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연애나 친근함으로 승부하지 않고 일상을 벗어난 낯선 상상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연극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영화 ‘물고기자리’로 알려진 김형태 감독이 만든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신이 저녁식사에 초대한다는 이색적인 설정으로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젠의 연극 ‘저승’은 이승과 저승이라는 초월적 경계를 넘나들며 이색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싶다면 초월적 상상력이 넘치는 두 연극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예수님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윤당아트홀, 오픈런 공연

코미디 작품이 주류인 연극계에서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신과 인간의 저녁식사라는 이색적인 설정으로 따뜻함을 선사하는 힐링드라마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섬세한 연출로 정평 난 영화 ‘물고기자리’의 김형태 감독과 한국 최고의 무대디자이너 이학순이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대학로에서 강남으로 무대를 옮긴 후에는 더 세련된 연출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고 유쾌하게 그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삶에 지쳐 ‘믿음’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치유기를 담았다. 주인공 남궁선은 저녁식사 초대장을 받아 나간 자리에서 스스로를 ‘예수’라 칭하는 이상한 남자를 만난다. 남궁선은 일에 치여 살고, 그 때문에 부인은 불만이 가득하다. 부부간 대화는 단절됐고, 아내와의 사이에서 더 이상 사랑과 믿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을 믿지 않는 남자가 신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관객은 일상에서 받은 상처가 치유돼 가는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연극 ‘저승’,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다
아르코예술극장, 2월 16일부터 2월 26일까지

연극 ‘저승’은 ‘장자’에 나오는 ‘호접몽’의 주인공 장주(莊周)가 아내의 정조를 시험하다가 결국은 그녀의 자살을 불어오는 경극 ‘관을 부수다’, 그리고 그 후의 불온한 사후세계를 다룬 경극 ‘저승까지 찾아가다’를 모태로 한 현대극이다.

연극 ‘저승’의 작가 가오싱젠은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다. ‘저승’은 1987년 북경에서 초고가 작성돼 1991년 파리에서 비로소 완성됐다. 무용으로 선보였던 홍콩에서의 초연(장칭 연출 1988년) 이후 연극으로서는 지난 2011년 한국에서 세계 초연 공연이 이루어졌으며, 이번 공연은 앙코르 공연이다.

작품은 죽어서도 억압을 받는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장주의 아내는 남편의 희롱에 철저하게 무너진 자존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고, 저승에 간 아내는 두루 재판을 거치며 저승에서나마 자신의 억울함을 씻고자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전적으로 억울함을 품은 아내의 입장에서 전개되면서 더욱 비극적인 결말로 향한다. 작가는 작품의 시작을 전지적 시점의 서술로 처리해 소외효과를, 마지막 장주의 생사를 초탈한 독백으로 전체 극을 관통하는 철학적 틀을 제시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