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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지금은 논쟁 중

작성일2009.09.07 조회수2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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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 그 단순함.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시작되기 전 노출장면에 대한 언론과 관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홍보 수단에 불과했다’, ‘청소년 관람이 가능한 작품인 만큼 적절한 노출 수위를 지켰다’는 노출 수위에 관해서는 다소 김빠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달 29일, 전라연기라는 이슈를 안고 프랑스 작가 마리보의 대표작 <논쟁>이 국내 초연 무대에 올랐다.

동영상과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서명(주민등록번호, 이름 기록)을 하는 심상치 않은 입장 절차를 끝내야 보조석 까지 꽉 찬 객석으로 입장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 어느 쪽이 더 빨리 변심하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지고, 그 해답을 찾고자 원초적 본성을 간직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펼쳐진다.

18년 간 격리되어 살아온 남녀의 첫 대면이 본격적인 시작이다. 실험이 시작되자, 관객석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그야말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뛰노는 여배우의 생경한 모습에 사회적 학습을 통해 타인을 의식하는 법을 배운 관객들은 헛기침을 내뱉는다. 다듬어지지 않은 본성의 움직임은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최초로 자신을 발견한 실험 대상자 ‘나(윤채원)’는 자신과 다른 이성 ‘누(윤길)’을 보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시각, 미각, 촉각을 통해 맛본 달콤한 사랑에 그들은 영원을 약속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쌍, ‘너(이은주)’와 ‘우(최규화)’도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여자인 ‘나’와 ‘너’가 처음 만나는 동성을 보며 “너는 나 보다 아름답지 않아!”라며 서로를 깎아내리며 질투, 시기의 감정을 느끼는 동안 남자인 ‘누’와 ‘우’는 “너는 매력은 없어도 같이 있으면 좋아”라는 우정이라는 감정을 나눈다. 그리고 두 쌍의 남녀는 새로운 이성을 만나자 불쑥 솟아난 또 다른 사랑의 감정에 혼란에 빠진다.

본능에 충실한 실험자들의 움직임은 관객과 무대 위에 서 있는 관찰자들에 의해 쉴 새 없이 기록된다. 눈으로 보이는 충격이 강했던 탓일까? 무대에서 펼쳐지는 실험은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감정을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원초적 본성을 가진 인간을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는 허를 찌르는 메시지는 없었다. 18년의 격리 생활을 통해 언어와 노래만 배웠다는 등장인물들은 옷을 벗음으로 본성을 드러냈다는 느낌보다 어리숙한, 우매한, 쑥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전라의 연기를 60분 동안 펼쳐내며 열연중인 배우들을 향한 관객들의 격려가 뜨겁다. 전회 매진을 기록한 <논쟁>은 급기야 극장을 옮겨 연장공연에 돌입한다고 한다. 티켓 판매 저조로 울상인 공연계에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남성 관객 예매율 60%를 넘는 이 연극은 20세 이하의 관객은 입장할 수 없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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