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백반 집에 자주 가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밥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의 위안과 ‘어느 반찬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의 설레임이 그것. 전자와 후자의 비율을 따지자면 60대 40 정도가 될까 만은,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 때문에 단골로 정해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주 메뉴가 나오기 전 반찬만 한 그릇 비워내는 매력 또한 버릴 수 없는 곳도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작가이자 연출가인 성재준의 작품을 찾는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가 선보인 일련의 작품들은 ‘로맨틱 코미디’물로 상큼하고 재치있는 사랑이야기가 가득했다. 연인, 친구들과 함께 보면 마음껏 웃고 박수를 친다. 멋진 남자, 푼수 같은 여자, 아련한 사랑이야기, 재치있는 연애담은 젊은이들의 마음에 무겁지 않은 즐거움을 가득 안겨준다.

뮤지컬 <카페인>도 이러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낮에는 바리스타가 있는 커피 전문점, 밤에는 소믈리에가 있는 와인바로 바뀌는 카페를 배경으로 사랑에 대한 바리스타와 소믈리에의 정의가 옥신각신 오고 간다.

자신과 헤어진 남자친구는 바로 다음 여자와 만나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끝에서 두 번째 여자’ 바리스타 이세진과 휴대폰에 가득 ‘빈티지 이쁜이들’ 리스트가 담긴 연애박사 소믈리에 강지민, 사랑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메시지와 사랑에 여유로울 수 밖에 없는 그의 말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진의 앞에 ‘새로운 이상형’이 나타나자 이들은 고분고분한 제자와 연애 카운슬러로 우정을 넘나드는(?) 관계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지난 1년 간 제작준비를 해 왔고, 배우들의 커피와 와인에 대한 철저한 학습도 선행이 되었다니 갓 지어 ‘따끈따끈하고 고슬고슬한 밥’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여기에 곁들인 반찬 맛 또한 매력적이다.

우선, 바리스타와 소믈리에라는 이 시대의 트랜드를 중심에 넣고 있다. 작곡가 김혜영은 라틴, 왈츠, 보사노바 등 다양한 선율로 뮤지컬 넘버들을 채웠다. 많이 욕심 낸 가사는 노래에 꽉 들어찬 느낌이지만, “중독되고 싶어, 내 안의 카페인처럼” 같이 감미롭게 귀에 아로새겨지는 몇몇 곡들은 인상적이다.

이별에 아파하다가도 조금 있으면 굳세게 웃어 보이는 세진이는 귀엽고, 멋진 느끼남 지민이는 때론 ‘웃기게’ 나와 허를 찌르기도 한다. 가슴을 간지럽게 하는 결말과 고개가 뒤로 넘어가게 만드는 마지막 대사는 예상가능 했지만 그리하여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을 더 없이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커피의 카페인과 와인의 알코올은 가까이 했을 때 중독이라는 매력적인 마수의 손을 뻗어내고야 만다. 소주와 숭늉이 더 어울릴 법한 백반 이야기기로 글의 문을 열었지만, 뮤지컬 <카페인>을 보고 나오는 길, 한껏 사늘해진 바람 속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이나 은근한 와인 한 모금이 생각난다. 무언가에 중독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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