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원을 허공에 날려버린 기분이었어요.”

서초구에 사는 공연 애호가 A씨는 얼마 전 옆자리에 앉은 관객 때문에 공연 내내 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바로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옆 사람과의 대화 때문. 공연 내내 떠들어대는 관객 때문에 배우들의 대사를 상당수 놓쳐버린 A씨는 공연장을 나오며 화를 삭여야 했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겪게 되는 고충 중 하나, 바로 관크다. 관크란 '관객 크리티컬'의 준말로 공연관람에 피해를 주는 여러가지 행동을 뜻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공연 마니아들 사이의 용어로 통했지만 지금은 여러 상황에서 자주 겪게 되다보니 일반적인 용어로 자리잡았다. 매일 공연장에서 수많은 관객을 만나 공연장 시설과 공연 안내, 관객의 안전 등을 맡고 있는 직업인 공연장 하우스매니저. 하우스매니저 경력 5년 차 이상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의 박예리 매니저를 비롯한 현직 하우스매니저들에게 관크가 심한 관객들의 유형과 대처법에 대해 물었다.
 

가장 흔한 관크는 '휴대폰 사용'
공연 중 배우 검색, 심지어 통화를 하기도.

박예리 매니저가 밝힌 관크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다. 바로 관객들의 시각과 후각, 청각을 방해하는 행위다.
시각을 방해하는 행위로는 흔히 공연 중 휴대폰 사용, 허리를 숙여 시야를 가리는 행위(일명 수그리), 과도한 애정행각 등이 있다. 권 매니저는 다양한 관람 방해 행위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관크로 휴대폰 사용을 꼽았다. 

공연장에서 시작전에 안내방송을 하고 있지 않나?
“물론이다. 작은 진동도 옆사람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반드시 휴대폰을 꺼달라는 안내방송을 하지만 지키지 않는 분들이 많다. 공연 중간중간 휴대폰을 보고 문자를 확인하거나 시간을 보는 분들이 있다. 배우 이름을 검색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웃음). 나만 살짝 하는 작은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암전 중인 공연장 내 휴대폰 불빛은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커다란 방해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많이 개선돼 블루스퀘어같은 대형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그런 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지방 공연장만 가도 여전히 매 공연마다 한 번씩은 벨소리가 울린다. 심지어 전화 통화를 하는 분도 계시고.”

기본적으로 공연장 대부분은 공연 도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사진촬영 역시 금지하고 있다. 공연에 따라서는 커튼콜만 사진촬영을 허가하기도 한다. 또 공연장 입장과 동시에 (공연 시작전이라도) 사진 촬영을 금지하기도 한다. 셀카도 마찬가지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무대도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촬영을 금지하는 이유다. 공연마다 입장부터 스마트폰 사용 금지인지, 커튼콜 촬영 여부가 조금씩 다르다. 출입구 마다 안내원들이 공연 마다 다른 관람 가이드에 대해 안내하지만 막상 커튼콜이 되면 휴대폰 촬영하는 관객들 저지하느라 뛰어다니기 바쁘다.

공연 중 음식물 섭취는 생각보다 많아
냄새로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도 있다. 공연 중 음식물 섭취, 과도한 향수사용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박 매니저는 공연 중 음식물 섭취도 생각보다 많이 벌어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공연이 끝난 후 객석을 정리하다 보면 달걀 껍질을 비롯해 땅콩, 귤 껍질 등이 발견되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 김밥을 공연장에 반입해 제지 했던 경험도 있다. 원칙에 따라 공연장 내 음식물 섭취나 반입은 엄격히 금지하지만, 한번은 중년 여성분이 공연 중에 초콜릿과 음료수를 드셔서 인터미션 동안 옆자리 관객의 제보로 주의를 드린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그분이 당뇨병이 있으셨다. 이런 경우는 심적으로 양해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원칙과 형평성이 있으니 힘든 경우다" 

직장인 문화 회식 및 단체관람이 많아지는 연말이 되면 관크는 더욱 잦아진다. 박예리 매니저는 제작년 겨울에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회사에서 단체로 공연관람을 오셨는데 관람 전에 술을 좀 드셨는지 사진촬영이 금지된 공연임에도 촬영을 반복하더라. 계속해서 제지를 하자, 격하게 말씀을 하시더니 공연장을 나와 환불을 요구했다. 또 관람등급보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가 우리 아이는 이해력이 높기 때문에 관람할 수 있다고 우기는 경우도 있었다."
 

'어셔 통해 말하기' 가장 좋은 관크 대처법
스스로 올바른 관람예절 앞장서야…

그렇다면 관크를 겪었을 때 관객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대처법은 무엇일까. 하우스매니저들은 하나같이 직접 대화를 하는 법보다는 어셔를 통해 해결하는 법을 추천했다. “관객분 입장에서는 상식에 벗어나는 관람태도를 보일 때 화가 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상황이 안좋아지고 큰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단은 안내원을 통해 말씀해주시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이어 가장 확실하게 관크를 없애는 방법은 관객들의 존중과 배려라며, 올바른 관람예절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요즘은 많은 분들이 관람예절을 지키고 계시지만 여전히 종종 관객 분들의 항의가 들어올 때가 있어요. 공연 5분 전 착석, 휴대폰 비행기 모드, 대화하지 않기, 음식물 먹지 않기 등 기본적인 예절만 잘 지켜주면 모든 분들이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