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연극 ‘세 자매’가 9월 4일부터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대문호 체홉의 원작 연극 ‘세 자매’는 세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의 꿈과 사랑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연을 며칠 앞둔 지금 연극 ‘세 자매’의 오경택 연출을 만나 작품 속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 2009년 체홉을 만나야 하는 이유, 오경택 연출의 변(辯)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체홉이 공연되지 않은 적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체홉의 작품은 자주 무대에 오릅니다. 그만큼 체홉의 작품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과 시대를 초월하는 지속가능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겠죠. 체홉의 작품세계 자체가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삶과도 접목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홉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힌다고 생각해요. 체홉 탄생 150주년을 앞둔 시기라는 점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겠구요.”

▶ 오경택 연출이 말하는 극작가 체홉의 매력

“체홉의 매력은 ‘사람(캐릭터)’인 것 같아요. 체홉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주변 생활 속 사람들과 많이 닮아있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체홉은 비난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으면서 그 삶을 객관적이고 관조적으로 그려냈어요. 체홉 작품에는 선인도 악인도 없죠. 그래서 관객들의 반응도 극과 극으로 나뉘더라구요. ‘이런 모습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 아냐?’라고 반응하시는 분이 있는 반면 ‘그래! 이게 우리의 일상 속 모습들이지’라며 깊이 공감하기도 하세요. 전 후자 쪽에 속합니다. 체홉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 연극 ‘세 자매’의 소소한 매력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다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에 대해 공상하고, 현실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들이죠. 모두 지금보다 나은 삶을 동경하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원했던 방향과 다른 쪽으로 가게 되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려는 세 자매의 모습이 작가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적인 메시지이자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우리들과 닮아 있어요. 삶의 모습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달라지지만 그 속에는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죠. 체홉은 그 부분을 잘 포착해내 작품 속에 녹여냅니다.”

▶ 내면표현에서 동작으로, 행동하는 인물들

“이번 공연은 동적(動的)이예요. 전 인물들을 ‘슬픔에 빠져있는’, ‘고뇌하는’… 이러한 형용사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사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우울한 정서를 내면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까?’라는 쪽으로 풀어내려고 했어요. 모든 내면의 심리를 동작화하는데 주력했습니다.”

▶ 체홉은 지루하다? 연극 ‘세 자매’의 새로운 변신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우울하고 무거운 얘기를 들어내기보다는, 좀 더 경쾌하고 역동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해봤어요. 대사보다는 동작이 많고, 다양한 춤과 노래도 선보이려고 합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1막의 마지막이 안드레이가 나타샤에게 구혼하는 장면인데, 2막으로 전환될 때 암전 없이 둘의 결혼식이 하나의 축제처럼 바로 다음막이 이어집니다. 이번 공연에는 막 사이의 암전이 없어요. 시간의 경과는 이미지, 춤, 노래로 표현됩니다. 무대는 안과 밖의 경계가 없고, 배우들이 장치들을 조금씩 움직여서 회전무대를 보는 듯한 기분을 연출합니다.”

▶ 오경택 연출이 관객에게 전하는 말

“체홉의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는 달리 특별한 극적 사건이 없기 때문에 관객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죠. 작품 특성상 지루하고 길고 우울한 정서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구요. 그래서 조금은 가볍게 이번 작품을 풀어내보려 했어요. 물론 공연을 보고 나서 ‘참 재밌다!’라는 말이 나오진 않으실 겁니다. 대신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지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그 뻐근함이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자신의 삶과 꿈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드리리라 생각해요. 이번 공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과 희망을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새롭게 탄생한 연극 ‘세 자매’는 9월 4일부터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