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콰지모도는 순수함으로 세계 1등” ‘노트르담 드 파리’한국어 버전 10주년, 윤형렬

작성일2018.05.18 조회수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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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윤형렬은 지난 2월 ‘에드거 앨런 포’ 공연을 끝내고, 3월부터 박사과정 수업을 듣고 있으며, 모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제가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이제 어엿한 10년 차 배우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자신이 이같은 길을 가고 있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윤형렬은 11년 전 ‘노트르담 드 파리’ 라이선스 공연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 작품은 빅토르 위고가 183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송스루 뮤지컬이다. 꼽추이자 추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 대성당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의 여인 에스메랄다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그 당시 에스메랄다를 향해 가슴이 끊어질 듯 절규하는 윤형렬의 콰지모도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고, 그는 이제 다시금 한국어 버전 10주년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인해 무대와 팬,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잃은 것도 있다. 초연을 마치고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한 달의 휴식 기간을 마치고 두 번째 시즌에서는 허리 보호대를 차고 무대에 올랐다. 무엇이든 한 번 꽂히면 악착같이 해내고야 마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그가 목소리를 긁어서 거칠게 소리를 낼수록 관객들은 더 좋아했다. 다음 달 8일에 올라가는 이번 무대에서도 관객들은 더욱 깊어진 콰지모도에게 넋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원조 콰지모도 윤형렬은 인터뷰 후 "아직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며 연습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Q 지금 한참 ‘노트르담 드 파리' 연습 중입니다.
연습한 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아요. 배우 대부분 이전 공연에 참여한 터라 연습 진도가 빨라요. 재미있는 것은 제가 초연이랑 2009년과 2013년 공연은 하고, 2016년 공연은 안 했는데, 지금 크리에이티브 팀이 2016년 공연에서 다 바뀐 거예요. 그래서 이번 연습표에 제가 뉴 캐스트로 되어 있더라고요. 같은 역할의 케이윌은 올드 캐스트고요(웃음).

Q ‘노트르담 드 파리’ 초연 당시 한국어 버전 10주년 공연까지 오리라 예상했나요?
그때는 제가 워낙 어렸고 처음한 뮤지컬이라 10년 뒤까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눈앞에 당장 ‘오늘 공연 잘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뿐이었어요. 이 작품은 스펙터클하면서 간결한 메시지와 아름다운 노래. 그 안에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 오랫동안 무대에 올라오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Q ‘노트르담 드 파리’ 작품 자체로 10주년이기도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뮤지컬 데뷔작입니다.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꿈꿔오던 가수가 됐지만, 활동을 거의 못 하고 있었어요. 답답하고 스스로 많이 위축된 시기였죠. 그런데 한 줄기 빛이 내린 거예요. 그때 당시 제작사가 이 작품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어요. 배우 캐스팅에 대해서 ‘스타 마케팅이 아니어도, 노래만 잘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러다 보니 유명하지도 않은 저에게까지 기회가 왔고요. 그래서 그때 라이선스 초연인데도 저 말고도 신인 캐스팅이 많았어요.  
 



Q 오디션 과정 중, 특별히 기억 남은 일 있어요?
그때 심사위원으로 와 있던 연출가 웨인 폭스가 저에게 했던 말이 있는데,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네 목소리는 콰지모도와 참 잘 어울리고, 노래도 잘하고 좋다. 그런데 넌 너무 어리고 아직 내가 볼 때는 콰지모도의 아픔보다는 클럽에서 노는 것을 좋아할 것 같다”고요. 오디션을 4차까지 봤는데 그가 '저를 계속 들었다 놨다' 했어요(웃음). 그 당시 전 가수 기획사에 있다 보니 오디션에 옷도 예쁘고 입고, 헤어 손질이랑 메이크업도 다 하고 갔거든요. 웨인 폭스가 다음에 올 때는 “자던 모습 그대로 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뭔가 정돈되지 않은, 망가진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그렇게 오디션을 거친 후, 라이선스 첫 공연에 다른 배우 대신 올랐다고요.
제가 첫 공연을 2007년 10월 24일에 했어요. 그날이 제 인생의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날이에요. 원래 첫 공연이 (김)법래 형이고, 둘째 날이 제 공연이었어요. 법래 형 목 상태가 안 좋아서 웨인이 그 전날부터 “혹시 모르니까 준비하고 있어”라고 당부하긴 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첫 공연에 제가 올라가게 된 거죠.

김해라는 작은 도시였지만 라이선스 작품이고, 또 아시아 초연이어서 그때 서울에서 그 먼 김해까지 기자분들이 많이 내려왔어요. 그런데 거기서 기자들이 그동안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배우를 만난 거예요. 그래서 그 당시 주목을 좀 받았어요(웃음).

Q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콰지모도는 어떤가요?
10년 전에 말도 못 하고 아기였던 조카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에요. 이제는 나랑 이야기도 통하고 장난도 칠 수 있고. 몇 년 더 있다가는 같이 술 한 잔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뮤지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신인이었던 제가 10년 동안 여러 작품을 만나면서 성장도 했지만 그만큼 세상을 알아버려서 순수함을 잃은 것 같아요. 그때는 날 것 그대로의 풋풋하고 거친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습하는 매 순간도 도전이에요. 다 덜어내고 정말 중요한 순수함을 한 가지만을 가져가려고요.
 



