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하고 참신하게 오감을 자극하는 영국발 뮤지컬이 한국에 상륙한다. '브리티시 펑키 뮤지컬'을 부제로 달고 온 <데드 독>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판 범죄 난장으로! 거침없고 유쾌하다
<데드 독>(원제 <Dead dog in a suitcase...and other love songs>)은 영국의 니하이 씨어터(kneehigh Theatre)의 히트작으로, 영국 극작가 존 게이지의 유명작 <거지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다. <거지 오페라>는 귀족을 비롯한 상류층이 주로 등장했던 이탈리아 오페라에 유쾌한 반기를 들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등장인물들 역시 걸인, 사기꾼, 도둑 등 평범함을 벗어난 이들이 나와 현 세태를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레히트는 이를 바탕으로 연극 <서푼짜리 오페라>를 만들기도 했다.

<데드 독> 역시 마찬가지다. 교활한 사업가 피첨은 선량한 시장의 암살을 꾀하고, 피첨의 딸은 시장을 죽인 청부살인업자와 사랑에 빠진다. 배신과 엇갈린 사랑, 그리고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운명이 익살과 해학, 풍자의 날개를 달고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클래식, 펑키, 뮤지컬... 다채로운 음악이 귀를 풍성하게
탄탄한 제작진의 이름이 먼저 들어온다.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내셔널 씨어터 등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칼 그로즈 대본에, 안무가 매튜 본의 무용단인 '뉴 어드벤처스' 창단 멤버이자 부예술감독인 에타 머핏이 안무를 맡았다.


무엇보다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유-카르멘 에카옐리차>의 음악감독이자 영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작곡가 찰스 헤이즐우드가 관객들의 귀를 더욱 풍요롭게 사로잡고 나선다. 바로크 음악의 선율이 흐르다가도 포크 발라드, 디스코, 펑크, 힙합 등 장르의 경계 없이 넘나드는 음악들은 <데드 독>을 한 편의 서사시로, 또 웨스트엔드 뮤지컬로, 흥겨운 유랑 무대로 쉴 새 없이 안내한다. 이야기의 흐름과 같이 하는 이들 음악은 작품의 부제인 '그리고 다른 사랑 노래들(and other love songs)'로 귀결된다. 스토리텔링과 함께 하는 라이브 음악에 인형극적 요소들의 결합, 이들을 포함한 풍성한 시각적 요소들이 빚어내는 강렬한 이미지가 관객들이 극장을 나서며 미소를 잃지 않게 되는 이유다.

태생부터 자유와 기발함이, 유럽 환호 받는 니하이 씨어터
니하이 씨어터는 영국 남서부 끝에 위치한 콘월 주에서 탄생했다. 영화 <어바웃 타임>과 뮤지컬 <레베카>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1980년 당시 학교 교사 마이크 쉐퍼드가 여가시간을 활용해 주민들과 함께 시작한 연극 워크숍이 니하이 씨어터의 출발이다. '무릎 높이(kneehigh)'라고 자신들을 격의 없이 표현한 이들은 마을회관, 항구, 언덕, 숲 속 등 지역의 모든 곳을 극장으로 활용하며 신화나 동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무대화로 서서히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웨스트엔드 뿐 아니라 뉴욕,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전세계 투어를 하는 극단으로 성장했는데, 이곳의 공동예술감독이자 연출자로 활동한 엠마 라이스가 2016년부터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것은 영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니하이 씨어터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드 독>은 2014년 초연되어 영국 투어를 이어갔고 그해 '더 가디언'지가 선정한 '탑 10' 공연 중 하나로 오르기도 했다.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LG아트센터 공연에서는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