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이번엔 노래도 즉흥으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팀의 특별한 연습 현장

작성일2018.05.16 조회수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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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 초연 후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영미, 이정수, 홍우진 등 초연 멤버와 함께 안창용, 소정화, 한세라, 박은미, 정다희 등 새로운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 공연팀은 초연보다 즉흥성이 더욱 강화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이달 초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바로 영국 ‘쇼스타퍼(Show-stopper)’ 공연팀으로부터 즉흥극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워크샵이다. 지난 8일, 플레이디비가 그 현장을 방문했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김태형 연출이 해외에서 본 즉흥극을 참고해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이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즉석에서 관객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매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야기의 기본 플롯과 넘버 구성은 동일하지만, 공연의 제목과 장르,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특징 등은 매일 달라졌다.
 



올해는 공연이 한층 더 창의적이고 즉흥적인 무대로 만들어진다. “좀 더 새로운 형태로 공연을 만들어보려 한다”는 김태형 연출은 이번에는 극중 넘버까지 일부 즉석에서 만들어진다고 예고했다.
 
이를 위해 제작사인 아이엠컬쳐(대표 정인석)는 영국에서 10여 년간 즉흥극을 펼쳐온 ‘쇼스타퍼’ 팀을 초청해 지난 6일부터 7일간 특별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쇼스타퍼’팀의 음악감독 던컨 앳킨스(Duncan Walsh Atkins)와 배우 앤드류 퍽슬리(Andrew Pugsley), 수잔 해리슨(Susan Harrison)은 이 기간 동안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팀에게 즉흥극의 여러 노하우를 전수했다.
 



(위부터 시계방향) 음악감독 던컨 / 배우 앤드류, 수잔
 
“세 명만 앞으로 나오세요. 여러분은 지금 박물관에 놀러왔어요!”
“이번엔 다섯 명이 해볼까요? 갱스터들이 모인 1920년대 시카고에요!”
 
플레이디비가 연습실을 방문한 8일에는 배우들이 ‘쇼스타퍼’ 팀으로부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연습 전 간단한 게임으로 몸을 푼 배우들은 곧이어 지시에 따라 멤버 구성을 바꿔가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었다. 음악감독이 반주를 넣으며 “박물관에 놀러왔어요” 혹은 “화려한 귀족 연회장이에요”라고 상황을 알려주면, 그 순간 떠오르는 가사와 멜로디로 노래를 이어가는 식이다.
 
연습 장면을 지켜보니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배우들은 첫 순간만 잠시 머뭇거렸을 뿐, 금세 음악의 장르와 리듬, 그리고 제시된 상황에 맞춰 즉석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박물관은 밤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신비로운 장소가 됐고, 연회장은 한껏 꾸민 여자들이 자신을 뽐내고 서로를 견제하는 발랄한 파티 현장이 됐다. 배우들은 중간중간 노래와 어울리는 안무와 화음까지 만들어 넣었다. 이를 지켜보던 ‘쇼스타퍼’팀은 아낌없는 칭찬과 함께 “가사를 만들 때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거나 “특정 단어만 떠오를 때는 아예 분위기를 띄우는 반복 음절로 활용해라” 등의 조언을 했다.  
 



“나의 또 다른 능력을 발견하는 것 같아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설사 무대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넘기는 순발력, 그리고 용기를 배워가는 과정 같아요.”(이영미)
 
“정해진 대본을 갖고 공연할 때는 워낙 익숙해져서 오히려 기초적인 것들을 잊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정해진 것 없이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들을 표현하다 보니 마음이 더 움직여지고, 상대에게도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위 사물이나 풍경, 소리에도 더 눈과 귀를 열게 되고요.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입니다.”(안창용)
 



배우들뿐 아니라 제작진도 다양한 노하우를 배웠다. 김태형 연출은 배우들과 함께 즉석 공연에 참여했고, 음악 조감독은 어떻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반주를 할지를 배웠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팀은 이 워크샵에서 익힌 것들을 공연에 적극 반영해 한층 새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워크샵을 하면서 ‘우리 배우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네’ 하고 굉장히 놀랐어요.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그동안 여러 뮤지컬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경험과 자료들을 내면에 쌓아둔 상태이기 때문에, 어떨 땐 정말 완성도 높은 노래가 즉석에서 만들어지기도 해요. 이번 공연에서도 최소한 몇 곡은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완전히 새로운 포맷,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김태형 연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오는 7월 6일부터 8월 19일까지 TOM 2관에서 펼쳐진다.
 



영국 ‘쇼스타퍼’ 공연팀 인터뷰
Q 여러 나라에서 이런 워크샵을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한국 배우들과 작업해본 소감은. 
수잔: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선 목소리가 너무 좋고, 즉흥적으로 좋은 선율을 만들어내고, 에너지도 강하다.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라 우리들도 계속해서 또 다른 걸 알려주게 된다.
 
앤드류: 배우들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서 우리도 이 워크샵을 진행한 지 3일밖에 안됐다는 걸 자꾸 잊게 된다(웃음). 그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지도 인상적이다. 한국에 즉흥극이 별로 없다고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이 새로운 작업에 몸을 내던져서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던컨: 기본적으로 배우들의 기술적인 수준, 음악이나 연기 진행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한국의 뮤지컬 교육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Q 즉흥극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느끼는 즉흥극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수잔: 계속해서 도전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 즉흥극의 매력이다. 관객들 입장에서도 지루할 틈 없이 계속 새로운 걸 마주하게 된다.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재미있다.
 
앤드류: 어쩌면 즉흥극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공연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 순간에 한번만 존재하고, 극이 끝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동료 배우들이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즉흥으로 해내는 걸 보면 너무 놀랍고 재미있다. 한 번은 어떤 배우가 너무나 훌륭한 곡을 만들어 불러서 던컨이 키보드를 치다가 일어나 그 배우를 안아준 적도 있다.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기 때문에 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Q 즉흥극에 임하는 배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앤드류: 많은 공연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무의식에 쌓여 나중에 무대에 섰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도록. 우리는 배우들에게 ‘창의적이 되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을 새로운 상황에 던져놓고, 그때그때 튀어나오는 것들을 표현하게 한다.
 
수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열려 있는 자세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걸 긍정하고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던컨: 팀원들끼리 호흡을 잘 맞추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듣고 불러봐야 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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