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오페라극장에서 볼만한 공연이였습니다.
허나 배우들이 세미라미데를 소화해내기에는 조금 성량?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이번 단연 가장 돋보였던 것은 연출이였습니다.

실로 현실적이면서도 조명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줄 수 있도록 만든 무대는,
막이 오르는 순간부터 3시간을 장장 노래하는 이 장엄한 비극을
완전한 해석으로 비춰주었습니다.

무대 중앙에 위치한 침대는 극의 흐름에 문제를 안기지도 않으면서
무대 전체의 무게가 뒤로 실리지 않도록 한 것 같았습니다.
마에스트로 피치선생님의 연출들은 하나같이 균형미가 잘 잡혀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심지어는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조명의 무게'조차
무대 뒤쪽의 조명을 최대한 활용해서
균형잡힌 전개에 완벽한 절제미를 가미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이 전개되고, 무대 뒤쪽의 조명 색상이 바뀌면서
장엄한 신전은 '열린 공간'이 되었다가는 '닫힌 공간'이 되기도 하였으며
그에따라 인물의 심리 자체와 그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소프라노 마리올라 칸따레로는 벨칸토 소프라노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침묵하고 혼자의 목소리가 극장을 가득 매울 때에도
그 경이로운 수준의 깔끔한 음 도약과 레가토는 세미라미데 역의 이미지와
일치하는 그 무었이였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절제미를 보았을 때에
서덜랜드의 '그것'보다도 더욱 세미라미데 다웠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르사체 역이였던 카르멘 오프리사누는
여성 저음 테크닉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르사체 역은 세미라미데 역에 맞먹는 수준의 가창력을 요구하는 데
카르멘 오프리사누는 고르게 펴진 음역 위에서
완벽한 비브라토와 섬세한 테크닉으로 극장을 휘어잡았습니다.
물론 메조소프라노이신 분께서 콘트랄토 음을 내시다 보니
성량이 작아졌던 것은 아쉬운 점이였습니다.

그 외에 다른 배역들도 너무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었고

이런 훌륭한 공연을 매 해마다 준비해주시는
한국 오페라단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만 글을 접도록 하겠습니다.^^

역사는 돌고 도는것인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전 애인과 함께 남편을 독살하고 자신의 아들인줄 모르고 결혼을 하려 했던 왕비 "세미라미데"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역사속의 이야기다
기대를 너무 한 탓에 실망했다는 생각도 안든다
대충 살펴 보면 고대 바빌론의 이야기인데 의상은 어느 나라 의상일까요?
배역에 대해서도?

18일 마지막 공연을 보고 감상평을 적어요.


1) 공연 시작전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화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예술의 전당 근처에서 차가 많이 막혔어요.
가까스로 티켓을 수령했네요. 공연 시간이 30분인데, 저는 20분 쯤 도착해서 25분쯤에 3층
관람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7시 30분 공연이면 최소 20분 전, 늦어도 10분전에는
입장 완료가 되어야 하는데, 30분 가까이 되어서 입장하시는 관객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몰론 저는 늦은 줄 알고, 엄청 뛰어 왔습니다.
땀이 흠뻑 젖어서 입장했는데 다른 관객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장시간 공연이라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결정된 것이라 어쩔 수 없지만, 스텝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관객들을 공연장 안으로 입장 시켜야 했고, 안내 방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몰론 관객들의
의식 수준이 향상되어야 하겠지만요.

2) 1막
- 개인적인 느낌으론 처음 시작 후, 30분 정도는 감정이 몰입되지 않고 어수선해서, 잘 집중이 되지 않았어요. 늦게 들어오는 관객, 여기저기 켜지는 휴대폰 불빛, 관객들 잡담소리, 코고는 소리...몰론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 불편 요소가 너무 많아 짜증까지 날 뻔 했어요.

오페라 자체는 무대, 의상, 오케스트라, 합창, 조명 모두 훌륭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연출하는데 있어서 공간상의 제약이 굉장히 컸으리라 예상했는데, 무대가 좁아 보였습니다. 세미라미데와 아르사체의 아리아는 몰론 압권이였구요, 아수르와 아르사체가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자존심 싸움 하는 장면은 남자 관객인 제가 느끼기에 공감되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세미라미데의 독백 부분에서는 배우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3층 이었지만, 자막과 무대 사이를 적절히 시선을 양분해서 보다 오페라에 몰입 할 수 있었죠.

형형색색 바뀌는 (흐름과 분위기에 따른) 조명은 돋보였고, 적절한 타이밍에 배우들의 강약조절은 적절한 tension를 유지하기에 좋았습니다.


3) 2막
- 아르사체의 아리아 부분과 2중창-3중창으로 가면서 점점 결말을 향해 가는데요. 스토리 전개상,
갑자기 빨라지는 부분이 있어 관객들이 그 부분을 놓칠 경우 감을 잡기가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이것을 연출자의 전적인 의도이니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더욱더욱더 몰입 할 수 있었고, 약간의 유희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르사체의 갈등 부분과 세미라미데의 갈등 부분이 충돌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아르사체가 왕위에 올랐을 때, 짧게 마무리 하는 것을 보면서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겨버리라는 그런 뜻인가 봅니다.


결론:

늦은 봄에 잠깐의 꿈을 꾸고 온듯 합니다. 소리는 제 가슴을 뛰게 하였고, 눈은 제 가슴을 설레이게
하였고, 촉각은 제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지요.


이처럼 아주 훌륭하고 수준 높고 가치 있는 오페라는 한국에서 볼 수 있게 해준, 연출가님. 무대 총감독님. 세종 문화회관 관계자 여러분. 정부 관련 부처, 그리고 한국 오페라단 단장님, 인터파크 예매 관련부등등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공연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의 열정과 노력,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의 대중화, 고급화, 질적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관련분야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세미라미데 의 소프라노도 매우 훌륭했지만, 다른 출연자 모두 너무 훌륭한 음악을 들려줬다.
하지만 국내초연인 세미라미데가 시간을 줄이느라 스토리전개를 바꿨는지 모르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갑작스런 결말이 슬픔이 곧바로 아무 갈등없이 기쁨으로, 환희로 전개된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