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이 끝나고 핸드폰을 찾게되는 극

별생각없이 보러갔다가 웃다가 가슴 찡하다가 하고 나온 인간미 넘치는 극

공연관람이 끝나고 로비를 잘 살펴보세요!

억지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잘 차려진 세트장에서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조금은 감추고 싶은 우리의 속내와 부끄러운 행동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극중 상황과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비슷해서 바로 내 이야기인 것
처럼 느껴졌다.

몇 해 전 아버지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 되신 어머니.
늘 여기저기 아프셔서 약을 달고 다니며 힘들게 지내면서도 내색 안 하시고, 늘 자랄 때
자식들에게 못해준 것을 아쉬워하시며 자식 걱정에 마음 편할 날 없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남의 시선만 의식하고 자기 입장만 내세우느라 엄마 생각은 늘 뒷전인 자식들의 못난
행태들을 보여줄 땐 그것이 바로 내 모습인 듯 하여 가슴이 뜨끔했다.

저마다의 개성이 잘 살아있는 극중 인물들의 대사가 착착 입에 감겼고, 감정표현이 과장
되지 않고 적절했으며 소품과 무대를 간소화 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이 인상적
이었다. 특히 가장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을 조명의 변화만으로 훌륭하게 표현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지나치게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의 감초연기와
맛깔 나는 대사, 우스꽝스러운 상황 연출로 무게중심을 잘 잡은 균형감각도 돋보였다.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세우게 하는 추운 겨울, 나와 엄마와 형제자매들의 지금 모습을 돌아
보고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평소 저희 어머니 주무시는 시간은 가요무대를 하는 월요일 빼고는 아홉시입니다.
연극이 끝난 시간은 아홉시 삼십분 저는 서둘러 팔순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녁은 드셨어요? 몸은 어떠세요? 괜찮다 괜찮다 항상 하시는 어머니 말씀입니다.
밥보다 더 약을 많이 드시면서도요.
어머니가 보고싶어지는 연극입니다. 살아계실 때 잘 해드려야겠습니다.
웃다가 울다가 보니 금방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결말의 파격이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연극 특성으로 이해해야겠지요.
저도 이런 극본을 쓰고 싶었는데 질투가 납니다.
모던한 연출 기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또한 볼만 했습니다.
시간내서 보시길 바랍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어머니, 영순의 칠순이 다가오면서 오남매와 맏사위, 맏며느리가 모인다.
맏딸은 어머니의 칠순을 앞두고 동생들과 계획을 논의하는데..
어머니는 자식들이 칠순잔치를 해드린다는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은근히 자랑하며 기쁜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맏딸은 맏딸대로, 장남은 장남대로, 작가 지망생인 세째딸도
생활이 녹녹치 않은게 현실이다. 그나마 직장생활을 하는 네째딸마저
혼전 임신이 되고 계속 공부하던 막내아들까지도 사고를 치고 만다.
그런 상황을 모른채 어머니, 영순은 칠순잔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데..
서로의 고단한 삶 때문에 번번이 싸움으로 끝나버리는 어머니의 칠순에 대한
논의는 정작 어머니의 칠순 날, 최악의 사태를 빚어내고 만다.
어느 자식 하나도 기다리는 어머니 앞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길로 이 세상을 하직한 어머니.. 칠순 잔칫날이어야 할 날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게 된것이다.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되고서야
장례를 치르고 모인 오남매는 칠순 기념 사진을 보며 오열한다.
자식들의 표정은 삶에 찌든 모습인데 반해 사진속 어머니는 환히 웃고 있다.
연극은 이렇게 끝이 났다. 자식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던 어머니..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살기조차 급급한 자식들..
자식의 입장도.. 어머니의 마음도 모두 와닿는 가슴 찡한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