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진한 향수에 젖게 하는 작품” 뮤지컬 ‘사랑했어요’ 개막

작성일2019.09.27 조회수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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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어요’, ‘내 사랑 내 곁에’. ‘비처럼 음악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故김현식이 남긴 명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했어요’가 막을 올렸다. 앞서 송창의, 나윤권, 이홍기, 이재진, 문시온, 김보경, 신고은 등의 캐스팅이 공개되며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김현식의 음악을 세 남녀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로 담아낸 신작이다. 배우들을 비롯해 정태영 연출, 서병구 안무가 등은 지난 26일 열린 ‘사랑했어요’ 프레스콜에서 이 작품에 대해 “추억과 설렘을 안겨주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공연은 주인공 준혁과 은주가 비엔나로 향하는 기차에서 서로를 처음 마주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음악을 공부하는 준혁은 얼마 후 비엔나에서 다시 은주와 재회하게 되고, 함께 과제를 하며 추억을 쌓는다. 여기에 준혁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기철이 합류하고, 그 역시 준혁처럼 은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후 각기 다른 공간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세 남녀의 애틋한 사연이 故김현식의 서정적인 멜로디 및 노랫말과 함께 펼쳐졌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사랑했어요’는 우선 음악적인 매력으로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더해진 오프닝 넘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시작으로 세 남녀의 듀엣곡으로 재탄생한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으로 편곡된 ‘어둠 그 별빛’ 등 제각기 다양한 편곡과 변주로 탈바꿈한 음악이 무대를 채우고, 경쾌한 안무를 함께 녹여낸 ‘변덕쟁이’, ‘골목길’ 등의 노래도 흥겨움을 더한다.
 



장면 시연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태영 연출은 이번 작품의 준비과정에 대해 “김현식 선생님의 원곡을 어떻게 훼손하지 않고 잘 가져갈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장면 하나하나가 매끄럽고 빠르게 흘러갈 수 있도록 (원곡이) 뮤지컬화 됐다”는 그는 “중장년층 관객들이 자녀분들과 함께 공연을 보시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봤다. ‘사랑했어요’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누군가에게는 설렘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공연의 이야기는 북한 출신의 여주인공 은주의 정체가 밝혀지며 차차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다. 이같은 설정에 대해 정태영 연출은 “사랑은 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 있어야 이뤄지는 것이다. 사랑의 아픔에 대해 얘기하려다 보니 작가님(이희준)이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남북분단)을 물리적 장치로 가져온 것 같다. 세 남녀가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다른 시공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안무도 무대에 풍성함을 더하는 요소다. ‘변덕쟁이’, ‘골목길’ 등의 장면에서는 1980~90년대 유행했던 댄스를 접목한 안무가 펼쳐지기도 한다. 이번 작품의 안무를 만든 서병구 안무가는 “이 뮤지컬의 테마는 남녀간의 사랑과 헤어짐, 그리고 사랑의 추억이다. 그 테마를 장면마다 은유적으로 또는 드라마틱하게 안무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 안무가는 준혁 역 배우들에 대해 “송창의 배우는 앙상블 시절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춤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이홍기 배우도 아이돌 출신이라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나윤권은 몸치라서 걱정이 많았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일취월장했다. 이 자리에서 꼭 칭찬하고 싶다”는 말로 배우에게 힘을 실었다.
 



배우들도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음악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준혁 역 송창의는 "팬이었던 김현식 선생님의 노래로 만들어진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다. 초연이어서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가 컸고,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녹아들도록 열심히 연습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춤을 춘다는 게 즐거웠다”고 연습 과정을 돌아보며 “’사랑했어요’는 가을에 잘 맞는 작품이고, 진한 향수에 젖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송창의와 같은 역할을 맡은 나윤권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첫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됐다. “첫 뮤지컬로 김현식 선생님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하게 되어 큰 영광”이라는 그는 “많은 분들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처음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춤을 출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했다. 16년째 발라드를 하면서 무대에서 했던 동작은 손을 뻗는 것 정도인데, 여기선 선글라스도 쓰고 춤도 춘다”고 웃으며 “베테랑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준혁의 절친한 후배 기철은 FT아일랜드의 이홍기와 이재진, 그리고 문시온이 연기한다. 29일 공연까지 출연한 뒤 입대 예정인 이홍기는 “너무 좋은 뮤지컬을 짧게 하게 되어 슬프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날들’에 이어 두 번째로 주크박스 뮤지컬에 출연하는 그는 “어머니가 처음 대본을 보고 너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확실히 마음을 먹게 됐는데, 다행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그날들’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만, 김현식 선생님의 목소리가 허스키하다 보니 기대를 많이 했다. 모르는 노래도 많았는데 연습하다 보니 좋은 노래가 참 많더라”라는 말로 만족감을 표했다.

이재진은 “연습하는 동안 가사를 되뇌다 보니 서정적이지만은 않고 희노애락이 다 섞인 노래 같았다. 그래서 듣는 것도 부르는 것도 잘 됐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문시온 역시 “원래 김현식 선생님의 팬이어서 이 무대에 서게 된 것이 큰 영광이다. 노래도 많이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곡도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준혁과 기철의 사랑을 받는 당당한 여성 김은주는 김보경과 신고은이 연기한다. "나는 김은주의 청순함과는 거리가 말지만, 사랑 앞에서 직진하는 성격은 닮은 것 같다”는 김보경은 “아무래도 김현식 선생님의 노래에서 나오는 감동이 큰 작품이다. 우리 음악을 20대가 들어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하더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많이 즐기실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로 관람을 권했다.
 

신고은은 "첫 공연을 객석에서 봤는데, 다들 끝나고 돌아갈 때 김현식 선생님의 노래를 부르며 나가더라”고 관객들의 반응을 전하며 “나도 송창의 선배가 노래 부를 때 김현식 선생님이 노래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울었다. 장면마다 다 그림 같고 예쁘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내달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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