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붉은 정원’ 배우 정상윤, 이정화 “뜨거웠던 첫사랑의 추억, 누구나 공감될걸요?”

작성일2018.06.19 조회수3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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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꼭 본공연으로 올라가길 바랐어요. 틈틈이 대표님께 언제 제작하냐고 물어봤을 정도였죠.”

지난해 11월 뮤지컬 ‘붉은 정원’ 리딩공연에 참여했던 뮤지컬 배우 정상윤, 이정화. 2주간의 짧은 연습 기간, 하루 동안만 이뤄진 공연임에도 이들에게 ‘붉은 정원’은 첫사랑의 기억처럼 강렬했다. 아름다운 음악과 완성도 있는 대본 때문에 단숨에 매료됐다는 것.

그들의 염원 덕분이었을까? 보완 및 완성 과정을 거친 뒤 재탄생된 뮤지컬 ‘붉은 정원’이 오는 29일, 리딩공연 후 7개월 만에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초연된다. '붉은 정원'은 러시아의 3대 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원작으로, 아들 이반 그의 아버지 빅토르,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인 지나의 위험한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개막을 2주일여 앞둔 지난 15일, 본공연 개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빅토르 역의 정상윤과 지나 역의 이정화를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Q. 뮤지컬 ‘붉은 정원’이 드디어 본공연으로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리딩공연부터 참여했던 두 분인지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 공연에 애착이 많으시다고요.
정상윤(이하 정) :
2주 동안 ‘붉은 정원’ 리딩공연 준비하면서 정말 즐거웠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도 본공연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정말 생각보다 빨리 이뤄져서 가슴이 벅차고 뿌듯하더라고요. 마지막까지 잘 만들어야죠.

이정화(이하 이) : 올라간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어요. 저 역시도 제작사 대표님께 언제 본공연이 올라가는지 꾸준히 여쭤봤을 정도로 간절히 기다렸던 작품이었어요. 리딩공연 땐 대사로만 들려드렸기 때문에 상상력을 더 열어놨다면, 이제는 그걸 실제로 무대에서 구현해야 하잖아요.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기대돼요.

Q. 처음에 대본 봤을 땐 어떤 느낌이었어요?
정 :
정말 좋았어요. 쉽지 않은 삼각관계인데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풀어냈더라고요. ‘역시 러시아 문학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대본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 : 한 편의 소설 같은 거예요. 저는 고전을 좋아하는 편인데 도입부부터 고전의 아우라가 느껴지면서 작품 속에 확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글을 읽기만 해도 공간이나 느낌이 상상되는 작품들 있잖아요. 이 작품도 읽다 보면 마치 정원 속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감정적으로 몰입이 더 잘 됐어요.
 



Q.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한 여인의 삼각관계. 평범하지 않은 스토리인지라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정 :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어쨌든 스토리를 관통하는 건 사랑이었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이해되더라고요. 사실 햄릿 같은 다른 고전들도 복잡한 사랑 이야기는 많잖아요. 일단 감정에 솔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여러 제약 상황들에 부딪히면서도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진실한 감정이요. 그 감정을 찾으려고 집중했어요.

이 : 저는 지나라는 캐릭터가 저와 참 비슷하다고 많이 느꼈어요. 일단 저도 참 책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지나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를 눈앞에서 만났는데 얼마나 좋았겠어요. 존경심까지 느껴졌을 것 같아요. 게다가 대화까지 잘 통하고. 정원에서 만나던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기품을 가진, 내 자아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보니 사랑에 직진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저 역시도 얼마 전에 결혼을 했잖아요. (웃음) 사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엔 일 년 넘게 연애를 안 했거든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마음을 비워놓게 되었고요. 그런데 진짜 사랑을 만나니깐 결혼까지 딱 직진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나니 더 이해가 됐어요.

Q. 그래서인지 리딩공연임에도 두 사람의 캐릭터 소화력이 참 눈에 띄더라고요. 정화 씨의 지나는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느껴졌고, 상윤 씨의 빅토르에게선 중후한 섹시미가 풍겼어요.
정 :
작가님이 워낙 글을 잘 써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고전이다 보니 말투 같은 것부터 딱딱한 어체를 많이 쓰거든요. 그런 포인트를 살리는 게 오히려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그 속에서 문득 나오는 의외의 섬세함? 따뜻한 모습들이요.

이 : 그런 것들이 좋은 것 같아요. 빅토르나 지나나 굉장히 상반된 면들을 지니고 있거든요. 특히 이번 본공연에서는 상반된 모습이 더 두드러질 것 같아요. 아마 리딩공연 때보다는 더 업그레이드 된 지나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이번 연습 과정에서 연출님께서 “제가 연기하는 지나는 너무 순수하고 착하기만 한 것 같다”며 영화 ‘위대한 유산’을 보라고 추천해주셨거든요. 기네스 펠트로가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너무 충격적이더라고요. 이번 공연에선 이반에겐 더 노련한 모습으로, 빅토르에게는 그래서 더 처절히 무너지는 대비된 모습으로 표현될 것 같아요.

