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추리소설 작가이자 전형적인 영국 귀족 앤드류와 그의 아내의 애인이면서 가난한 무명 연극 배우인 유태인 마일로. 이렇게 단 두 명의 남자가 출연하는 데요.



자신의 아내인 마가렛의 애인은 마일로를 집으로 초대한 앤드류.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이미 정상이 아닌 두 남자는 극한의 감정 대립을 일으킵니다. 그러다 앤드류가 제안한 도둑 게임으로 잠시간 마음을 모으는 것처럼 보이는 데요, 이는 앤드류의 작전으로 곧 마일로는 그 집에서 살기 위해 뛰쳐나옵니다. 며칠 뒤 앤드류의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은 앤드류를 마일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가고 극한으로 몰린 앤드류는 자신의 은밀한 비밀을 얼결에 내뱉고 마는 데요.



영화와 결말이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초연된 작품과 결말이 같은 거겠죠? 그렇다면 좀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있기는 한데요. 개막 이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연신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고 저도 양도를 받아서 다녀왔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음, 잘 보고 있다가 결말 부분에서 엄청 당황한 작품이었어요. 결말을 뜯어고쳐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물씬 들었습니다.



인간의 깊은 심연, 어둠, 본성 등이 드러나는 대화와 행동, 한 여자 아니 어쩌면 두 여자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살짝 살짝 중간에 등장하는 아재개그가 분위기를 조금 희석시켜주고는 있지만 여하튼 전체적으로 불안감이 감도는 느낌의 연극이예요. 그리고 연극 거의 끝부분까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됩니다. 그런데 마지막, 마일로가 앤드류에게 진지하게 내가 왜 돌아왔냐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부터 이 분위기는 산산조각납니다. 물론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닌데,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고 해야할까요?



살면서 1차적인 내용 이해는 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해자체가 안 되니 끝에 가서 발란스가 뭉개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저의 이 편협하고 좁은 지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데, 나올 수 있는 대화예요. 물론 나올 수 있는 대화입니다! 그런데 그 대화가 참, 뜬금없이 느껴지더라구요. 1막과 2막 끝에 등장하는 총소리는 참으로 멋졌지만서도. 그러나 저는 분명 곧 다시 보러갑니다. 다른 페어가 너무 궁금하거든요.

6월 11일 낮공 캐스팅

앤드류 역 김종구 배우, 마일로 역 정욱진 배우



자첫이라서 어떤 페어로 볼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어차피 제 스케쥴 상 주말밖에 안 되고, 그 중에서도 비어 있는 날 찾으니까 김종구 - 정욱진 페어만 가능했습니다. 김종구 배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그나마 정욱진 배우만 <더 데빌> 때 봤는 데요.



개인적으로 정욱진 배우는 살짝 미치거나 미쳐가거나 제정신 아닐 때가 더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 그나저나 어쩜 그렇게 아재개그를 아무렇지 않게 하죠? 듣다가 실소할 뻔.. 근데 검색해보니 원래 정욱진 배우가 그런 개그를 좋아하나봅니다. 여하간 어린 느낌을 주면서 자신이 당한 건 제대로 복수하는, 사랑에 미쳐있는(?)─분명 마지막 대사를 보면 이게 맞는 데, 어딘지 모르게 찜찜하게 미쳐있는, 마일로 역을 잘 소화해준 것 같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일로도 딱히 엄청 마가렛을 좋아한 것 같지... 연극은 마이크가 없어서 정욱진 배우의 목소리가 잠깐잠깐 안 들릴 때도 있었는 데, 그 점을 제외하면 괜찮았습니다.



김종구 배우는 처음 봤는 데 크시더군요. 네, 다리가 엄청 길고 그냥 컸습니다. 기품이 있는 귀족이면서 자존심이 강한, 그러면서도 요상한 취미 생활이 있는 이중적인 느낌을 잘 묘사해준 것 같습니다. 딕션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단 잘 들렸어요. 뭔가 하이힐 신은 김종구 배우를 생각하니 상당히 어울릴 것 같은데? 싶었던. 머리 색과 눈썹을 모두 은색으로 염색하고 파란 슈트를 입어서, 찢어진 청바지와 히피같은 겉옷을 입은 정욱진 배우와 비교했을 때 나이 차이가 꽤 나 보이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다른 페어는 나이 차가 별로 안 나 보여서(실제로 무대 위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혀 상반대는 매력을 보여줄 것 같아. 여하간 두번 보면 결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뭐, 여하튼 완전 불호도 아니었고, 결말 외에는 대체로 호였기 때문에 자둘을 결심했는 데 7월에 보게 되면 좀 편안히 보고 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