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는 주인공인 이그나시오가 맹인학교에 들어와 깽판 아닌 깽판 칠 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럴 거면 왜 굳이 맹인학교에 왔으며(이그나시오가 설명해줬는데도 이해ㄴ)

어쨌든 맹인 학교 학생들이 행복하다면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장님이 자신은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에 극 초반엔 이그나시오를 좋게 보지 못 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이그나시오의 꿈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듣고

학교의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을 보며

마침내 그가 그냥 심술 나서 맹인학교에 패악질 놓는 학생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사랑하고 학생들에게도 이를 알려주고 싶어 하는 그저 순수한 학생임을 알게 되어 그를 이해하고 지지하게 되었다.



이그나시오는 학생들뿐 아니라 그를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병적으로 행복한 척하며 항상 괜찮은 척, 긍정적인 척을 한다.

주입된 행복은 정말 행복한 것이냐, 괜찮은 것이 정말 괜찮은 것이냐, 그냥 현실에 안주하고

꿈꾸지 않고 질서, 체제에 맞춰 괜찮은 척 살아가면 그게 살아가는 것이냐?



개인적으로 '주입된 행복'이 잊히질 않는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데, 이 말을 들으니 나도 정말 언젠가부터 꿈을 꾸지 않고 무조건 괜찮다, 행복하다, 긍정적 이 무한 굴레 속에서 산 것 같아서 반성도 하게 됐다.

극을 보기 전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라는 무슨 뜻일까 했는데, 다 보고 나니 타오르는 어둠은

이그나시오의 '어둠'이라는 현실 속에서 '빛'을 보고 싶다는 꿈이 타오르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매번 그에 좌절하고, 괴로워하지만 그럼에도 빛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짠한 이그나시오. 그 마음이 타오른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의 끝은 슬프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깊고 끝나고 나서도 연극이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작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