Q.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 관객들의 정서상 ‘불륜 요소’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배우로서도 많은 고민이 됐을 것 같은데요.
이 :
시놉시스만 보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 작품을 보시고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랑의 모양 중에 이들은 하나를 택했고 결국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거든요.

정 :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작품의 힘을 잃는 것 같더라고요. 사랑의 본질에 집중해서 감정적으로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다 보면 관객들도 극의 주제에 더욱 집중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건 사랑이니깐요.
 



Q. 이번에 에녹, 김금나, 박정원, 송유택 등의 배우들이 본공연에 새로 합류했잖아요.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작업해보니 어떠세요? 같은 배역을 맡은 분들과 각각 얼마나 다를지도 궁금하고요.
정 :
출연하는 배우들이 다 합쳐봐야 6명밖에 안 되니깐요. 단출해서 좋아요. 서로 함께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공유하고 있고요. 모든 배우가 함께 ‘이건 어떨까?’ 이러면서 얘기를 나누면서 연습하고 있는데요. 각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그 덕분에 더 깊이 있게 나올 것 같아요.

이 : 저희 작품에는 이반과 지나, 빅토르 세 사람의 시점이 모두 다 나오거든요. 그러다 보니 큐브를 맞추는 느낌으로 다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했어요. 둘이서만 맞추고 나면 나중에 다른 캐릭터가 꼬일 수도 있어서요.

금나와 제가 가장 다른 점은 아무래도 피부톤인 것 같아요. (웃음) 저는 까만 편인데 금나는 정말 하얗거든요. 그러다 보니 풍기는 느낌도 아주 달라요. 금나가 조금 더 순수한 느낌이라면, 전 이제 결혼도 한 만큼 조금 더 노련한 느낌이랄까요? (웃음) 빅토르도 마찬가지예요. 에녹 오빠는 정말 하얗고, 상윤 오빠는 좀 더 그을린 피부라 거기에서 오는 느낌이 달라요. 그래서 금나와 에녹 오빠가 붙을 때는 더욱 순수한 느낌이고, 저희 둘이 붙을 땐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이반 역할의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보시는 분들은 페어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Q. 막바지 연습 중인 상황에서 성재준 연출이 현장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뭐예요?
이 :
연출님이 가장 고민하는 건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친절하고 명확하게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표현할 수 있을까’예요. 저희 작품이 크게 세 캐릭터의 시점으로 구성되다 보니 시간의 순서도 왔다 갔다 하거든요. 불친절한 설명이 되지 않도록 소품, 조명, 동선 등을 많이 고민하고 계세요. 배우들을 위해서도 감정의 전개가 헷갈리지 않게 많이 배려하셨어요. 연습 초반에는 씬을 시간순으로 재배열해 연습하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다시 한번 정리했는데, 그런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됐죠.
 



Q. 이 작품의 원작 제목이 ‘첫사랑’이죠. 이반에게 첫사랑은 설레지만, 가슴 아픈 추억이라면 두 분에게 첫사랑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 :
저는 작품 속에서 이반뿐만이 아니라 지나, 빅토르 역시 다른 의미의 첫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와 빅토르의 경우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빠졌던 적이 이전까지 없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은 서로가 뒤늦은 첫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제 첫사랑이요? 바로 지금 제 남편이랍니다. (웃음)

정 : 저에게 첫사랑은 그 사람이 전부처럼 느껴지던 순간인 것 같아요. 첫사랑을 떠올리면 온종일 그 사람만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강력한 이끌림이 있고 나선 이반처럼 아무것도 못 하게 되더라고요. 강렬한 끌림과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몽글몽글한 설렘이요.

Q. 그럼 현재는 사랑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지 궁금해지는데요.
이 : 작품 속에서 지나는 빅토르에게 이렇게 물어봐요. “아프로디테는 왜 아도니스를 사랑했을까요?” 그럼 빅토르는 이렇게 답해요. “너랑 함께 있을 땐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이 말이 저는 사랑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남편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답고 자유로워서였거든요. 이전 연애에선 제가 잘 보이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이 사람 앞에선 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한 거예요. 작품을 할 때마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긴 하는데 현재로선 ‘이런 게 사랑 아닐까?’ 생각해요.

정 : 전 아이도 있고, 결혼한지도 오래돼서 그런지 사랑은 ‘함께 가는 것’ 혹은 ‘동반자’ 이런 느낌이 커요. 빅토르와 지나 같은 강렬한 끌림도 있겠지만, 전 가정을 이루고 난 후 지금의 평화로움, 안락함 이런 게 좋더라고요. 뭘 굳이 하지 않아도 함께 평화롭게 흘러가는 일상. 나이가 들수록 저는 이런 게 사랑 아닐까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개막 후 이 작품을 보실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정 :
공연을 보러오신 순간만큼은 각각의 인물들이 솔직하고 치열하게 사랑했던 감정에 충실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관객분들께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내가 가장 사랑했던 순간’을 떠올리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 맞아요. 특히 저희 작품은 음악이 정말 좋거든요. 소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라이브 연주와 함께 현실의 갑갑함에서 벗어나 세 인물이 갖는 자유로움을 함께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고 나면 마음 속이 좀 더 후련해시지 않을까요? (웃음)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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