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필은 지역관현악단으로서 부천시의 자랑이라 여겨질 뿐 아니라 그 실력 면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이다. 부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경험이 있는 필자로선 그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고 또 방송과 음반을 통해 연주를 접할 기회는 꽤 있었지만, 금번 제241회 정기공연을 통해 그 실연을 들어본 건 처음이어서인지 첫 곡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첫 곡은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 작품 53이었다. 알토 이아경 선생의 깊고도 짙은 음색은 브람스의 음악적 특성에 딱 어울리는 느낌이었는데, 남성합창단까지 어우러지면서 내내 브람스의 율리 슈만과의 쓸쓸한 짝사랑을 나타내는 듯 했고, 곡의 마지막에 가서야 모든 걸 달관한 듯 아스라한 미소가 느껴지며 고통이 승화된 느낌을 받았다. 10여 분의 짧은 곡이었지만 상당히 사색적이었는데, 박영민 지휘자의 반주도 부드럽게 성악가와 합창단을 감싸안는 듯 유려했다.

20분의 인터미션이 끝나고 메인 프로그램인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 E장조 WAB 107. 1884년 12월 30일 라이프치히에서 아르투르 니키쉬의 지휘로 초연된 이 곡은 브루크너에게 드물게 나타나는 서정적 시정과 화려한 면이 두드러져 종교적인 경건함 가운데서도 세속적 기쁨이 충만한 곡인데, 창단 30주년을 맞는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입증하는 곡으로 적합했다. 뉴욕 필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는 쿠르트 마주어가 1991.9월 취임연주회를 할 당시 이 곡을 창단 150주년을 맞이하던 뉴욕 필의 “제2의 도약”을 다짐하는 곡으로 선택하여 절찬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 연주도 그러한 웅지와 기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은 특히 2악장의 진중한 장송행진곡과 4악장의 율동적 피날레의 조화가 전체 연주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컨디션이 좋았는지 무척 호흡이 잘 맞았고, 특히 정반합으로 이어가다 맞이하는 최종 결론부에서는 많은 비평가들의 말대로 “신을 찾은” 브루크너의 해맑은 모습과 환희를 잘 보여 주었다고 생각되었다.

젊은 지휘자와 단원이 가득한 부천 필의 미래는 밝다. 다만, 전용 홀을 갖추고 고유의 음색을 조탁해 가는 것이 보다 그 생명력을 길게 하는 관건이 될진대, 앞으로는 이러힌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 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성장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전례를 감안해 성장의 가속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