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개는 왜 못 주는가

"고시원의 햄릿공주" (원작:홍승오 연출:양지모 음악:음총명, 이민규 출연:김진아, 이수진, 김민우, 임국, 홍승오, 오대성, 이홍재, 김국빈 주관:극단 구십구도, 극단 행 극장:소극장 공유(구.키작은소나무 소극장) 별점:★★★☆☆) 전작 "신의 직장" 을 보았던 극단 구십구도의 작품이다. 포스터가 인상적인데 중간에 ''예술이 밥 먹여주면 좋겠다'' 라는 문구를 보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된다.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신작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지만 인정을 받지 못하는 소정의 얘기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이제는 조금 식상한 캐릭터인 저승사자의 등장으로 웃음을 준다. 중간의 기타 연주와 노래도 좋았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 예술인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응원하고 싶다.

전공자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보는 사람의 아무 말임을 밝힘...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쓰는 후기

극단의 앞으로의 활동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나쁘지 않았고
연기나 대본이나 연출 할 것 없이 과함이 없었던 게 제일 좋았다.

죽느냐, 나를 지키며 사느냐 의 기로에 서있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인데
답답한 현실이고 자칫 우울할 수 있는 소재인데다 결말도 결국은 스포(...).
최근 핸드메이드 셀러였던 건너건너 지인의 자살 소식을 접해서인지 더욱 씁쓸함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슬픔이나 안타까움(도 물론 있기는 하다)보다는 응원과 지지와 같은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시간 자체가 짧고, 저승사자들이 등장해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고 있기도 하고,
구태여 힘내자 긍정하자 이런 메시지를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담담하게 인물들의 현재를 ''''지켜''''보게 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출연한 배우분들이 이 극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진심으로 살고 계신 데서 오는 긍정적인 기운이었는지도

아무튼 비록 스포로 끝날 지언정 꿈도 희망도 없는 방식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예술가의 좌절과 죽음을 무턱대고 가볍게 다룬 걸로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죽음 외의 선택은 없었는가 라는 결말에 대한 평가는 조금 조심스럽달지,
논쟁적이리라는 생각도 든다.)

소극장 무대에서 연출이 세련될 여지는 잘 없으니까
그만큼 메시지의 진정성으로 승부하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떠올려보니 조명이나 음향, 세트 이동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 거의 없었고
극 전개도 그리 걸리거나 불편한 부분이 크게 없었음.
기타 치는 남자 캐릭터는 조금 종잡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 암전에서 집중력이 잘 끊어지는 편이라
초중반부 이야기를 잘 끌고 간 데 비해 후반부는 유난히 몰입을 방해하는 암전이 잦았다.
''''여기서 끝나는 거야?''''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암전들이라 약간 이야기가 풀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한 번만 봐서 정확한 기억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저승사자들이 새 ''''알림''''을 받고 타겟을 찾아 떠난 후
하얀 원피스? 차림의 소정이 등장하는 장면은
무명배우 여자가 소정을 따라가는 암시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공연을 쭉 보며 받은 이미지상 그렇게 꼬아서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