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7년 만에 처음 느낀 연기의 재미˝ <보도지침> 봉태규

작성일2017.04.18 조회수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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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파 배우로 관객들에게 매번 깊은 인상을 남겼던 봉태규. 하지만 최근 그는 연기 활동보다 예능에 집중했다. 자연스레 대중들에게는 패셔니스타, 살림꾼이라는 수식어가 더욱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다시 연기에 시동을 건다. 봉태규가 오랜만에 선택한 작품은 연극 <보도지침>. 연극 무대는 무려 7년 만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 실제 있었던 ‘보도지침’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봉태규는 정부의 부당한 지침을 폭로하는 열혈 기자 주혁을 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는 그는 어느때보다도 작품에 대한 소신이 가득해보였다. 또한 아내에 대한 배려심을 가득 담아 말하는 그의 모습은 기자에게 결혼에 대한 환상마저 심어주었다.

 



Q. 한 동안 연기 활동이 뜸했던 같다. 연극 무대로 돌아온 것도 7년 만이라고 들었다.
2009년 연극 <웃음의 대학>을 할 즈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앞에 나서는게 싫었다. 잊혀지는 게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론 좋았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고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공백기가 길어지다 보니 작품 선택하기가 더 어렵더라. 아무거나 할 수도 없고. 연기를 다시 하기가 참 힘들었던 것 같다.

Q. 개성 있는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의외다. 연기하기가 힘들었던 이유가 있나?
데뷔 초부터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많은 얘기들을 들었다. 영화 <눈물>로 데뷔했을 때는 주변에서 ‘넌 악역 조연밖에 못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하더니, 시트콤을 하니깐 ‘앞으로 영화는 힘들겠다’고 하더라. 보란 듯이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를 했더니 또 ‘원탑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하고. 그때는 나이도 어리다 보니 주변 이야기에 신경을 많이 썼었다. 보란 듯이 다양한 작품들에 도전하며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안 좋은 일들을 겪고 몸도 마음도 약해지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흔들리더라.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 지 몰랐고 고민만 늘어갔다. 그래서 계속 피했던 것 같다.

Q. 그런 상황에서 연극을 복귀작으로 택했다니 더 놀랍다. <보도지침>이란 작품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다. 연극 무대는 연기하는 매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보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니 관심이 생기더라. 무엇보다 작품이 재미있었고, 중요한 얘기들을 굳이 힘주어 얘기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오세혁 연출을 만나 <보도지침>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더 믿음이 갔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직접 작품을 해보니깐 어땠나. 이제 곧 관객들을 만나게 될 텐데.
데뷔 후 처음으로 연기의 재미를 느낀 것 같다. 17년 동안 배우로 활동했지만, 이전까지는 단 한번도 연기가 재밌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오히려 괴로웠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달랐다. 출연배우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하는 과정, 모든 것들이 즐거웠다.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하게 연습에 임하고 있다. 물론 오랜만에 서는 무대가 떨리기는 한다. 첫 공연에 아내와 장인, 장모님이 오기로 하셨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웃음)
 



Q. 봉태규가 연기하는 ‘주혁’은 어떤 인물인가.
아마 초연을 보셨던 분들은 당황하실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던 주혁의 모습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조금은 불량한 주혁을 보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주혁이 정의감에 불타는 원칙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니깐 욱해서 일을 벌인 거지. 역사 책을 봐도 욱해서 사건을 일으킨 위인들 있지 않나. 청개구리 같은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 다행히 오세혁 연출도 공감하고 지지해줬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말 궁금하다.

Q. <보도지침>을 보다 보면 연극계 블랙리스트 논란 등 최근 사회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연극을 보고 극의 재미를 판단하는 건 관객들의 몫이듯이 사회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진보, 보수를 떠나 적어도 건전한 사회라면 있는 각자의 생각들을 같은 크기로 발언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 아닐까.

작품 속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미국에서도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사가 있다면 국가와 상의해서 내냐. (아니다 우리는 낸다.) 그럼 국가는 어떻게 하냐. (반박하는 기사를 낸다. 그럼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을 한다.)’ 이 장면이 <보도지침>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Q. 평소 정치에도 관심이 많나?
관심 많다. 좋아하는 정치인은 SNS에서 팔로우도 하고, 팟캐스트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SNS 상에서 성향을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분법적으로 사람들이 판단하는 게 싫다. 글 등을 통해 내 나름대로의 방식을 찾아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다.
 



Q. 최근 ‘살림하는 남자들’이라는 예능에 출연해 주부 못지 않은 살림 솜씨를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살림은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는데, 원래부터 젠더 감수성이 높은 편이었나?
아직 배우는 부분이 많다.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게 큰 것 같다. 내가 변하게 된 건 사진작가인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부터 였다. 잘 나가던 사진작가가 나 하나 때문에 모든 일을 멈춰야한다는 게 너무 미안했다. 아내에게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젤 중요한 게 동등하게 생각하는 거더라. 나를 아끼는 것만큼 그 사람을 아끼기 위해 노력했다. 아내가 임신을 했으니깐 내가 할 수 있는 살림들은 다 하려고 했다. 근데 하다 보니깐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겠더라. 아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깨닫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사회에서 여러가지 젠더 문제가 생기는 건 교육의 부재가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특히 그런 교육이 많이 부족한 편인 것 같다. 그러니깐 공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을 하고 ‘딸 같아서 그랬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를 하지. ‘남자로서의 당당함’이라는 게 참 뻔뻔한 거더라.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면 좀 사회가 나아지지 않을까.

Q. 결혼을 하고 나서 많은 것들이 달라진 것 같다.
거의 180도 달라졌다고 보면 된다. 아내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로서 예쁘다, 아름답다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너무 멋있었다. 저 사람과 알고 지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내가 너무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에 아내마저 똑같이 별로라고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으니깐. 그래서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

Q. 얘기를 듣다 보니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생기는 것 같다. 결혼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결혼을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사람과 어떤 마음을 나누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만난다면 현실적인 문제도 극복해나갈 수 있게 되더라. 나 역시도 반지 하나로 시작했는데 지금 잘 살고 있다.
 



Q. 봉태규는 패셔니스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나? 봉태규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원래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어서 학창시절에 미술을 전공했을 정도다.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그냥 평범한 옷들을 잘 매치해서 입는 것 같다. 유행하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 옷도 연예인치고 진짜 많이 없다. 예전에 방송팀이 촬영하러 집에 왔다가 놀랄 정도였다. 기본에 충실한 옷들을 입으려고 한다. 쇼핑도 별로 안한다. 다만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옷을 하나 살 때 정말 신중하게 사는 편이다. 엄청나게 고민하면서 옷을 고르다 보면 실패확률이 줄어든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차기작 계획은 없다. 일단 이 공연부터 잘 올리는 게 목표다. 정말 객석이 꽉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웃음)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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