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뮤지컬일 수록
어렵기만 한 뮤지컬!

< 뮤지컬 그리스 >는 제목만 말해도 왠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뮤지컬이다. 1950년대를 풍미했던 록앤롤 음악과 포머드 기름 등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추억의 뮤지컬이다. 지난 2003년도 17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기록을 세웠던 뮤지컬이 3개월의 여정을 시작했다. < 뮤지컬 그리스 >는 90년대부터 즐겨 찾아왔던 무대이다. 대니에 남경주, 주원성, 유준상, 엄기준 등으로 이어져 이번에는 지현우와 박영필이 캐스팅 되었다. 샌디는 강효성, 최정원, 손지원, 김소현 등에 이어 조여정, 윤공주가 캐스팅 되었다.

공연 첫날 프리뷰 공연에는 지현우 팬들로 공연장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전에 공연되었던 < 그리스 >와는 조금은 색다른 변화를 주고 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변한 것은 마지막 Scene 정리가 있었고, 샌디의 노래가 없어진 것이 있고, 리조와 샌디가 뒤이어 노래를 부르는 등의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첫날 공연의 초점은 지대니로 통하는 지현우에 있었다. 지현우는 키 큰 비를 연상케 한다. 비주얼로 본다면 참 좋은 배우이고 그리스에 적격인 배우이다. 나름대로 아쉬운 점은 없지 않으나 첫 공연이어서 어색해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연출 이지나가 말하듯이 ‘스폰지’란 별명을 가진 지현우가 1-2주일의 무대경험이 몸에 베인다면 그 옛날 ‘유준상’의 모습을 다시금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3개월의 공연으로 인한 경험과 관객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신감만 있다면 충분히 < 그리스 >를 이끌어 나갈 지대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현우만의 위트있는 웃음 터치 또한 강한 인상을 준다. 지현우의 위트를 순간순간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할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 한 명의 배우와 파트너가 있었다. 로저를 맡고 있는 ‘조정석’이었다. 옛날 로저를 맡아 익살을 부리며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던 ‘김재만’이란 배우를 보는 것과 같았다. < 남자 넌센스 >에서 보여 주었던 막내 수녀 리오의 모습은 던져 버리고 장난꾸러기 익살꾼으로 다시 태어나 무대를 휘 젖고 다니는지 로저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다. 또한 파트너로 나오고 있는 쟌을 맡고 있는 ‘김경화’가 그렇다. 예전 쟌은 ‘박준면’을 떠올린다. 비주얼로 70%의 설득을 하고 들어간 ‘박준면’과 ‘김재만’의 앙상블은 환상 그 자체였다. ‘조정석’과 ‘김경화’는 나름대로의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느낌이 든다. 그 밖에도 리조역을 맡고 있는 유나영도 단신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카리스마 짙은 모습으로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프렌치의 이혜경이나 마티의 방진의의 감초 역할도 볼만하다.

이 외에도 < 뮤지컬 그리스 >에는 요소요소 숨겨진 매력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만큼 볼거리와 듣는 즐거움을 안겨 주고 있다. ‘Summer Night’, ‘Those Magic Changes’, ‘Freddy, My Love’, ‘Grease Lighting’, ‘Mooning’, ‘Look at me, I’m Sandra Dee’, ‘We go Together’, ‘Born to the Jive’, ‘Sandy’, ‘You’re the one that I Want’ 등 나열하고도 다시 나열할게 많은 주옥 같은 노래들과 춤으로 이어진다.

< 뮤지컬 그리스 >의 백미는 그래도 노래와 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한 무대의 높이가 높은 만큼 공간을 채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세트와 배우의 위치 변화 등으로 그 공간을 훌륭하게 채우고 있다. 지루하지 않은 공연이 되는 이유는 스토리가 워낙 튼튼한 가운데 음악 또한 좋고 모두 아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거기에 춤 또한 흥겹다. 거기에 배우의 끼가 합쳐지고 있으니 < 뮤지컬 그리스 >와 같은 재미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 뮤지컬 그리스 >는 위와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응을 빨리 끌어내고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좋은 뮤지컬이다. 그러나 관객들과 쉽게 접할 수 있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제작하는 과정은 그와 반대로 정말 어렵다. 수학공식과 같은 빠른 전개와 웃음의 포인트, 공간의 활용, 절대적인 화려한 춤과 배우들의 역량을 잘 배치하고 총동원 시켜야 하는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 뮤지컬 그리스 >라는 이름으로 모인 배우와 스텝은 그런 면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관중을 압도해 나가야 한다. 충무 아트홀에 올려진 2005 그리스에 많은 기대를 걸어 본다. 이번 여름에는 < 뮤지컬 그리스 >와 함께 보낸다면 더위는 물러가고 사랑은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 뮤지컬 그리스 >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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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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