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폐셜테마

<팬텀> 주인공 3인방의 싱크로율은?

작성일2015.05.22 조회수1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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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다가오는 듯한 목소리와 지옥불처럼 뜨거운 눈빛을 가진 남자. 뮤지컬 <팬텀>의 원작소설 <오페라의 유령>의 작가 가스통 루르는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 팬텀에 대해 이같이 묘사했다. 그리고 뮤지컬 <팬텀>의 제작진은 한없는 절망과 분노, 천재적인 재능과 슬픔을 함께 지닌 이 인물이 품은 과거의 상처에 초점을 맞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는 또 다른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현재 그 무대 위에서 팬텀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들은 이 복잡하고 어두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내고 있을까. 타이틀롤을 맡은 류정한과 박효신, 카이가 분한 팬텀을 원작소설의 인물묘사와 비교해봤다.

▲ 류정한의 팬텀-날카로운 불안, 증오, 카리스마의 소유자

“난데없는 해골이 지옥불처럼 뜨거운 시선으로 나를 똑바로 쏘아보는 게 눈에 들어오더란 말입니다! 그건…그건 마치 사탄과 직접 대면하는 느낌이었습니다!”(<오페라의 유령> p.108)

“그것은 분명 라울이 지금까지 평생 들어본 적이 없는…기가 막힌 목소리였다…(중략)거기엔 스승의 음성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가진 악센트가 있었으며, 음악을 사랑하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단 한번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량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을 만한 역량이 담겨 있었다.”(p.165)

<팬텀>과 같은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한 <오페라의 유령>에도 출연한 바 있는 류정한은 첫 등장부터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소설에서 ‘지옥’ ‘사탄’ ‘악마’ 등의 단어로 묘사된 팬텀의 어두운 존재감을 선명하게 표현했다. 류정한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운 팬텀의 분노를 한껏 드러내고, 어딘지 엉성한 자세로 서서 손을 떠는 모습은 내면의 불안을 십분 전달한다.

류정한의 팬텀이 원작의 인물과 맞닿는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무대를 통해 연륜을 쌓아온 배우 자체의 아우라 때문일까, 그가 연기하는 팬텀은 ‘마에스트로’라는 말이 걸맞게 음악의 장인으로서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크리스틴에게 열정적으로 음악을 가르치는 그의 모습은 음정 하나라도 틀리면 바로 따끔한 호통이 날아올 것만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고, ‘대충’을 허용하지 않는 깐깐한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을 표현할 때는 떨림을 감추지 못하는 ‘츤데레’ 기질도 다분한 팬텀이다.

박효신의 팬텀-여린 마음을 감춘 신비로운 남자

“공연이 다 끝나고 가보니 탁자 위에 부채는 없고, 그 대신 내가 무척 좋아하는 영국산 봉봉 사탕이 한 상자 놓여있더라니까요! 얼마나 친절한 유령인지…”(p.79)

“목소리…지극히 아름답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오는데…놀랍게도 도저히 여성의 목소리 같지는 않은 것이었다! 그래,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윽하고 나른한 남성의 목소리가 이제는 완전히 방안에…그것도 크리스틴 바로 앞에서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p.165)

소설 속 팬텀은 주위사람들에게 늘 증오만을 표현하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오페라극장에서 자신의 좌석을 비워두는 지리 부인을 위해 달콤한 사탕이나 동전, 또는 장미 꽃송이를 두고 갈만큼 다정하고 살뜰한 면모를 지녔다. <엘리자벳>과 <모차르트!>에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 또다시 배우로서의 영역을 넓힌 박효신의 팬텀은 이러한 묘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팬텀이다. 두터우면서도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는 크리스틴을 향해 ‘넌 나의 음악’을 부를 때도, “음악을 빼앗긴 이 순간 내 삶의 의미는 대체 어디”라 노래할 때도 아이와 같은 순수한 열정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낸다. 그래서 어쩐지 이 남자에게서 크리스틴과 음악을 빼앗으면 절대로 안 될 것만 같은 보호 본능이 분연히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일변하는 그의 목소리는 중성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말 그대로 ‘팬텀(유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카이의 팬텀-첫사랑의 아픔에 어쩔 줄 모르는 청초한 청년 

“그는 날 지하로 끌고 갈 것이고, 또 그 해골을 조아리며 내 앞에 무릎을 꿇겠죠…그리고는 사랑을 고백할 거에요. 눈물을…아, 그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말예요…”(p.192)

“아, 라울…그가 자신을 ‘가엾은 에릭’이라고 불렀을 때의 그 어조가 내 마음을 얼마나 뒤흔들었는지 모르실 거에요! 그 한 마디 말 속에서 어찌나 생생한 절망감을 엿보았는지, 나는 그가 쓴 가면 위에 어느덧 감동 어린 하나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답니다….”(p.198)

카이의 팬텀은 풋풋한 첫사랑의 떨림과 연적을 향한 걷잡을 수 없는 질투가 도드라지는 로맨틱한 팬텀이다. 산책 중 넘어지는 척하며 “아이쿠 팔짱을 껴버렸네!”하고 크리스틴의 팔짱을 끼는 모습도, 새를 가리키며 “당신처럼 예쁜 새에요. 어머니가 누굴까요.”라고 어설픈 농담을 던지는 모습도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순수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가 질투에 몸부림치며 “그 사람은 다 가졌잖아. 난 당신만 있으면 되는데”라 말할 때는 어머니 외에는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했던 팬텀의 절절한 아픔도 함께 전해진다.

또한 교과서처럼 반듯하고 기품 있는 카이의 목소리는 팬텀이 지닌 흉측한 외모와 천재적인 재능 사이의 괴리를 더욱 극명하게 부각시킨다. 그래서 그가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팬텀의 비극적인 개인사뿐 아니라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한 음악가의 요절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EMK제공 / 참조: 문학세계사 <오페라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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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수 2
  • wwwhat*** 2015.05.27 다정하고 살뜰한 면모 ..★
  • lgm2*** 2015.05.23 여린 마음을 감춘 신비로운 남자..궁금하군요..박효신이 그려내는 팬텀은 어떤 모습일지 직접 보고 듣고 싶어요..중성적이고 신비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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