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공연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많은 팬들은 멈추지 않는 떼창과 환호로 40여 년간 간절히 기다려온 이 순간을 온 몸으로 만끽하고 전율했다.

올해 슈퍼소닉의 단연 화제는 헤드라이너, 그룹 퀸이었다. 세대를 초월한 세계적인 영국 밴드 퀸은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1991년 에이즈로 사망한 후에도 꾸준한 공연 활동을 펼치며 그들의 저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첫 내한 무대라 많은 이들이 더욱 손꼽았던 이번 공연은 퀸이 자신들이 한국에 드디어 왔음을, 국내 팬들 앞에 섰음을 알리는 듯한 '나우 아임 히어'(Now I'm Here)로 시작했다. 밴드를 결성했으며 자신의 기타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기로도 유명한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 솔로가 백미인 곡이기도 하다.

누가 채워도 성에 안 찰 프레디 머큐리의 빈자리에 아담 램버트는 아주 매력적으로 서 있었다.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8의 준우승자로, 자신의 첫 앨범으로 세계 투어를 했을 정도로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을 낳은 아담 램버트는 이번 한국 무대에서도 폐부를 찌르는 강렬하고 시원한 가창력을 유감없이 드러내었다. 큰 키와 짙은 이목구비, 특유의 섹시함이 매력인 그는 화려한 금빛 의상과 왕관, 소품 등을 이용해 무대 위를 뛰고 구르고 때론 드러누워 노래하며 순간순간의 분위기를 강렬하게 이어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메리칸 아이돌 오디션을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로 보고(물론 사이먼 코웰의 독설이 잇따랐지만), 결승 무대에서는 퀸과 함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를 부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객석과 무대 위 사람들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순간은 브라이언 메이가 단출하게 무대 중앙에 홀로 앉아 기타를 치며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부를 때였을 것이다. "프레디를 위해 함께 노래하자."며 시작된 그의 노래는 금새 많은 팬들의 합창으로 이어졌고, 기타 연주를 하며 이를 가만히 듣던 브라이언 메이가 무대 뒤를 가리키자 그 곳에서는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공연 모습이 영상으로 등장해, 이윽고 모두가 함께 노래하는 감동의 시간이 연출되었다.

신들린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뿐 아니라 퀸의 또 다른 신화 로저 테일러의 열정적인 드럼 연주를 눈 앞에서 마주한 것도 더없는 팬들의 기쁨이었을 것이다. 드러머로는 드물게 보컬까지 맡고 있는 그는 공연 내내 아담 램버트와 함께 노래했는데, 특히 자신이 작곡한 '라디오 가가'(Radio GaGa)에서 폭발적인 드럼연주와 노래를 함께 선보였으며 이에 관객들의 리듬에 맞춘 박수가 더해져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그의 아들 루퍼스 타이거가 퍼커션 연주자로 이번 무대에 합류한 것도 이색적이다.

약 2시간 동안 21곡의 노래들을 선사했지만 많은 팬들은 대미를 장식할 앵콜곡이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와 '위 아 더 챔피온'(We are the champions) 임을 아는 듯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열렬한 앵콜 요청 끝에 돌아온 퀸은 비록 프레디 머큐리는 이 땅에 없지만, 그의 목소리, 그가 만든 노래들과 함께 그룹 퀸이 여전히 건재함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이번 퀸의 내한은 전설에 묶여 있지 않고 아티스트로서의 실력과 노련함, 식지 않은 열정의 현재진행형 그룹이 퀸임을 여실히 느끼게 한 무대였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