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레스토랑에 식사를 초대받아 나가보니 멋진 차림의 젊은 청년이 자신을 맞는다. 나비넥타이에 백팩을 맨 청년은 언뜻 봐도 꽤 스타일리시하다. 그뿐이 아니다. 거리낌 없이 건네는 악수에 유쾌한 인상까지 더해져 요즘 말하는 ‘엄친아’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자신을 초대한 훈훈한 이 청년, 하는 말이 예사롭 않다. 자신의 이름을 자신 있게 ‘예수 그리스도’라고 소개한다. 코웃음을 치고 무시하자니 이 청년 표정이 진지하고, 고급 레스토랑의 달콤한 와인은 향기롭게 자신을 유혹한다. 거절하자니 아까운 자리, 슬쩍 이야기나 들어볼까 하고 테이블 의자에 앉은 순간, 주인공 ‘남궁선’의 고뇌와 번뇌가 시작된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의 주인공은 ‘남궁선’이지만 관객들이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인물은 바로 ‘예수’다. ‘예수’를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극에서의 일순간 환상이라 해도 관객에게는 짜릿한 흥분이다. 게다가 ‘예수’라고 나타난 청년이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는 요즘 ‘엄친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나비넥타이에 백팩을 맨 예수님이라니! 21세기 인간세상을 너무 잘 이해하신 것 아닌가.

감각 있는 차림새와 젊고 매력적인 외모로 파격적인 첫인상을 안겨줬다면 이제는 ‘예수’에게 질문이 쏟아질 차례다. 비기독교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남궁선’은 기독교에 대한 의문과 그동안의 불만을 ‘예수’에게 쏟아내기 시작한다. 공격적인 질문세례를 침착한 자세로 현명하게 풀어가는 ‘예수’의 모습에서 관객은 비로소 저 청년이 진짜 ‘예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가 ‘예수’를 등장시켜 관객을 불러냈다면, 그 다음은 ‘예수’의 몫이다. ‘예수’는 자신을 ‘숭배’하거나,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시선들 속에서도 논리적으로 기독교의 설득력을 높여간다.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깊은 슬픔이 어린 얼굴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고뇌, 아픔을 전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예수’가 아니라 해도 관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멘토’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제목이 그러한 만큼 작품에는 기독교에 대한 옹호나 종교적인 색채가 일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예수’가 깨우쳐 주는 관계의 회복, 진정한 믿음의 가치는 비단 기독교인뿐 아니라 오늘날의 상처 많은 현대인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예수’의 메시지는 마지막까지 남궁선의 입을 빌어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

‘예수’는 무대 위에서 사라졌지만 그를 만나본 관객에게는 새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과 종교에 대해 새로운 믿음으로 따뜻하게 변할 일상이야말로 ‘예수’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관객을 위한 소중한 선물이다. 

자극적이고 소모적인 현대인의 일상에 위로가 될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신사동 윤당아트홀에서 5월 31일까지 공연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