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품”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신작 ‘킬롤로지’

작성일2018.05.03 조회수2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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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다.”
 
지난 4월 26일 개막한 연극열전 신작 ‘킬롤로지(Killology)’의 연출을 맡은 박선희의 말이다. 표면상으로 이 연극은 분명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다. 하드코어한 온라인 게임, 살인, 복수, 집단구타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이 작품은 일그러진 가족 관계에 대한 진중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2일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박선희 연출과 출연진이 전한 이야기에서도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었다.
 
‘킬롤로지’는 영국 극작가 게리 오웬의 최신작이다. 지난해 영국 초연에서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올리비에어워드 작품상, 웨일스시어터어워드 극작상 및 최고남자배우상 등을 수상했고, 연극열전이 라이선스를 가져와 연극열전의 일곱 번째 시즌 첫 작품으로 선보이게 됐다.
 
제목 ‘킬롤로지’는 극중 인물 ‘폴’이 만든 온라인 살인 게임의 이름이다. 극은 이 게임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지, 또 어떻게 폭력을 재생산하게 되는지를 비춘다.
 



특히 공연 형식이 독특하다. ‘킬롤로지’ 게임을 만들어 큰 부자가 된 폴, 게임과 동일한 방법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데이비’, 아들 데이비의 죽음에 복수하려는 ‘알런’ 등 세 명의 인물이 각각 독백으로 극을 이어간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관객을 향해 이야기를 하지만, 세 명의 이야기는 서로 절묘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알런 역의 이석준과 김수현, 폴 역의 김승대와 이율, 데이비 역의 장율과 이주승이 극의 전·후반부를 번갈아 맡아 전막을 시연했다. 독특한 형식과 치밀한 구성,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 공연 내내 온전히 무대에 시선을 집중하게 했다.
 



시연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선희 연출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게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짚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작업에 임했다는 박 연출은 “부모들이 공연을 보고 한 번쯤 자식과의 관계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 공연이 그분들에게 좀 더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선희 연출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무대디자인 등 여러 부분이 원작과 다르다. “원작은 좀 더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이다. 우리는 단조롭고 모던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박선희 연출은 무대 위에 나란히 놓인 세 개의 거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장치로서 거울을 활용하고자 했다고. 인물에 따라 거울을 보는 방식도 각기 다르다. 폴과 데이비는 거울을 통해 계속 자신을 반추하지만, 극중 자신만의 환상을 그리는 인물인 알란은 상대적으로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
 



배우들은 모두 "독특한 작품이지만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각자의 독백으로 이뤄진 극의 형식이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고.
 
데이비 역의 장율은 “장문의 독백이 많아 관객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잘 따라올 수 있게 만들지 고민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내가 데이비로서 보여질 수 있을까도 고민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한 사람의 독백이 끝난 후 다음 사람이 어떻게 자기 대사를 이어갈 것인지 배우들끼리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그동안 대중과 눈높이가 맞는 작품을 많이 했다면, 이번 작품은 굉장히 특별하고 시의성이 있어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알란 역 이석준은 “알란은 첫 대사를 한 뒤 30분을 (무대에서)앉아 있어야 한다. 왜 우리를 퇴장시켜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가장 격정적인 순간에 다음 배우에게 감정을 넘기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며 “개인적으로 다른 두 인물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열심히 따라갔다. 폴과 데이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포비아’ ‘대결’ 등의 영화·드라마에 출연하다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이주승 역시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진짜처럼 말을 해야 한다는 것, 관객들이 나를 통해 이야기를 상상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선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김승대와 이율은 각자 표현하고자 했던 폴이라는 인물에 대해 얘기했다. “같은 텍스트로 다른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느꼈다”는 말로 이율과 자신이 연기하는 폴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김승대는 “나는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작업했다. 물론 극화된 부분은 있지만, 주위에 실제로 있을 법한 인물, 그래서 어딘지 친밀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율은 “내가 연기하는 폴은 만화로 비교하면 명랑만화 같은 인물”이라며 흥미를 끌었다.
 



독백으로 이뤄졌을 뿐 아니라 실제와 환상이 어울린 ‘킬롤로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박선희 연출은 “영화적 전환이 많은 작품이라 (영화적) 감각을 갖고 보면 어렵더라도 짜맞춰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관객이 스스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공연, 더 궁금해지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참신하고 강렬한 소재, 진중한 성찰을 담은 연극열전 신작 ‘킬롤로지’는 오는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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