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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룩 입은 로맨틱 돌연변이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작성일2016.12.26 조회수3914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판타지 로맨스로 재탄생했다. 지난 16일 개막한 창작 초연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제작진은 약 일주일동안 관객들의 의견을 수용해 작품을 다듬은 후 23일 언론에 주요 장면을 공개했다.

성종완 연출, 허수현 음악감독이 참여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은 핵전쟁 후 폐허가 된 미래의 지구다. 생존자들은 지하철역을 거점으로 살아가는데 인간들이 모여 사는 지하철역은 카풀렛 역, 오염물질로 인해 탄생한 돌연변이들의 거점은 몽타궤 역이다. 인간과 돌연변이는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 관계이지만 돌연변이 소년 로미오와 인간 소녀 줄리엣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프레스콜이 열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 들어서자 공사현장에서나 볼 법한 철골구조물을 연결해 만든 3층짜리 무대가 먼저 눈에 띄었다. 배우들은 정글짐처럼 복잡한 이 구조물을 오르내리고 무대 중앙의 움푹 패인 통로까지 기어다니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쉴새 없이 뛰어다니고 격한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은 지난 4월부터 유산소 훈련으로 체력을 다졌다. 조풍래, 동현과 함께 로미오 역을 맡은 고은성은 “지구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공연 중 이리저리 오르내리다 보면 너무 힘들다. 넘버 제목처럼 난 ‘누굴까’라는 생각까지 든다.”며 체력적인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줄리엣 역을 맡은 양서윤, 김다혜, 전예지가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다. 돌연변이들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는 남자배우들 못지 않은 활동량을 소화하면서 철골구조물 끝에 위태롭게 서서 노래한다. 김다혜는 “처음 무대에 올라갔을 때 당혹감은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연습하면서 안전하게 연기하는 방법을 터득해왔다. 지켜보는 관객들이 불안하지 않게 집중력 있고 안전하게 공연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프리뷰 공연을 거치며 수정한 부분 중 하나는 ‘돌연변이’ 분장이다. 첫 공연에서 로미오는 돌연변이라는 설정에 충실하게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분장했다. 하지만 과한 분장 때문에 줄리엣과의 로맨스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관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분장을 순화했다. 잿빛 피부톤과 밝게 탈색한 머리, 뺨과 팔에 그려진 검붉은 흉터가 돌연변이들의 외적인 특징이다. 성종완 연출은 “작품 구상 초기에는 더 공포스런 분장으로 돌연변이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특수분장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줄리엣과의 로맨스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돌연변이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충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제작과정을 전했다.

의상에서는 군화, 탄띠 등 군복에서 가져온 요소들이 눈에 띈다. 의상디자이너의 초기 구상은 ‘펑크룩’이었다. 기존 질서에 대항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대변한다. 핵전쟁 이후 버려진 군복들을 수선해서 입었다는 해석을 곁들이면서 펑크룩에 군복 요소들이 더해졌다.

강렬한 락 사운드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넘버들은 멜로디가 귓가에 오래 남는다. 가요처럼 어렵지 않게 전개되는 코드 덕분이다. 허수현 음악감독은 “인간과 돌연변이의 대립과 사랑을 그려내는 데에는 기타와 드럼 비트의 강렬한 사운드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 테마는 스트링이 많이 가미된 아름다운 팝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작곡 의도를 설명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강렬한 넘버, 그리고 몸을 사라지는 않는 배우들의 연기가 버무려진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2017년 3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