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스토리텔링 영국 출신으로 미국·유럽 등에서 활동했던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의 강점은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다. 스토리 사이사이에 숨겨진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관계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력을 부여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장면마다 생겨나는 디테일이 워낙 많아 연출 자신도 “공연을 10번 봐도 새로울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2년 만에 무대에 오른 이번 <모차르트!>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더욱 섬세하고 풍성해졌다. 천재 음악가와 자유인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차르트의 갈등,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뜻을 강요하는 아버지 레오폴트와의 관계가 더욱 명확하게 그려졌다. “모차르트의 내적 갈등을 더욱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아드리안 오스몬드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모차르트!>의 권은아 협력연출은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은 ‘섬세하다’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연출가”라며 “이는 물론 대극장 뮤지컬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배우와 스텝들이 기본적으로 작품에 대해 더 탄탄한 이해를 가진 상태에서 연출의 방향을 따라갈 수 있어 진정성만큼은 확실히 더 깊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 아드리안 오스몬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영감을 주는 연출가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두세 배 이상 많은 회의를 거쳐 배우·스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자신이 생각한 연출 방향을 이야기한 다음 다른 사람들이 각자 느낀 것들을 기탄없이 이야기하도록 격려하고, 직설적인 평가보다는 칭찬이 섞인 세심한 코멘트를 덧붙여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이끌어낸다고. 연습실의 한 벽면에 영감을 자아내는 여러 사진을 붙여놓거나, 수시로 노트북을 활용해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자료를 보여주는 것도 그의 연출방식 중 하나다.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치밀함 2005년 <셜리 발렌타인>에 출연한 손숙이 “너무나 예민하고 치밀하며 섬세한 연출가”라고 평한 글렌 월포드는 런던 버블씨어터컴퍼니 창립자로서 웨스트엔드에서 연출가 및 예술감독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그녀의 강점은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와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치밀함이다. <블러드 브라더스>의 심설인 조연출은 “대사 하나하나의 의도와 표현양식을 강조하는 모습이 리허설을 지켜본 누구라도 연출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집요했다. 또 글렌 월포드 연출은 누구보다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이 정확하다. 정확한 대사의 전달이 스토리를 완성한다는 연출의 신념과 연습 과정이 맞물려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웨스트엔드를 벗어나 일본·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작품을 선보여온 글렌 월포드는 매번 색다른 느낌을 주는 창의적인 접근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나는 항상 새롭게 극을 만들어나간다. 한 번 했던 작업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창의적으로 접근한다."는 그녀는 이번 <블러드 브라더스>에 대해서도 “무대와 음악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확한 대사 전달 능력을 중시 배우와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글렌 월포드의 치밀함은 빛을 발한다. 정확한 대사 전달을 중시하는 그녀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배우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물론, 대사의 발성과 호흡을 직접 시연해 보여주기도 한다고. 이에 대해 심설인 조연출은 “대사의 발성방법이나 느낌을 직접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의 표정이 워낙 리얼하고 정확해서 연출의 표정과 말투만 봐도 그 대사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두가 알았을 정도”라고 전했다. 대사 뿐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조명·음악·음향 등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국에서의 오랜 경험과 순발력 배우이자 안무가 출신인 데이비드 스완은 16세 무렵부터 <그리스><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에 출연해오다 1999년 아내의 제안으로 연출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3년 오디뮤지컬컴퍼니를 통해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지킬 앤 하이드><맨 오브 라만차> 등 수많은 공연을 이끌어왔고, 2008년 더 뮤지컬 어워드 연출상, 한국뮤지컬대상 안무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인기 연출가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만큼, 그는 한국 관객들의 정서와 국내 뮤지컬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비드 스완의 또 다른 강점은 배우·안무가를 두루 거치며 쌓아온 순발력이다. <드라큘라>의 노병우 무대감독은 이에 대해 “외국 대본을 아무리 잘 번역하더라도 배우들의 입에 쉽게 맞지 않아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데이비드 스완은 그때마다 순간적으로 대본을 잘 소화시키는 순발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배우들의 동선과 움직임을 순발력 있게 적용해서 보여준다”고 말했다. 안무·연기를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몸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배우들도 쉽게 이해하고 따라간다고.

함께 일하는 스텝들에 대한 신뢰 연습현장에서 데이비드 스완이 자주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든 서로 털어놓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그만큼 문화적 차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한다. 또한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함께 하는 스텝들을 믿고 맡기는 편이라고. 현장 스텝들의 작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보다 스텝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갈 수가 있다. 10년 전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데이비드 스완을 처음 만났다는 노병우 무대감독은 “그에게서는 권위적인 모습을 잘 찾아볼 수 없다. 편안한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이 굉장한 장점이다. 함께 지낼수록 그런 편안함은 연출가가 아닌, 인간 데이비드 스완이 가진 큰 장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