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미국 광고 에어전시 사의 사장이었던 마틴 스펙터는 새로운 기호 하나를 탄생시켰다. 물음표와 느낌표가 합쳐진 물음느낌표, 인터러뱅(Interrobang)이 그것. 이 부호는 출발과 끝이 물음이든 느낌이든, 두 가지 감각이 창조하는 경이로운 작용을 표현한 기가막힌 발상의 전환임이 분명하다.

오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블루맨그룹 메가스타 월드 투어> 콘서트는 물음느낌표, 인터러뱅을 그대로 만들어내는 무대였다. 온통 파란 얼굴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커다란 눈동자, 갸우뚱한 표정의 블루맨은 ‘이게 뭐지?’라는 질문을 무대 위 소품 하나하나에, 스스로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던진다. 쉴새 없이 파이프와 드럼을 두드리고 휘둘러 만드는 오감 자극들은 느낌표 외 고정된 단어로 형용하기를 애초에 거부한다.

DVD에 담긴 친절한 안내서(?)를 따라 세계 메가톤급 록 스타 되는 법을 배워가는 블루맨 쇼의 설정은 간결하다. 하지만 시나리오 줄기에 달린 음악, 퍼포먼스, 멀티미디어 등의 조합은 대단히 유기적이며 강렬하다.

타이틀 속 ‘록’이 가진 저항과 실험, 발산의 정신은 그대로 블루맨들의 정체성이다. 곧고 구부러진 튜브나 날렵한 봉 등은 그들만의 악기. 타악의 둔탁함은 박자 사이를 파고드는 날렵함과 이색적인 조합으로 변해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낸다.

콘서트의 압권은 암전된 어두운 극장을 현란하게 빛내는 멀티미디어의 활용이다. 열창하는 록커의 노랫말과 록스타가 되기 위한 안내 지침은 위트 가득한 상황 속에 스크린과 전광판 위에 우리말로 풀어진다. 2차원의 TV화면과 3차원의 현실이 하나가 되고, 고뇌와 외로움의 주체인 관객들은 4차원으로 달리고 있는 애니메이션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록콘서트 동작 2번과 7번을 하다 보면, 어느덧 237번 동작을 하고 있는 우리를 볼 것이다. 좀처럼 관객이 쉴 틈을 주지 않는 이 공연에서 헤드뱅잉과 발구르기, 손 흔들며 소리치기 등이 적성에 맞다면 당신은 이미 ‘메가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현재 베를린, 도쿄 등 세계 9개 대도시에서 상설 공연 중인 블루맨그룹의 이번 한국 무대는 <난타>를 비롯 <브레이크 아웃> 등으로 넌버벌 퍼포먼스가 낯설지 않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임이 틀림없다. 2008년 6월의 블루맨은, 우리가 메타버스(Metaverse, 현실을 뜻하는 Universe와 추상을 뜻하는 Meta의 합성어)가 펼쳐지는 세종문화회관 안팎을 외면키 어려운 이유중의 하나다.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