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요

타건하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예리한 음향의 홀에 그녀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알찬 구성으로 혼신의 연주를 해준 그녀에게 진정 박수를 보낸다.
티켓팅을 늦게 해서 R석 밖에 못 샀지만 정말 티켓값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엄청난 파워의 타건으로, 그녀는 음악들을 이끌어 나갔다.
장장 3시간에 걸친 긴 연주시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체력에 구애받지 않고 거대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프렐류드로 귀를 붙잡은 그녀의 연주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시선까지 붙잡아두었다. 베토벤 열정을 연주하던 그녀는 끝내 눈물을 보였는데, 그 표정까지 눈에 확 들어와서 지켜보는 사람까지 그 감정에 이끌려갔다.
헝가리 랩소디는 그녀의 파워에 맞게 파워풀했고, 녹턴 때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온화한 바람이 불 정도로 부드러운 봄이 느껴졌다.
죽음의 무도는 죽었다, 살았다 다시 죽고 다시 살아남의 반복이였다.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나 클라이막스가 오고, 그리고 다시 떨어지고 추락해서 끌려가다가 다시 살아나 클라이막스가 왔다. 몇 차례나 찾아오는 절정에 그 연주가 끝난 후에는 기립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관객들을 위해 그녀는 아베마리아를 앵콜로 연주해주었는데, 그 엄청난 파워 위로 떠오른 우아함은 피아노가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뽑아냈다.
그녀의 연주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내가 알던 피아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예쁜 소리였다.
그리고 2차 앵콜은 그녀의 기교가 돋보이는 라캄파넬라였다.
정말 듣고싶었는데 직접 듣게 되어 눈물이 다 났다.
끝까지 힘이 가득한 타건, 아름다운 소리, 지치지 않는 살아있는 음악. 발렌티나 리시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