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데도 ‘진짜’가 있을까.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트루 웨스트’(True West·최형인 연출)는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통해 진정한 삶을 탐색한다. 배우들은 실제로 식빵을 굽고 진짜 맥주를 마시는 등 무대에도 진짜배기가 적지 않다.

사막과 황야를 떠도는 형 리(류태호)와 시나리오 작가로 도시에 사는 동생 오스틴(김경식). 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형은 말 그대로 폐인이다.

오스틴의 시나리오 작업을 방해하며 집안을 어지럽히던 리는 “머릿속에선 뱅뱅 도는데 종이에 옮겨적을 수 없는 기막힌 실화가 있다”고 고백한다. 오스틴은 리가 읊어대는 시나리오를 받아적고, 리는 오스틴의 사막 생활을 돕는 조건으로 형제가 의기투합하며 극은 급회전을 한다.

‘트루 웨스트’에서 형은 동생을, 동생은 형을 동경한다. 사막과 도시. 형과 동생을 가두었던 두 공간은 서로 으르렁거리다가 절묘하게 자리를 맞바꾼다.

연극 ‘날 보러와요’와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이름을 알린 유태호는 모래 바람처럼 서걱거리는 화법과 건들거리는 몸동작으로 사막과 포개졌다. 극적 대비와 치밀하게 계산한 반전도 돋보인다.

하지만 대사만 많고 움직임이 적어 단조로운 전반부는 관객에게 짐이 된다. 유태호와 팽팽하게 맞서야 할 김경익의 연기는 군데군데 타이밍과 힘을 놓치며 긴장을 떨어뜨렸다.

잠깐 등장하는 영화 제작자와 어머니의 캐릭터는 ‘가짜’의 냄새를 풍기지만 너무 들떠 있어 극의 전체적 리듬에서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출처 :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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