 민족투사가 되는 성장기를 담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자의와 상관없이 민족투사가 된 김치수 패거리의 삶은 아이러니와 역설로 다가온다. 블랙코미디가 된다.
일본 치하라는 참담했던 시대는 김치수 패거리가 마냥 돌팔매를 즐기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한일합병은 결국 그들에게 흥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돌을 들게 만든다. 그리고 일본인 관리 행세를 하는 조선인과 조선인을 기만한 또 다른 조선인은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의문의 총성으로 시작한 연극은 이유있는 총성으로 끝이 난다. 역사가 심판하지 못했던 일을, 호놀룰루로 팔려간 기하나가 심판한다. 연극이 유의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쩌면 김치수 패거리의 돌팔매질은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의 돌팔매질이 일제 시대를 넘어 이 시대를 향하고 있을지도.
연극의 특성을 잘 살린 참 좋은 창작극입니다.
의외로 코믹한 장면들도 많아서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 역사적 소재를 통한 스토리가 적당한 무게감을 실어줘서 정말 재밌게 잘 보고 왔습니다.
역사적 소재는 지금 '우리'를 다시 보게 만들어서 낯설지 않고 되레 공감음을 불러일으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남는 게 참 많은 작품입니다. 좋은 공연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는 봤나? 연극 "석전"
처음엔 제목만 보고 되게 심오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진짜 진지하게 다짐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진지하게 다짐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듯 연극 "석전" 은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다.
공연을 하는 정보소극장도 다른 소극장과 같이 무대크기는 비슷한 것 같은데 관객석은 더 옹기종기 모여있어 그런지 더 아담하게 느껴졌다.
이 연극은 "石" 자를 사용한 것으로 내용도 돌을 가지고 했던 놀이에 관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의 아픈 기억이자 우리들이 평생 기억해야할 "일제강점기" 에 관한 내용들도 나온다.
그래서 나는 연극 '석전'을 즐거우면서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극에서 일제강점기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지만 이 작품을 통해 나와 같은 20대들이,
나보다 더 어린 학생들이 우리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더 가지게 되고 역사를 더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