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모든 동화를 이처럼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앞으로 펼쳐지는 두 ‘동화’의 등장이 무척 낯설고 신선할 것이다.

정치, 욕망, 죽음 등의 이야기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악기 연주와 배우들의 노래에 어울려 아름답게 펼쳐지는 연극 <소녀, 악마 그리고 풍차>와 <생명수>의 장면이 공개 되었다.

2008년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 초청된 프랑스 오데옹 국립극장의 작품인 두 연극은, 언어학자이자 세계적인 동화 작가인 그림 형제(형 야코프 그림, 동생 빌헬름 그림)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녀, 악마 그리고 풍차>는 현재 오데옹 국립극장의 극장장이자 예술감독이며 연극, 오페라 등 왕성한 연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올리비에 피가 개작하여 1998년도에 초연한 작품으로, 악마의 꾐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손이 잘리고 길을 떠돌다 왕자를 만나지만 또 다시 위험에 처하게 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녀의 손목이 잘리고 아이를 도끼로 죽이려 하는 등 그간 동화 속에 등장하지 않았던 소재와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

이번 공연을 위해 함께 내한한 오데옹 극장의 프로듀서 스테판 게레이로는 동화가 가진 잔혹성에 대해 “그림동화 원전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다”라고 언급한 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세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잔인하고 폭력성 강한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어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잔혹성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이들을 극복하는 모습이 보여진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소녀, 악마 그리고 풍차> 공연이 끝나고 30분간의 인터미션 후 연이어 공연되는 <생명수>는 왕위를 위해 거짓과 간계로 아버지를 속이려는 아들 두 명과, 진심으로 병이 든 아버지를 살릴 생명수를 찾아나서는 막내 아들의 이야기이다. 더욱 구분되는 선악구분과 개, 돼지로 변하는 인간 등 웃음을 이끄는 우스꽝스러운 요소들이 경쾌하게 표현 되었다.

코메디 프랑세즈 등과 함께 프랑스 5대 국립극장 중 하나인 오데옹 국립극장은 유럽의 작품들을 제작, 초청하여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두 작품은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