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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디비 에딘버러 가다 1] 에딘버러 꿈결 속에서, 향긋한 강아지똥 냄새가?

작성일2009.09.02 조회수15987

매년 8월부터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이자 최대의 공연예술축제인 ‘에딘버러페스티벌 프린지’가 8월 31일을 끝으로 열기 넘치는 올해의 축제를 마쳤습니다. 에딘버러에서는 아트, 책, 영화, 재즈 앤 블루스, 그리고 몇 달 전에 이미 티켓이 매진되는 밀리터리 타투 등 1년 내내 다양한 주제를 가진 페스티벌이 계속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공연 축제는 전 세계의 다양한 공연작품이 한 자리에 동시에 모이는, 그리하여 각국의 관객들도 한대 어울릴 수 있는 보기 진귀한 광경을 매년 연출해 내지요.

특히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정식 초청을 받은, 정통 클래식과 연극, 무용 작품을 같은 기간에 선보이는 ‘인터내셔널’ 부문과는 달리, ‘프린지’의 특징은 가능성이 더욱 반짝이는 다양하고 참신한 작품들이라면 누구나가 다 이 곳에 올 수 있고, 그리하여 세계의 관객 앞에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자유로운 실험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을 통해 인정받은 작품이 세계 각국에 알려지는 일도 흔하니, 더 많은 관객들에게로 나아갈 수 있는 허브 역할을 에딘버러가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올해는 눈에 띄는 대어가 없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라 조금은 아쉽습니다. 조금 잠잠해 졌다고는 하지만 껑충 뛰어오른 환율 때문일까요, 아니면 신종 플루의 영향 때문일까요. 그간 10개 단체 이상이 참여해 오던 우리나라도 올해는 단 1팀, 극단 모시는 사람들만이 스코틀랜드 땅을 밟았어요.

하지만 이들이 에딘버러에서 ‘꿈결 속에 내 뿜는 강아지똥 냄새’는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이들이 선 보이고 있는 두 작품, <몽연>과 <강아지똥> 이야기에요.

오전 거리 홍보를 마친 극단의 배우들이 가장 먼저 준비하는 작품은 <강아지똥>이었습니다. 동화작가 권정생의 작품을 무대화 한 이 작품은 매일 낮 1시 45분에 관객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더럽고 냄새나는 ‘똥’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반드시 쓸모 있는 존재인 ‘강아지똥’의 이야기를 무척이나 친근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이 작품은, 귀엽고 순진한 강아지똥과 그 친구들의 모습에 객석에서는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특히 너무나 맑고 티 없이 웃어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은 성인 관객들이, 또 다시 웃음을 터트리는, 이른바 ‘전염 웃음’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국적이나 문화색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통하는 동심, 남을 위한 배려 등을 주제로 영어로 진행되었던 이 작품은, 따라서 그 만큼 외국인 관객들에게도 무리 없이 다가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극장 로비와 객석에서 강아지와 깜찍한 스토리 텔러가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관객들이 사뭇 즐거워 하더군요.

반면에 매일 저녁 8시 30분에 공연하는 <몽연>은 한국의 전통색과 향이 그야말로 가득히 담겨, 조금 더 많은 공연 애호가들의 박수를 받고 있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못 잊는, 이제 갓 머리를 올린 새색시는 꿈결에서 그 사랑을 이어나가지요.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웃음과 울음, 흥과 설움, 한과 살풀이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모던하고도 복합적인 구성에, 좀처럼 보기 힘든 기립박수가 이곳에서는 다소 익숙한 듯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에딘버러페스티벌 프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곳에서의 공연 뒤에 웨일즈에 초청받아 9월 5일과 6일 투어 공연도 예약이 되어 있더군요. 현지 언론에서의 리뷰에서도 <몽연> 뿐 아니라 <강아지똥> 모두 평점 별 4개를 획득했습니다.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에 옥석이 혼재되어 관객들이 실망의 발길을 돌리는 작품도 허다한 것이 프린지의 위험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갖고 있는 작품은 어디에서나 관객들이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니, 어익후, 무섭고도 든든한 ‘이게 바로 세상에 이치라는 거야’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