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차드 3세

처음에는 황정민 배우님의 연기를 보고 싶은 마음에 갔지만 정말 전율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황정민 배우님을 비롯한 모든 배우님들의 연기에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세익스피어가 만들어 낸 가장 매력적인 악인이라는수식어가 뭍는 리차드 3세 였지만 제가 느낀 리차드 3세는 이 세상 그 어느누가 그 어느 것에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였습니다. 모두들 각자의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었고 리차드 3세는 어린시절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외로운 삶 속에서 단 한번도 누구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었고 자기 자신조차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었던 결핍된 영혼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어떻게든 욕망을 드러내며 스스로 나아가려는 몸짓이 마치 발악과도 같은 집착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극의 마지막 왕좌를 빼앗기를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나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말'을 달라고 처절하게 외쳤던 리처드에게 연민이 일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애정과 위로를 받아보지 못한 영혼 그에게 하늘이 내려준 재능은 오히려 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족을 모르는 질주 비록 그 밑이 낭떠러지일지라도 결국 멈출 수 없었던 한 인간의 결핍되고 비뚤어진 욕망의 질주를 보았습니다.

나의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 저 또한 저 자신의 비뚤어지고 결핍된 곳은 없는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황정민 배우님의 순간 순간의 권모술수가 뚜렷이 표현되던 동작과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정말 연극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피의 정치를 소름끼치게 표현해주셨던 조명과 음향 등의 무대 장치도 매우 탁월했습니다.

오랜만에 연극다운 연극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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