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습니다

윤나무 최고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보고왔다. 시놉시스를 전혀 읽어보지 않고 갔는데, 공연을 보며 극의 제목을 이해하게 되었다. 19살의 젊은 청년 시몬은 친구들과 서핑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고, 그 과정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뇌사 상태에 이른다. 뇌 이외의 모든 장기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이미 뇌를 손 쓸 수 없게 된 이상 그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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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그를 두고 그를 치료한 응급실 주치의가 그를 다루고, 그의 가족들이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의 장기들이 곳곳의 환자들에게 기증되어가는 하룻밤, 정확히 24시간의 과정을 아주 밀도있는 1인극으로 다룬 작품이다. 1인극의 주인공인 윤나무 배우님은 이 일련의 과정들의 모든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 인물이 되어 연기한다기보다는, 각 인물의 배경이나 행동, 생각 등을 나레이터로써 설명하며, 그 설명하는 순간 각 인물의 목소리나 행동을 똑같이 묘사해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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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혀 스터디를 하지 않고 간 작품이라서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어떤 뜻인지 잘 몰랐는데 극이 진행되어 가며, 왜 이 작품의 제목이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인지, 그리고 누군가를 수선한다는 말이 얼마나 이 상황에 딱 떨어지는 표현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지만 이미 생명을 잃어 누군가의 장기기증 대상이 되어버린 남자. 하지만 이미 뇌사상태가 되어버린 그도 가족에게는 죽었지만 죽지 않은, 아직 살아있는 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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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지만, 죽었다고 할 수 없는, 하지만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수도 없는 남자가 수선되고, 다시 사용되는 과정.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남자와, 그로 인해 새로운 삶을 얻게되는 사람들을 이야기를 정말 밀도있게 그린! 그리고 윤나무 배우님의 어마어마한 연기력이 빛을 본!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공연이었다.

공연도 다시오고 윤나무 배우님도 꼭꼭 다시오길!!!
우란에서 하는게 아니면 무대랑 음향을 갖추기 힘들 것 같지만ㅠㅠ

깊은 여운이 함께하는 연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