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야미스의 여왕' 연극 왕복서간 원작자 미나토 가나에 인터뷰

작성일2019.04.03 조회수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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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왕복서간 원작자인 미나토 가나에)
 
일본 추리소설계의 스타 작가인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연극 ‘왕복서간: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이 4월 2일 개막했다. 미나토 가나에의 많은 작품들이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무대에 오르는 것은 국내에서 연극 ‘왕복서간’이 처음이다.

“이야미스의 여왕”(끝이 찝찝하고 불쾌해지는 미스터리 장르를 칭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가의 다른 작품과 달리 '왕복서간'은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배려, 희망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4월 2일 개막한 이번 공연에서 에녹, 주민진, 신의정, 진소연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하여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작곡가 주영민의 음악이 전 막에 흐르며 극의 깊이를 더했다.

연극 ‘왕복서간’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내한한 원작자인 미나토 가나에는 이번 공연을 보고 무척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소설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해석한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작가인 본인도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한 부분이라고. 연극이 끝나고 플레이디비는 '미나토 월드'라는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상 속의 어둠, 인간 내면의 악의 모습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는 예리함이 드러나는 미스터리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만난 작가는 소탈한 분위기에 따뜻한 미소가 포근한 인상을 던져주었다.

 



(연극 왕복서간 준이치역의 주민진 배우 공연장면)


Q 이번이 몇번째 내한인가요?
소설 <리버스>를 내고 방한한 이후 두번째 내한입니다.
 
Q 오늘 공연을 본 느낌은 어떠셨어요.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감동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작가인 나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
 
Q 이번 작품, <왕복서간>과 같은 중편도 그렇고 <고교입시>나 <고백>, <속죄> 등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은데요. 특별히 학교를 배경으로 삼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독자가 제 작품을 자기 이야기로서 받아들였으면 해요. 독자도 작품의 인물에 자신을 투영했으면 하고요. 그런 면에서 학교는 많은 사람들이 통과해온 곳이라 어른들도 학교라는 장소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간직하고 있든지, 학교에 감정들을 두고 온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많은 분들은 학생의 입장에서 교실의 풍경을 기억할 텐데 저는 교사를 한 적이 있어서 교단에서 학생들을 보는 경험도 있으니, 아무래도 그 점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Q 감정들을 학교에 두고 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커다란 문제가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어땠을까 또는 화해하지 못한 친구가 있다면 내가 이렇게 했으면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같은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 했다면 뭔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다양한 생각들요. 사람들마다 그런 부분이 다 있을 것 같아요.

Q <왕복서간>도 서간문이고 <백설공주 살인사건>이나 <고백> 역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이에요. 일반적으로 1인칭이나 3인칭 시점이 아닌 독백체를 선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왕복서간>은 편지를 주고 받는 방식의 서간문이고,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기자가 취재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독백이 이어진다)
 
일반적인 독백은 소설에만 있습니다. 특별히 사실을 숨기거나 말을 고를 필요가 없죠. 제 작품 속의 독백은 누군가를 향해 말하는 상대가 있잖아요. 그래서 화자의 마음을 숨길 수 있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는 등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작품 속 인물) 이 사람은 거짓말을 잘한다거나 어떤 사람은 너무 말을 많이 한다거나… 그래서 그 사람의 성격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이 없는 사람일 경우는 빨리 원고가 안 나가는 단점도 있지요.(웃음) (기자 : <왕복서간>의 준이치처럼요?) 그렇죠.

 




이제 가끔씩만 이야미스의 여왕이라 불러주세요”
 
Q 아무래도 데뷔작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데뷔작인 <고백>이 충격적인 이유는 악을 행하는 인물이 십대, 어린 나이라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작품을 보면 학교나 회사, 가정 일상 속에서 어두움이 드러나는데요. 평범해보이는 사람들이 악을 행하고요. 작가님은 인간에게 있어 악의 동기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악이라는 내면의 감정이 어떤 경우에 행동으로 옮겨지는지를 생각하면서 <고백>을 썼어요. 악의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데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누군가 막아주는 사람이 있거나 스스로 그러한 생각이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텐데요. 이것이 범죄로 나오는 것은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거나 자기를 과대평가해서 망상을 멈추지 못하는 경우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백>에서 소년A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기 때문에 악이 나왔고, 소년B는 자기 평가는 높았고 부모도 자식에 대한 인정이 있었으나 학교에서는 그것이 부재한 경우였어요. 소년B는 악한 행동을 함으로써 그 사이의 갭을 줄이려 한 거예요.
 
누군가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소년A나 소년B도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누구나 소년A, 소년B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주변 어른이나 또는 아이가 그렇게 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법도 작품 안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이야미스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이 말에 대해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야미스란 싫음을 뜻하는 일본어 이야(いや)에 미스터리(Mystery)를 합친 단어로, 끝이 찝찝하거나 읽으면 읽을수록 불쾌해지고 침전되는 미스터리를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어떤 이야기인지 제 작품에 흥미를 갖게 되는 분들도 있어서 고맙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도 늘어나고 있어서요. 무서운 걸 싫어하는 독자라면 제 책을 보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가끔만 이 말을 붙여줬으면 좋겠어요.(웃음)
 
Q 최근 어떤 작품들은 “예전만큼 독기가 없다”, “독기가 좀 빠졌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요, 그동안 작가님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요?
 
작품을 쓸 때 내 안에 있는 악을 마주하면서 썼어요. 이제 다 쏟아낸 것도 같아요. 소설가로서 여러 이야기를 써야 더 오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다 다시 ‘악의’라는 주제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파도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것 같습니다.
 
악의가 있는 작품을 쓸 때는 나도 괴롭고 코피도 나고 그래요. 이 시기에는 글을 쓰지 않아도, 수퍼에서 아는 사람 만나면 “너 디게 무서운 얼굴 하고 있어” 이런 말을 들었어요. 마음만 생각하면 편안한 이야기가 좋은데, 작업을 생각하면 악의가 있는 작품을 썼을 때 더 빠른 속도로 작업하게 됩니다.
 
Q 좋아하는 한국 문화가 있나요?
 
드라마나 영화 많이 봤어요. 여동생이 이병헌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저도 좋아하게 됐어요. (웃음)
 
 



(연극 왕복서간 주연 배우들과 원작자 미나토 가나에(가운데))


글 : 김선경 (uncanny@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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