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구질구질하고 삶은 단조롭다. 이럴 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해결책은 바로 ‘사랑’이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일단 내 여자 친구가 되면 평범한 외모도 김태희처럼 보인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내일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렘에 빨리 내일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세상에 이런 만병통치약이 또 있을까.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드립니다’는 ‘사랑’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사랑이 하고 싶은가, 사랑을 이루어주는 뮤지컬을 보러 가자.

- 다양한 색깔, 쉴 틈 없는 무대

Up↑ 빠른 스토리 전개, 궁금한 다음 이야기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일곱 번의 변신’과 빠른 스토리 전개다. 보고서 작성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질한’ 남자 진성은 자신감 없이 늘 어깨를 움츠리고 다닌다. 그런 그에게 영원한 짝사랑이 있으니, 바로 같은 회사의 아름다운 여자 ‘장미’다. ‘진성’은 어느 날 스팸 문자 한 통을 받게 되고, 그 문자를 통해 사랑을 이루어주는 도우미 요정 ‘진희’를 만난다. ‘진희’는 ‘진성’을 일곱 번에 걸쳐 변신시킨다. 그는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며 ‘장미’와의 사랑을 경험한다.

매 번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를 관객들은 기다리게 된다. ‘진성’의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웃음코드도 다르다.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바보 같던 ‘진성’은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검객이 되어 일본어도 한국어도 아닌 ‘외계어’를 진지하게 외친다. 그는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느끼한 감성남이 되어 노을을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Down↓ 진부한 웃음코드

매 번 색다른 코드로 개그코드를 잡았다 해도 웃음코드는 종종 진부하다. 90년대의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몸 개그, 농담 삼아 관객들을 상대로 하는 ‘외모 지적질’은 ‘웃고 싶지 않은데 민망함을 가리기 위해 웃어야만 하는’ 상황을 이끈다.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발랄한 공연을 위해 노력한 바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지만 스토리나 캐릭터를 좀 더 부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웃음을 선사하는 열정의 배우들

Up↑ ‘손발이 오그라들게’ 귀여운 멀티우먼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드립니다’를 이끄는 것은 조연의 힘이 크다. 어느 공연이나 주연들이 감성적인 스토리를 이끌고 조연이 웃음코드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작품의 멀티우먼이자 요정 ‘진희’는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들게’ 귀엽다. 작은 체구에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이톤 목소리로 떠는 오두방정은 미워할 수 없이 사랑스럽다. 그런 ‘진희’가 어느 순간 거지꼴을 하고 나타나 ‘골룸’을 연기한다.

‘한류스타 진사마’로 변신한 ‘진성’의 매니저로, ‘마마보이 진성’의 땡깡쟁이 여동생으로도 그는 다양한 역할을 임팩트 있게 소화한다. 

Down↓ 연극이라면 더 좋았을 법한 넘버들

배우들의 연기는 열정적이고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감성적인 장면을 그리기 위해 삽입된 넘버들은 관객들의 몰입력을 떨어뜨렸다. ‘진성’과 ‘장미’의 듀엣 넘버를 듣고 있자면 같은 장면을 연기로 소화했더라면 훨씬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