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응원과 연대에 초점” 진심 다해 무대 만든 뮤지컬 ‘마리 퀴리’팀의 말말말

작성일2020.08.07 조회수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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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차 장면에서부터 ‘마리 퀴리’의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는 감동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순간이 평생 가슴 깊이 남을 것 같다.”

지난 달 30일 재연 무대에 오른 뮤지컬 ‘마리 퀴리’ 주연 배우 김소향이 전한 말이다. 2017년 처음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8년 트라이아웃 공연과 지난 봄 초연을 거쳐 다시 두 번째 무대에 오르기까지, ‘마리 퀴리’가 거쳐온 여정은 길고 각별했다. 수정을 거듭하며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완성한 창작진과 배우들의 노력 뒤에는 천재 과학자였지만 여성이자 이방인으로서 고통을 겪었던 마리 퀴리에 대한 존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완성된 재연 무대에서는 보다 큰 스케일로 완성된 무대와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진심이 녹아 든 열연이 이목을 끌었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라듐을 발견한 공로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그린다. 2017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에서 최종 선정돼 1년 간의 개발 작업을 거쳐 2018년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관객을 만났고, 이후 대대적인 수정 과정을 거쳐 지난 봄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옥주현이 합류한 이번 공연은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커진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겨 몸집까지 키웠다.
 



6일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마리 퀴리’의 배우들은 약 한 시간에 거쳐 주요 장면을 선보였다. 모국 폴란드를 떠나 파리로 이주해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연구에 매진하는 마리의 모습, 노벨상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았으나 라듐의 위해성을 발견하며 깊이 고뇌하는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다. 첫 장면의 기차를 비롯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마리가 군인들을 위해 제작했던 X선 검진 차량 ‘리틀 퀴리’ 등 새롭게 추가된 무대장치도 눈에 띄었다.
 



여성과 여성의 연대에 초점…”기존의 틀 벗어나고 싶었다”
뮤지컬 ‘마리 퀴리’가 특별한 점은 천재 여성 과학자로서 그녀가 겪은 명과 암을 그려낸 것 외에도 ‘여성들 간의 연대’를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이다. 이 극에서는 라듐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공장 동료들을 위해 투쟁하는 안느 코발스키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해 마리 퀴리와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

천세은 작가와 함께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김태형 연출은 “여성이 주인공인 뮤지컬은 많지만, 그의 조력자나 친구, 라이벌은 남자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성별(여성과 여성)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감동적인 공연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보다 넓게는 여성, 혹은 천재 과학자라는 타이틀을 넘어 자신의 존재가치 증명을 위해 분투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었다는 것이 연출가의 말이다. 안느가 마리에게 “당신의 존재 자체로 충분해”라고 노래하는 ‘그댄 내게 별’ 장면에서 도드라지는 메시지다. 김 연출은 “인생에서 이뤄낸 성과가 무너질 것 같을 때 느끼는 공포와 불안, 고뇌는 누구나 같을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이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가 귀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천세은 작가는 “만약 마리 퀴리가 객석에 앉아 이 공연을 보더라도 조금이라도 죄송하거나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지 매일 질문한다”며 마리 퀴리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공연을 준비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벽을 허물듯 꾸준히 노력했던 마리 퀴리의 모습 그리고 싶어”
배우들도 소감을 밝혔다.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마리 퀴리 역을 맡아온 김소향은 “처음엔 시중에 출간된 마리 퀴리 관련 책을 가능한 한 다 읽어보려 했다. 그런데 공연을 거듭하며 느낀 것은 배우는 자기 안에서 캐릭터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마리처럼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몇 년을 보내며 수없이 상처받고 위축된 적이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조금씩 벽을 허물고자 노력했던 마리의 모습이 그려지더라”라고 말했다.

“한 순간 강하게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벽을 허물듯 노력하는 마리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김소향은 이어 “당신들이 무엇을 하든 그것이 모두 가치 있고 아름답다는 말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봄소리와 함께 안느를 연기하는 김히어라는 “김소향이라는 배우가 실제로 고난을 거쳐 마리 퀴리가 됐고, 주현 언니도 그렇다. 언니들이 연기하는 마리 퀴리를 보며 제가 마리 퀴리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안느)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감동적”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안느로서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소감을 말혔다.

이봄소리 또한 “소향, 주현 언니와 마리 퀴리가 서로 맞닿아 있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내 상대 배역은 주로 남자 배우였는데, 언니들과 분노, 슬픔, 기쁨 등의 감정을 같이 교류하다 보니 연대감이 더 깊어져서 좋다. 여성 배우뿐 아니라 모두가 좋은 공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느껴져서 평생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로 객석에 훈훈한 웃음을 안겼다.
 



라듐의 위해성을 알면서도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는 사장 루벤 역 김찬호는 “내가 나쁘지 않아서 이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굉장히 힘들었다”며 웃음 지으며 “사실 루벤이 나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고, 같은 역의 양승리는 “어느 작품에나 빌런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그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김찬호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마리 퀴리의 반대편에서 거울처럼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마리 퀴리의 든든한 조력자인 남편 피에르 퀴리로 분하는 박영수는 “마리 옆에 피에르가 있듯이 여러분 옆에도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소중한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를 발견하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는 말로 색다른 관람 포인트를 짚었고, 임별은 “이 공연을 하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많이 느낀다. 그 따뜻함과 힐링을 관객 분들도 함께 느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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