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스 아닌 록…"프레디 머큐리가 내 롤 모델"
싸이는 자신의 무대에서 늘 어느 특정 종교의 교주처럼 관객을 한꺼번에 흡입한다. `국제 가수'가 되기 이전부터 그의 무대는 그렇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강렬한 퍼포먼스로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늘 비슷한 멘트로 관객의 심장을 자극한다. "이제부터 저는 `조건부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가만히 있으면 저도 가만히 노래하고, 여러분이 날뛰면 저도 미친듯이 날뛰겠습니다." 그의 무대는 관객과 아티스트의 구분이 없는 `무경계의 현장'이다. 싸이가 "뛰어" 하면 수십명이든 수만명이든 관객들은 한몸이 돼 록 페스티벌에서나 볼 수 있는 `단결 퍼포먼스'를 구현하고 "소리 질러"하면 곧바로 `악'을 쓰듯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러댄다.

싸이는 마룬5가 그렇듯, 현재 대세로 자리 잡은 록과 댄스의 절묘한 조합을 통한 하이브리드(Hybrid·혼합) 음악으로 라이브를 꾸린다. 록 밴드를 끌어들여 강한 헤비메탈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군무를 위한 댄스팀의 운용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시작부터 강한 `록 스피릿'으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음반에서 `댄스 음악'으로 실린 `새' `끝' `오늘밤새' 같은 노래들은 강한 록 사운드로 다시 편곡돼 관객의 심장 속도를 한층 높인다. 그의 무대는 그래서 말랑말랑한 댄스 가수가 아닌, 어느 유명한 로커의 공연으로 이해될 만큼 강렬하고 열정적이다.

싸이는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내 평생 롤 모델이자 영웅"이라고 꼽았다. 그는 "그(머큐리)의 작곡 능력에는 범접할 수조차 없지만 그의 쇼맨십은 비디오를 통해 많이 배웠다"면서 "만약 영국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퀸을 만나 내가 그들의 음악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싸이는 자신이 퀸뿐만 아니라 본조비, 에어로스미스, 건스앤로지스 등 1980년대 록밴드 마니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즐기자(play)'가 내 음악 정신"이라면서 "록에 가까운 댄스 음악 혹은 댄스 음악에 가까운 록(rockable dance, or danceable rock)"이라고 설명했다.

◆ `반항심'과 `독립심'…싸이를 키운 성장 동력
싸이가 `월드 스타'로 성장하기까지 밑바탕이 된 동력은 반항심과 독립심이다. 강남에서 태어나 `상위 1%' 문화에 쉽게 흡수될 수 있었던 이 부유층 자제는 그러나 세상이 요구하는 질서와 규칙에 삐딱한 시선을 투영하며 독립군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타고난 반항심은 생활 곳곳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담배를 피우다 아버지에게 걸리자, "아버님부터 끊으시라"고 대들었던 그다. 음악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울 땐 아버지가 "사업을 이어야지, 무슨 음악이냐"고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그때 그는 "아버지는 작곡을 해 보셨냐"며 "어떻게 당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그토록 확신을 갖고 말씀하실 수 있느냐"고 똑 부러지게 대항했다.

