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발표 이후 어떤 접경지역의 개발을 두고 바꾸자 는 신세대와 지키자 는 구세대의 대립이란, 다소 낡은 플롯의 이야기. 인물들마저 평면적이어서 사실 서사로서의 어떤 가치나 매력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그렇다면 결국 기댈 곳은 배우들의 앙상블을 통한 리듬감 있는 진행과 에너지일진데, 음.... 잦은 전환과 어설픈 영상(+음악)의 사용은 오히려 극의 밀도를 높이는데 방해가 된 듯 허다. 특히나 전환 때마다 다역을 하시는 두 여배우의 역할은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유머가 유머로 작용하지 않을 때 반작용하는 그 어색함과 민망함이란...!) 무엇보다도 마지막 엔딩에서의 부인의 절규는 너무나도 프로파간다적이라 견디기 힘들었다. 마치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와 같은 구도로 너희 세대에는 희망을 걸어도 될까?라 자조하는 그녀의 대사가 어떤 아포리즘이 되기에는 조금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대개 검증된 외국희곡을 공연하던 사개탐사가 창작극을 개발한다는 건 반가운 일. 이들의 다음 공연을 기대해본다.

"어떤 접경지역에서는" (작:홍지현 연출:박혜선 음악:김철환, 박지만 출연:이선주, 안수호, 김도균, 김난희, 정세라, 오민석, 이지영, 강현우, 이정재, 심현미 제작:극단 사개탐사 극장:대학로 연우소극장 별점:★★★★☆) 권리장전2018_분단국가 일곱번째 작품이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이하는 정치극 페스티벌로 이번 년도의 주제는 요즘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지는 ''분단국가'' 이다. "리얼게임","피카소 훔치기","타바스코","억울한 여자","웰즈로드 12번지","이단자들" 과 같은 좋은 작품을 많이 선보였던 믿고 보는 박혜선 연출님과 극단 사개탐사의 공연이다. 제목만 보고 들었던 생각은 민통선 지역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처럼 남북의 전쟁과 분단 상황으로 인하여 생긴 이산 가족의 슬픔에 관한 얘기이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 본다. 그러나, 공연은 몇달 뒤 통일이 된다는 소식으로 인하여, 강원도의 어느 마을에서 지역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얘기이다. 조금은 상투적인 스토리 이지만 10명의 배우들의 호연과 드라마를 잘 살려낸 연출로 재미있게 보았다. 이선주, 정세라, 오민석, 이지영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다. 통일 후를 대비하여 우리는 무엇을 준비 해야 할까?

통일이 찾아와도 우리 안의 분단은 여전하다! 강원도 접경 마을의 타이어 공장 건설을 둘러싼 세대 갈등을 통해 통일 대한민국이 풀어야할 난제를 리얼하게 그려낸 웰메이드 정극이다. 권리장전 시리즈에 걸맞는 ''포스트 통일''의 묵직한 메시지를 한 편의 마당극처럼 경쾌하고 익살스럽게 풀어낸 <극단 사개탐사> 박혜선대표의 감각적인 연출력에 이선주, 안수호, 김난희, 김도균, 정세라, 오민석, 이지영 등 실력파 배우들의 찰떡 호흡으로 시대의 고민을 담은 홍지현 작가의 빼어난 텍스트가 더욱 빛을 발했다. 흑백의 조명 속 투표장의 집단 액션, 소작농 아내 춘지의 통곡이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다. - 8.22 대학로 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