Q 콰지모도는 어떤 사람인가요?
콰지모도는 워낙 고립되어 살았고, 대화할 사람이 그를 거둬 키워준 프롤로밖에 없어요. 성당에 숨어서 항상 사람들을 지켜보기만 하던 친구예요. 이런 아이가 사람 사이의 매너를 배웠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오는 투박함이 있어야 하고요. 그렇지만 그 안에 그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 보여야 하는데, 대사가 있다면 좀 더 의지할 수 있을 텐데 송스루 뮤지컬이다 보니 어려운 면이 있어요.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깊어진 맑은 영혼의 콰지모도를 표현하고 싶어요. 콰지모도는 정말 순수한 영혼이거든요. 이런 캐릭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비록 외모는 아름답지 못해도 순수함으로는 세계 1등이죠. 우리가 모두 다 사실은 콰지모도 같은 열등감, 세상과의 단절을 느끼고 살 때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저도 관객들도 공감하고요. 

Q 콰지모도가 되기 위해서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콰지모도는 일단 신체적으로 특징이 있어요. 꼽추이고, 절름발이예요. 전체적으로 오른쪽이 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그의 얼굴도 오른쪽으로 일그러지고, 눈도 오른쪽이 애꾸 눈이고요. 귀도 오른쪽이 잘 안 들려요. 다리도 오른쪽을 절어요.

초연 당시 연출이었던 웨인 폭스에게 배운 게 있는데요. 그는 원래 투어 팀 댄서 출신이어서 몸을 잘 쓰거든요. 그가 연습 때 “절름발이는 걷고 싶거나 뛰고 싶을 때 어떻게 할까”라고 저에게 묻더라고요. “자기라면 어깨를 쓰겠다. 어깨를 쓰면 치고 나가는 반동이 생기니까 다른 쪽 몸을 좀 더 수월하게 끌고 올 수 있다”라고 알려주더라고요. 처음에는 비뚤어진 이 자세가 익숙지 않아서 정말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분장도 오래 걸리고 특히 헤어는 석고 팩에다 물감을 섞어서 일일이 손으로 꽈서 만들어요. 석고 팩이 제대로 굳은 날은 머리가 엄청 아파요.

그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공연 끝나고 다 씻고 나왔는데 어떤 분이 저에게 “콰지모도는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분장을 지우고 나온 저를 못 알아보고요. 그런데 제 목소리를 듣고 알아봐 주셨어요(웃음).

Q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에스메랄다를 향한 여러 가지 감정이 있겠지만 그가 느끼는 사랑 속에는 결핍과 동경이 있어요. 그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잖아요. 엄마뿐 아니라 여자에 대한 기억도 없는데 에스메랄다라는 건강미 넘치는 여성을 본 거예요. 구릿빛 피부에 항상 광장에서 춤추고 있고요. 처음에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건강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동경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콰지모도가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폭발적인 발전을 하게 된 건 자기한테 물을 줬을 때라고 생각해요. 사실 프롤로가 시켜서 그녀를 납치했지만 나쁜 마음으로 한 건 아닐 거예요. 프롤로가 그녀에게 “주님의 가르침을 알려주자”라고 했기 때문에 그 말대로 따른 거고요. 콰지모도는 범죄인지도 몰랐을 텐데, 페뷔스에 의해 잡히고 감옥에 들어가 형틀에 매달리는 형벌을 받아요. 물을 달라는 요청에 남들은 다 외면하는데 내가 납치하려고 했던 그녀가 땀도 닦아주고 물도 주고요.

그때 콰지모도가 '아름답다'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것이 에스메랄다에 대해 (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마음마저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라고 느꼈을 거예요. 그의 가슴에 그녀가 각인 된 거죠. 그때 ‘난 저 사람을 위해 살아야겠다’라고 다짐하지 않았을까요? 
 



Q 콰지모도가 워낙 강한 캐릭터라서,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이후 마음고생도 했다고요.
무대에 선다는 건 정말 많은 훈련 과정이 필요한 일이에요. 제가 이 작품 이후에 ‘햄릿’을 하게 됐어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잖아요. 어마어마한 작품인데. 그동안은 역할 자체가 꼽추이고 뭘 해도 용서가 되는 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햄릿’이란 작품으로 제 모든 게 발가벗겨졌어요. 그래서 정말 힘들었어요. 무대에서는 걷는 것조차도 다 이유가 있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웠으니까요. ‘햄릿’도 송스루 뮤지컬이어서 대사가 거의 한 줄밖에 없었는데 그것도 잘 하지 못했어요. 내실은 없는데 갑자기 유명해진 거죠.

그때 이후로 군대 가기 전까지, 군대 다녀와서 몇 년 동안도 저는 항상 도전하는 정신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워낙 처음부터 강력한 캐릭터를 만나다 보니,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그걸 뛰어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계속 삽질을 해서 넘어야 할 산을 계속 올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은 많이 떨쳐 버리고 극복했지만요.

Q 만약 이 작품에서 콰지모도 말고 다른 역을 할 수 있다면.
저는 사실 모든 배역이 다 탐나요. 각자의 드라마가 확실하거든요. 페뷔스는 열정적인 남자인데 ‘괴로워’, ‘아름답다’ 노래도 페뷔스 파트가 가장 멋있어요. 어릴 때는 그랭구와르가 멋있어 보였어요. 해설자고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활약하잖아요. 그렇지만 전 나이가 좀 더 들면 프롤로를 하고 싶어요. 츤데레 같은 캐릭터인데, 나이가 들면 프롤로의 마음이 좀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오리지널 캐스트 배우들도 콰지모도와 프롤로 역할을 같이 하는 배우들이 있더라고요. 음역도 둘이 비슷하거든요.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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