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집 나갔던 노라가 다시 돌아왔다…왜? 연극 ‘인형의 집, Part.2’

작성일2019.03.22 조회수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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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희곡의 효시라 일컬어지는 ‘인형의 집’(1879)은 평생 온순한 가정주부로 살아왔던 노라가 집을 나가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내달 10일 국내 첫 무대에 오르는 연극 인형의 집, Part.2’는 그녀가 15년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국의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Lucas Hnath)가 2017년 발표한 이 희곡은 토니어워즈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큰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 속 노라는 왜 집에 돌아왔을까. 서이숙, 우미화, 손종학, 박호산, 전국향, 이경미 등 탄탄한 출연진으로도 기대를 모은 이 연극의 연습실을 지난 20일 방문했다.
 



▲ 노라 역 우미화, 앤 마리 역 전국향

이날 배우들은 약 30여분간 작품의 일부 장면을 시연했다. 이 연극에서 노라는 집을 떠난 후 갖은 고생 끝에 작가로 성공해 살다가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에 돌아온다. 남편 토르발트가 아직도 법원에 자신과의 이혼을 신청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노라는 처음에는 자신을 반기는 유모 앤 마리와, 다음에는 여전히 이혼을 해줄 수 없다고 버티는 토르발트와, 또 그 다음으로는 그사이 성인으로 훌쩍 자라나 어느새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 에미와 각기 논쟁을 벌이며 자신이 토르발트와 떳떳이 이혼하고 ‘노라 헬머(남편의 성)’가 아닌 그냥 ‘노라’가 되어야 할 필요를 역설한다.
 



그런데 이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단지 노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15년간 아내 없이 살아온 토르발트에게도, 노라를 대신해 그녀의 아이들을 키워온 유모 앤 마리에게도, 엄마의 얼굴도 모르고 자란 딸 에미에게도, 돌아온 노라의 이혼 요구를 쉽게 들어줄 수 나름의 사정이 있다. 극은 이들의 논쟁을 통해 가부장제 아래서 각각의 인물들이 겪는 불합리와 고충을, 또 15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성차별적 인식을 짚으며 통찰을 던진다.
 



▲ 토르발트 역 손종학, 노라 역 서이숙

이 연극에서 노라는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육룡이 나르샤' 등과 연극 '엘렉트라' 등에 출연했던 서이숙과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등에서 활약하다 최근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출연했던 우미화가 연기한다. 노라의 남편 토르발트는 영화 '공모자들', 드라마 '미생', 뮤지컬 '모래시계', 연극 '맨 프럼 어스'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약해온 손종학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비롯해 연극 '프로즌' 등에 출연했던 박호산이 맡았다.

이와 함께 유모 앤 마리 역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의 전국향이, 노라의 딸 에미 역은 연극 '하이젠버그', '비너스 인 퍼', '뜨거운 바다'의 이경미가 맡았다. 연극계에서 제각기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이들이 빚어내는 호흡은 짧은 연습 장면만으로도 몰입을 이끌어내며 본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 토르발트 역 박호산

연출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연극 '하이젠버그' 등의 무대를 이끌어온 김민정이 맡았다. 김민정 연출은 이번 작품에 대해 “헨릭 입센이 ‘인형의 집’에서 당대의 사회 구조적 모순을 예리하게 통찰했다면, 루카스 네이스는 ‘인형의 집, Part.2’에서 결혼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제도 안에 숨은 윤리, 책임, 욕망, 자유, 독립성 등의 다양한 화두를 조목조목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출은 “자신의 독립성과 존엄성을 위해 사회로 나갔던 노라는 사회와 역사가 진보하는데 꼭 필요한 인물이지만, 그녀가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도 너무나 컸다. 관객들이 그녀를 통해 과연 인간은 무엇을 움켜쥐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시면 좋겠다”며 “(앞서 열거한) 화두들에 대한 논쟁이 공연이 끝난 후 더 거대해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지리라고 예고했다.
 



▲ 에미 역 이경미


극 중 15년 만에 재회한 가족들과 긴 이야기를 나눈 노라는 마지막에 다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헨릭 입센이 ‘인형의 집’을 발표한 후 140여 년이 지난 지금, 후대의 창작자에 의해 무대에서 재탄생한 노라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그 울림 깊은 장면은 무대에서 만나보자. 연극인형의 집, Part.2’은 4월 10일부터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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