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대학원 조교들의 삶을 그린 연극. 30일 설 연휴 마지막 공연을 봤는데 꽉찬 객석을 실망시키지 않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진지함 보다는 웃음과 해학으로 표현하는 작품이었는데 그 웃음속에 삶의 애환이 잘 드러나 있더군요. 물론 삼일로 창고극장에서의 경험도 좋았지만 객석에서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극장 무대에서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더군요. 네 배우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에 박수를 보내며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무대활용과 연출, 연기 다 너무 좋았어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연극 소는 누가 키우고 논문은 누가 쓰나, 는 제목에 논문을 언급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극이 아닐까 싶지만, 대학 내 갑을 관계의 대표격인 교수와 조교 사이 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공연 내내 다양한 변주를 넣은 가벼운 풍자코미디 극이다. 혹시 제목에서 대학 사회의 비정상 관계를 집요하고 진중하게 파헤치는 작품을 기대했다면, 기대와 다를 수 있다.

다만 이 작품이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열전2021 선정지원작인 이상,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형식에 충실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데에 무리가 없는 이른바, 기본에 충실한 코미디극이라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극중 등장하는 네 명의 조교는 각자 입장이 다른듯 이런저런 학교 일정과 교수 뒷수발에 한 몸처럼 움직이는 놀라운 팀워크를 보여준다.

이 연극의 장점은 전화로 지시를 받고 따르는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다양한 해프닝이 이어지는데 70분 공연 시간을 채울 수 있을까 싶지만, 실패한 코미디 연극이 하는 실수를 하지 않는 데에 있다. 관객 입장에서 아슬아슬한 지점이 없지 않고, 극 자체가 결국 해프닝으로 시작해서 해프닝으로 끝나긴 하나 쉬지 않고 무대 전환, 뮤지컬, 무용, 노래, 슬랩스틱 등 다양한 변화를 주어 지루하지 않게 끌어간다.

오랜만에 삼일로창고극장을 찾았다. 유독 무대가 좁은 극장이기도 하여, 배우들이 전후좌우, 비상구, 통로 등 눕고 앉고 뛰고 기고 열과 성을 다해 활용하는 연기가 꽤 인상 깊게 다가온다. 다만 하필 오미크론이 거세게 창궐하는 시기인지라 무대, 객석 구분이 없어 배우들이 땀을 흘리며 열연을 펼칠수록 위축되는 관객이 더러 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웃었네요

모처럼 제대로 배꼽잡는 연극 한편을 만나고 왔어요.처음으로 찾아간 명동역의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본 소는 누가 키우고 논문은 누가 쓰나. 제목부터 풍자적이면서 대학교의 조교생활의 고달픔을 연극으로 만든 작품인데 너무 재미있게 보았답니다.


배경은 소중대학교 동물자원학과 조교실. 여기에는 기존의 세명의 조교에 이어 새로우 유조교가 출근을 하게 되면서 겪는 일을 담았는데 정말 정신없이 움직이는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 춤과 동작에 넋이 빠질 정도였어요.

​그리고 가장 극적인 사건이었던 빵터지는 매화도시락 사건. 해결을 위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작전처럼 사력을 다해서 도시락을 사수하는 조교들의 몸부림이 웃기면서도 어쩐지 짠하기도 했어요.

​사실 조교라는 것이 교수들의 뒤치닥거리를 모두 해야하면서도 논문 통과를 위해서는 교수들이 눈치를 엄청 봐야하는 사람들이죠. 출석체크부터 시작해서 체험활동, 워크샵, 교수님 관련 회의들까지 챙기다보면 도통 논문쓸 시간을 찾을수 없는 우리의 조교들의 고달픈 삶이 제대로 반영된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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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소에 관련된 부분이 많은데 과도 동물자원학과이고 소중대학교라는 대학교의 명칭과 대학교 로고 속의 소의 그림이나 소처럼 일하는 조교들의 모습이. 마지막 장면의 외침은 너무 슬프더라구요. 여지없이 스펙을 필요로 하는 세상은 소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소들도 애처롭게 경매장에 팔려가면서도 혈통과 성별, 그리고 몸무게등의 스펙에 따라 값이 결정된다고 하니. 정말 팔려가면서까지 스펙을 따지는 억울한 신세의 소야말로 조교실의 조교와 같은 운명인거죠.


정말 배우들의 열연이 엄청나답니다.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많은 준비를 해왔음을 느낄수 있었고 땀이 범벅이 되면서도 웃으면서 퇴장하는 모습에 진한 프로의 느낌을 받았답니다.

​그러고보면 조교뿐만 아니라 현재의 대학생들도 너무나 다양한 스펙을 쌓기위해 살아가고 있죠. 불황의 시대 고용은 줄어들고 전공과목 이외에도 토익이나 봉사활동 경력등 쌓아도 쌓아도 끝없는 스펙 갖추기. 그런 스펙을 갖춤에도 쉽지않은 취업의 문.


이 작품은 현실 풍자극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고 박장대소하면서 웃을수 있지만 그 웃음 뒤에 몰려오는 현실의 고달픔에 대한 씁쓸함이 밀려오는 작품이었답니다. 묵묵하게 버텨내는 이 시대의 청춘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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