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명: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일시: 2017.02.05.오후 3시

하아.... 조씨고아를 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ㅋㅋㅋ 한달 전에 설연휴 할인으로 예매해놓고 기다렸는데 그 날 서울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못봤거든요 ㅠㅠ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그런데 표는 다 매진이라 다시 구하기도 힘들고.. 하지만 보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하루에 인터파크 몇십번씩 들어가서 눌러보다가 기적처럼 1층 자리를 얻어냈습니다!!!!!!!!!! ㅋㅋ

사이드 제일 끝이었지만 객석이 일자가 아니라 각져있어서 엄청 잘보였어요!! >_<

프로그램북은 잘 안사는 편인데, 이건 꼭 사야할 것 같아서 샀구요 ㅎㅎ

밑에 후기 적으면서 중간중간 프로그램북 내용도 인용해보겠습니다!

사실 이 공연에 대해선 전혀 몰랐는데, 우연히 페이스북을 보다가 재연 소식에 달린 댓글들이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이번엔 놓치지 말자", "재연한데, 대박사건!", "이건 꼭 봐야된다, 진짜!!" 등등의 댓글들을 보고, 아 이건 지난번 명동예술극장에서 본 갈매기처럼 조기매진 각이구나..ㅋㅋ 꼭 봐야겠구나.. 싶어서 뭣도 모르고 예매부터 했지요ㅎㅎ

중국 이야기라길래 역사적 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봐도 이해가될까 싶기도 하고. 게다가 희곡이라기에 조금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전에 갈매기를 볼 때도 그랬듯이 고전은 원작을 읽고가야 그나마 이해가 좀 되더라구요~~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검색을 했는데 책이 있더군요!!! 하지만 보존서고 도서라서 당장 빌릴수가 없었어요 ㅠㅠ 공연은 일요일인데 발견한건 금요일이었기때문에 과감히 읽는건 포기..ㅋㅋ 그렇게 걱정반 기대반으로 명동예술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어렵게 구한 표였는데 정말 퍼팩트하게도 이 날이 예술가와의 대화가 있는 날이었어요!!

But.. 겨우 구한 표라서 저는 혜화로 이미 예매해둔 다른 공연을 보러 가야해서... 조씨고아를 보고 뛰쳐나가야했기에 이또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ㅋㅋㅋ 정말 속상했지만, 티켓팅 창구에서 현장 취소표를 기다리는 분을 보며 표구한게 어디냐 라는 맘으로 위로를 했네요ㅠㅠ

캐스팅 보드는 따로 없고 조순역만 더블캐스팅이기 때문에 저렇게 조순역 배우님만 나와있었어요~~ 그래서 전 조순이 주인공인가 싶었는데 극을 보고나니 정영이 극을 거의 이끌어 가고, 커튼콜 때도 마지막에 나오시더라구요~ 그래서 왜 조순역만 더블캐스팅인지는 아직도 궁금해요! (아시는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ㅎㅎ)

이제부터 쓸 후기에는 약간의 스포가 포함 되어있습니다!

스포 당하기를 꺼려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D

.

.

.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어렵게 표구한 보람이 백번만번 있었다는겁니다!!

왠만하면 공연 보기 전에 정보를 많이 찾아보진 않는 편이라서 공연 이미지만 보고는 굉장히 무거운 극일줄 알았는데 1막 시작과 동시에 약간 경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나와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 ㅎㅎ

그러다가 "아, 이거 희곡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현대극과는 다른 대사와 화법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극이 전개되면서 점점 스토리에 빠져들었고, 1막 마무리에서는.. 대의를 위해 본인의 아이를 희생시킨 정영과 그의 아내를 보며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휴지를 챙겨가길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요.. 1막 끝나고 인터미션 때 눈이 시뻘게 져서 나가는 관객들을 보면서 '그래, 나만 그런게 아니였어..' 생각했네요 ㅋㅋ

사전지식 없이 보고가도 이해가 될까 걱정했던 부분이 무색할 정도로 전혀 모르고 가서 보는 사람도 내용뿐 아니라 담겨있는 메세지가 이해가 가는 아주 친절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막에서 살짝 놓친 부분들을 2막 시작 때 정영이 조씨고아에게 그림을 보며 설명하는 장면에서 정리가 되는 기분! 보통 극에서 대사로서 모든걸 표현하는걸 꺼려하는 저이지만 이 극에 있어서는 필요했던 장면이고, 위와같은 이유로 더 좋은 효과를 낸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도안고가 정영의 아들 머리를 세 번 찍은 것과공손저구가 돌에 머리를 세 번 찍은 것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정영의 대사에서 그부분을 듣고 또 한번 그 의미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2막 시작 때 20년이 흐르고 난 후라는 점과 정영이 얼굴에 분칠을 하는 것도 인상깊었구요! (프로그램북을 보니 이제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네요!)

