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비틀린 욕망, 잔혹한 눈빛…황정민이 연기할 <리차드3세>는?

작성일2018.02.02 조회수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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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등이 기괴하게 굽은 남자가 있다. 왕의 죽음에 얼굴을 붉혀 오열하던 그는 다음 순간 눈을 번뜩이며 기민하게 무리를 장악하고 음모를 꾸민다. “천 개의 혓바닥아, 움직여라! 황태자가 왕비의 사생아라는 소문을 퍼뜨려라!” 왕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 궁정은 순식간에 남자의 뜻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또 다른 장면. 정적을 몰아세우던 남자는 돌연 망치를 들고 벌떡 일어나 정적의 머리를 서슴없이 내리친다. 피범벅이 된 회의장. 남자의 잔인한 눈빛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남자에게 왕이 되어달라 간청하고, 조금 전 사람을 죽인 남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며 순한 웃음을 짓는다.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을 품은 인물, 셰익스피어가 탄생시킨 매력적인 악인 ‘리차드3세’가 배우 황정민에 의해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인물로 재탄생했다. 오는 6일 개막하는 연극 <리차드3세>에서다. 지난 1일 언론에 일부 공개된 <리차드3세> 연습실에서는 우선 타이틀롤을 맡은 황정민의 열연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극 <리차드3세>는 곱추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총명하고 권모술수가 탁월했던 요크가의 마지막 왕 리차드 3세의 이야기다. 그간 <왕세자 실종사건><메피스토> 등을 이끌었던 서재형이 연출을 맡았고, 최근 제11회 차범석희곡상에 당선된 한아름 작가가 원작의 고어체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다듬었다. 황정민을 비롯해 정웅인, 김여진, 김도현, 박지연 등이 출연한다.
 
1일 공개된 연습실에서는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는 몰론 어린 조카들과 귀족들을 차례차례 제거해나가는 리차드3세의 모습이 펼쳐졌다. 동생의 계략으로 죽임을 당하는 에드워드4세 역의 정웅인, 리차드3세 때문에 어린 아들을 잃고 비탄과 원한에 잠긴 엘리자베스 왕비 역의 김여진, 리차드3세의 심복 버킹엄 역의 김도현 등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 호흡이 빛났다.
 



특히 황정민, 정웅인, 김여진 등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합이 작품의 큰 기대 요소다. 김여진은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하는 연습에 대해 “정웅인은 볼륨(발성)이 너무 커서 내가 딸려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대극장에서 빛이 나는 배우인 것 같다. 황정민 배우와의 작업은 워낙 기대했었는데, 정말 질린다 싶을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하더라. 연습실에 제일 먼저 오고 제일 마지막에 나간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모두 원캐스트로 배역을 담당하며, 주요 배역 외에도 최대 1인 8역까지 다양한 인물로 분한다. 이에 대해 황정민은 “요즘 원캐스트를 신기하게 생각하는데, 원래 원캐스트를 하는 것이 맞다. 특히 연극은 더 그렇다. 몸 관리를 비롯해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나가는 것이 배우의 자존심이자 역할에 대한 자존심”이라고 답했다. “원캐스트만이 가진 에너지를 잘 모아 공연에서 터트리겠다”는 그의 말이 기대를 높였다.
 



이번 공연은 배우들의 열연뿐 아니라 현대적 감각을 더한 무대 및 의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서재형 연출은 비틀린 욕망을 품고 질주하는 리차드3세에 대해 “꼭 왕좌가 아니라도 우리 모두는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우리도 어딘가 비뚤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지점에서 리차드3세를 보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는 무슨 욕망으로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왜 멈추지 못하는지를 묻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황정민 역시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내가 지은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라는 대사를 꼽으며 “현시대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누구나 많은 욕망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누가 정말 악인인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연극 <리차드 3세>는 오는 2월 6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구성: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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