싸이는 가족에서 `미운 오리 새끼'같은 존재였다. 다들 공부를 잘 했지만, 싸이만 유독 공부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 싸이가 여덟살 때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쓰인 푯말을 무시하고 아예 잔디밭을 밟고 훼손하자 어머니는 그때부터 `아들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삐딱하게' 굴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강한 독립심과 원리원칙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공부를 잘 해야 하는 압박감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부모가 원하는 `아들상'에 맞추지 못하면 아버지로부터 발차기를 당하기 일쑤였던 싸이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유일한 즐거움이 집이 아닌 집 밖에서의 `소통'이었다. 그는 학교에선 오락부장, 응원단장으로 활동했고, 학교 밖에선 물 좋다는 나이트클럽을 전전했다. 그렇게 규율에서 벗어난 아찔한 일탈은 원칙과 학업만을 중시하던 집의 답답한 문화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싸이는 "어릴 땐 그런 문화가 너무 답답해서 힘들었다"며 "뭘 해도 성이 안차는 아들 때문에 부모가 속상해했고, 그래서 `어차피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할 거니까'하며 더 엇나갔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과는 무조건 정반대로 가야 한다는 의무감은 어릴 때부터 깊이 박힌 그의 생활 신조이자, 생존 방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어릴 때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빚어진 `그릇됨'은 엔터테이너적인 자질을 높이고 타인과의 더 많은 소통을 통해 즐거움을 확산시키는 성장 동력이었다.
싸이는 데뷔 음반 수록곡 `새'로 국민적인 호응을 얻었지만, 대마초 흡입과 군대 두 차례 입소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몸에 단단히 배인 `독립심'이었다. 그의 독립심은 자신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자수성가한 가족력에서 나왔다. 싸이의 독립심을 기른 주역엔 부모의 냉정함이 한몫했다. 2007년 군 문제로 재입소할 때, 싸이는 아버지로부터 CF 위약금을 무상으로 `받지' 못하고 `빌려야'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선 늘 밥값을 내야하고, 싸이의 공연엔 부모가 제값을 주고 티켓을 사야 했다. 싸이가 2001년 대마초 문제로 경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 면회 온 부모에게 들은 말이라곤 `이제 담배 끊으라'는 충고 한마디뿐이었다.

싸이는 "부모의 근면과 독립성이 어릴 땐 너무 싫었는데, 그런 교육방식이 아니었다면 내가 죽기 살기로 일을 했을까 의문이 든다"며 "나이가 들어 아버지가 되고, 남편이 돼 보니, 그런 교육방식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고 했다.

◆ `국제 가수'의 장기 생존력, 가능할까?
▼ 낙관론=그의 성공 가능성은 그의 이름처럼 `사이코 같은 돌발(P-Psycho)' `영리한 대처(S-Smart)' `긍정적 마인드(Y-Yes)'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예쁜 얼굴을 앞세워 정해진 규칙에 따라 미국식 팝 음악의 흔적을 차용해 도전하는 한국식 아이돌 그룹과는 전혀 다른 길을 통해 미국 주류 문화에 의외성을 던지고, 넘어야 할 선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의 간극을 제대로 조율하는 태도들이 그의 성공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해 보고 안 되면 어때?' 하는 긍정적 마인드도 예상외의 결과를 유도하는 자극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케이팝(K-POP)의 선봉장에 섰던 대형 기획사 관계자들도 싸이 신드롬에 대해 "국경의 장애가 없는 콘텐츠의 승리"라며 "미국의 음반업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중 하나가 유튜브인데, 유튜브의 극단적 조회수는 싸이를 집중적으로 주목하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싸이가 영어를 할 줄 알고 싱어송라이터이며 라이브 무대에서 힘을 발휘하는 점도 성공 요인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미국에선 공연이 중요한데, 싸이는 10년간 라이브 위주로 활동하며 막강한 화력을 과시해 왔기 때문에 좋은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비관론=유튜브에서 확인했듯, 노래보다 춤이 먼저 인지도를 높인 까닭에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한 개의 싱글만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팝 역사에서 디스코, 뉴웨이브, 그런지 등 유행에 편승한 장르들이 장기 생존력을 보존받지 못한 예들에서 싸이도 `음악성의 약화'라는 문제가 한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우진(대중음악 평론가)은 "싸이의 음악에 사용된 양념들이 현재 유행하는 힙합과 일렉트로닉이라는 보편 타당한 장르들이어서 음악적으로 눈에 띄는 행보는 아니다"며 "안무에서 코믹적 요소를 배제하면 음악 자체의 반응도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은석 팝칼럼니스트는 "마카레나처럼 노래 자체의 매력보다는 문화 소비 현상에 가까워 당분간 관성의 법칙에 의해 탄력은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음악적 효과로 각인된 것이 아니어서 향후 싱글이나 음반을 통해 지속성을 부여하긴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