그리고 극을 보다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요!

사람이 죽으면 그 상징으로 아래 포토존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묵자가 검은 부채를 펼치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 같았는데, 제가 캐치한 것이 맞다면 정영 아기와, 정영 아내가 죽을 땐 묵자의 검은 부채가 등장하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한 의미가 궁금했어요~ㅎ

예술가과의 대화에 참여했더라면 물어볼 수 있었을텐데 이것도 넘나 아쉬운 것 ㅠㅠㅠㅠㅠ 저 혼자 추측해보니 마지막에 정영이 그의 아내에겐 용서받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서 정영에게 있어 다른 인물들과 그의 아내와 아이는 다른 의미의 죽음이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이것도 누가 알면 저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 ㅋㅋㅋㅋㅋ)

피를 빨간 천으로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각 막에서 천장에 달려있는 무대 소품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것들이 씬이 전개되는 동안 차례차례 내려오는데 다음 소품은 무엇을 의미할까, 언제 사용되는걸까 하는 궁금증을 자극했거든요~ (맨 아래 커튼콜 사진보시면 보일거에요!)

프로그램북의 내용을 빌리자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소품들은 이야기 자체이며 연기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지고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난 텅 빈 무대는 복수의 끝에 다가오는 허망함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와우@ 저는 제가 캐치하지 못한 점을 깨달았을 때 왜이리 기쁜지!ㅋㅋ)

무대가 화려하지 않고 딱히 전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말 극 자체에 모자람을 못느꼈는데요~

이는 프로그램북의 제작스케치 부분에 '가장 천진하고 간결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정적인 공간을 무한대로 변형시키는 것이 무대공간의 매력일 것이다.' 라는 말을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커튼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한 것도 좋았고, 특히 엔딩때 인물들이 한 막에 한 명씩 나오는 부분 너무 좋았습니다!! 바닥 무대를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말이죠^^

조씨고아에서 내세우는 대사로 '모두 인성을 논하지만 나는 도덕을 말하고 싶다' 가 대표적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씨고아가 이런 일이 있었다는걸 믿을 수 없다고 했을 때 정영이 "믿을 수 없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마지막 씬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구요!! ㅠㅠ 하얀 나비와 함께 등장해 묵자가 이야기한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은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메세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말이 아닌가싶네요~

정말 모든 배우님들 한분한분 기억에 다 남고, 특히 정영역의 하성광 배우님의 연기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북을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요, 2015년 공연 당시 마지막 공연을 며칠 안 남겨둔 상황에서 공손저구역을 맡으시던 임홍식 배우님께서 하늘 나라로 가시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더라구요.. 이에 고선웅 연출님께서 조씨고아로 받은 상금을 쾌척해 '임홍식 배우상' 도 만들었다네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

덧붙여 프로그램북이 실린 인터뷰 내용에서 고선웅 연출님이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하시면서, 도안고가 간언했을 때 영공이 조금만 지혜로운 생각을 했더라면 참화가 없었을 것이고 그 판단으로 인해 누군가는 인생이 황폐해지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는데 지금 우리의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가 혼란에 빠진 것도 마찬가지라고 하신 부분과 / 하성광 배우님이 조씨고아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정영의 자식 생각이 얼마나 났겠냐며 세월호 이야기를 하시며 지금 이 시대를 견디고 있는 수천 명의 정영들이 있다, 조씨고아는 연극이니까 '복수'라도 할 수 있다라고 하신 부분. 굉장히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예술가와의 대화를 놓쳐서 아쉬웠던 저에게 프로그램북을 구입한건 신의 한수 였던 것 같아요 ㅎㅎㅎ 더불어 제가 본 조씨고아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한국의 조씨고아가 다른 조씨고와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왜이렇게 극찬받는지, 다른 조씨고아는 어떻게 만들었을지 보고 비교도 해보고 싶고 궁금해지더군요~~ 다른 공연을 볼 순 없지만 책이라도 읽어보려고 도서관에 신청 대기중이랍니다!ㅎ

조씨고아라는 작품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우리나라 공연계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 뿌듯하네요^^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

* 블로그 후기 원문

http://naver.me/GXcWeN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