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8년만에 첫 2인극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캐나다 모리스 패니치 작품…하성광과 호흡
현대 사회이슈 '노년삶·고독사' 다뤄
11월 2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초연 개막

배우 정영숙이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에서 연기인생 48년 만에 처음으로 2인극에 도전한다(사진=예술의전당).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평소 표정연기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닥치니 고민이 많아요.” 주로 TV 드라마에서 인자한 어머니와 할머니 역할을 도맡아온 배우 정영숙(69)이 연기인생 48년 만에 처음으로 2인극에 도전한다.

배우 정영숙이 최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1968년 TBC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정영숙은 오는 11월 22일 국내 초연 개막하는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에서 치매에 걸린 고모 ‘그레이스’ 역을 맡는다. 2012년 ‘친정엄마’ 이후 4년 만의 연극이다. 지난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정영 역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거머쥔 배우 하성광(46)이 조카로 호흡을 맞춘다.

최근 서울 중구 정동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기자와 만난 정영숙은 “임종을 앞두고 외롭고 고독하게 사는 할머니 역이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공연 내내 퇴장이 없는 작품”이라며 “작품에 푹 빠져서 통째 외우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대사 없이 무언의 연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다. 계속 연구 중”이라고 웃었다.

작품은 캐나다의 국민작가 모리스 패니치가 1995년에 쓴 대표작이다. 19년간 26개국 무대에 올릴 정도로 인기작이지만 국내서는 이번이 초연이다. 원제는 ‘임종’. 유일한 혈육인 고모로부터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편지를 받고 30년 만에 고모를 찾아나선 조카 켐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막바지 켐프가 마주한 진실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 정영숙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끌고 가는 힘이 굉장한 데 매력을 느꼈다. 반전이 있으면서도 내용이 탄탄하다”고 덧붙였다.

배우 정영숙이 최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출연배경에 대해서는 “텔레비전은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순발력으로 인물을 그려야 한다. 대사에 급급하고 어려운 상황이 많지만 연극은 캐릭터를 만드는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연기자로서의 도전도 있고, 안 되는 역할을 만들어낼 때 오는 쾌감도 있다”며 “한정된 시간 안에 나를 다 던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나이가 들어 다시 도전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외롭고 소외된 삶을 살면서 침묵으로 대응하는 할머니”로 소개했다. “시아버지를 10년간 모셨는데 같이 사는데도 아버님의 외로움이 큰 것 같더라. 실제로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누는 건 극히 적은 시간이다.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면 누구나 다 외롭게 마련이다. 작품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독’과 ‘죽음’이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정영숙은 “죽음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나이 들어 보니 세상은 수긍하면서 살아야겠더라.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 죽음이더라. 정말 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태환 연출가는 “우리는 모계에서 길러지는 전통이 있는데 서양도 마찬가지일 거다. 멀리 있는 친척인 고모의 임종을 조카가 맞이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가 사는 한국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작품을 거울삼아 문제를 인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2월 1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만 5000∼5만원. 02-580-1300.

배우 정영숙(가운데)이 최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함께 호흡을 맞추는 하성광(왼쪽)과 구태환 연출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배우 정영숙이 최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배우 정영숙이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에서 연기인생 48년 만에 처음으로 2인극에 도전한다. 왼쪽은 상대역을 맡은 배우 하성광(사진=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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