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멈춰서서 바닥을 응시한다.

바닥,

바닥까지 추락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물론 추측만 할 뿐이다.

그리고 추측마저 불가능한 지점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본 속 인물들은 어떻게든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각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무대에서 표현해볼 수 있겠는데,

현실에 존재했던, 혹은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 보려니,

여러 가지 추측들은 난무하지만 막상,

그들의 삶은 이랬습니다!

라고 자신있게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싶다.

거기에 배우가 은밀하게 숨겨두고 싶었을 것 같은 내밀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니,

낯선 관객으로서 행여나 누가 될까 애써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들의 소개가 끝나고 난 뒤,

배우들은 각자가 맡은 그들이 되어

겉으론 내색하지 않는, 아니 않았을 것 같은 그들의 일상을 재현했고,

빠르게, 빠르게, 반복했다.

그렇게 조금 지루해지려고 할 때쯤,

갑자기 모든 배우들이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모든 소리가 겹쳐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지만,

사실 듣지 않아도 그들의 몸짓이 표정이 다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걸 토해내고 쓰러진 이들은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했고,

속옷만 입은 채로 춤 같은 것을 추기 시작했다.

자유로우면서도, 처음 혹은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라 어색하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은 점점 자연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고,

춤이 끝나고 옷을 다시 입은 그들은 같은 듯 보이면서도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이 남긴 그들에 대한 짧은 메시지들.

나한테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지금의 세상이 이런대도 당신은 정말로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