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보고싶어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삼류배우라는 제목 속에서 어느 정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소중한 꿈에 대한 이야기는 기대에 부응했고, 예상 외의 재미까지 더해져 있어서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삽십년간 삼류배우로 살아왔지만, 배우로 살아온 인생이 행복했다는 이영진. 햄릿이 하고싶어서 연극 배우가 된 그는, 삼십년간 햄릿을 준비한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기회. 하지만, 꿈에 그리다가 주어진 인생의 단 하루마저 손에 넣지 못한다. 가족들 앞에서 그는 자기만의 연극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김순영씨가 직접 만들어 연출하고 주연을 맡아 연기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마지막 장면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햄릿을 혼자 연기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긴 했지만, 보는 것조차 괴로웠다. 연기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 힘들엤겠냐마는, 필요 이상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너무 삼류틱한 연기였다. 삼류배우를 너무 잘 소화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면 만큼은 정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감동적인 연기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생각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삼류배우로 끝까지 남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삼십 년간 연구하고 준비해온 작품 하나 만큼은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잘 소화하고 표현해낼 수 있었다는 느낌을 너무 길지 않게 임팩트 있게 보여주면서 마무리했다면, 최고의 연극으로 기립 박수를 쳐줄 수 있었을 것 같다. 힘들게 노력하는 모습만으로 감동시키기엔 세상은 너무 만만챦다.
그 외에는 흠 잡을 데 없는 연극이었다. 기대 이상 재밌는 장면이 많았고, 공연 기간이 길어서인지 배우들의 호흡도 아주 잘 맞았다. 아내 박지숙도 더이상 바랄게 없을만큼 삼류 연극 배우의 아내 역할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었고, 연극무대에서 방송으로 넘어간 전상일의 거들먹거리는 연기도 아주 좋았다. 노배우, 제작자, 연출자도 좋은 연기와 호흡, 능청스럽고 코믹한 모습으로 극에 몰입하게 해주었고, 햄릿과 커트루드 역의 배우들이 연습 중 감정 실린 연기를 하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후배들의 꿈과 선배들의 기득권이 충돌하는 모습을 정말 실감나게 그리면서, 박장대소를 유발했다.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과 Joan Baez의 ''River in the Pines''도 정말 좋았다. 특히, 꿈이 좌절되는 장면 등 가슴 아픈 장면에서 반복해서 흘러나온, 쓸쓸한 바에즈의 목소리는 공간을 가득채우며 슬픈 감정을 자극했다.
웃기고 울리고 감동적인 공연 가운데, 심금을 울리며 결정적으로 나의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 장면은, 단 하루 단 한 번의 햄릿을 준비하며 가족들에게 인생관을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단역을 맡은 배우가 삼류 배우일지는 몰라도, 단역이건 주연이건 자기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일류다. 삼류는, 열심히 안하고 두 번 있다고 생각하는게 삼류다. 이 세상에 별볼 일 없는 인생은 따로 없다. 별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인생이 삼류다. 단 한 번의 기회에서 준비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일류다. 배우는 돈 많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일류 직업이다. 그는 평생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삼류 배우지만 일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삼십년을 준비해온 삼류배우의 일류연기...
누가 정해놓은 잣대인지도 모를 나누어진 급수에
우리 스스로가 가두고 있는지는 아닌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게 한다.
무엇이 일류인생인지 하류인생인지...
인생이란 넓디 넓은 무대위에서...일류도 하류도 없는
그냥 내 인생을 연기하면 되는 것을..
때로는 주연이 될 수도 때로는 조연이 될 수도...
때로는 그냥 지나가는 행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을...
혹시나 언제나 일류만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
삼류배우를 연기하는 그는 보기에도 참 볼품이 없다.
어쩌면 배우라는 직업에 너무도 어울리지 않은 그는
몸으로 연기를 한다....땀은 범벅이 되고.. 목소리는 쉬어가고...
숨쉬고 조차 힘들어질 만큼 신들린 듯이 연기를 한다.
미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이 그렇게 혼신을 다해 빠져들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를 믿어주는 이들 앞에서
쓰러질듯 쓰러질듯 그는 딱 한번뿐인 공연을 마무리하고 무대위에 그대로 쓰러진다..
공연이 끝나고도 그는 숨쉬기 조차 힘들어 한다...
꼭 보아야 할 공연이다....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내 삶이라는 모도 드라마를 공연하는 배우이기에....
종로3가 씨네코아 3층에 위치한 공연장에서 연극 삼류배우를 관람했다.
출연배우 19명, 공연시간 2시간으로 규모가 있는 연극이었다.
주인공 영진은 연극 경력 30년의 중견배우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가 연극배우가 되는 계기가 된 연극 햄릿은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서
햄릿의 모든 배역의 대사를 외우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주연으로서 큰 무대에 서 본 일이 없다.
언젠가는 당당히 주연으로 무대에 올라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그의 오랜 꿈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극단으로부터 연극 햄릿을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고
주연 햄릿을 영진으로 할 생각이라는 통보를 받게 되어 그는 뛸 듯이 기뻐한다.
그러나 정식으로 캐스팅이 발표되는 날 그가 염원했던 햄릿 역은
잘 나가고 있는 탤런트이자 자신의 연극 동기인 전상일에게 돌아간다.
만년 단역으로서 다시 무대 위에 오르는 영진이었으나 상일이 촬영 스케줄 때문에
공연을 하루 불참하게 되는 비상상태가 발생하고
극단은 영진에게 하루만 햄릿 역을 맡아달라고 통사정한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기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친 영진.
그러나 공연 시작이 임박한 대기실에 간신히 촬영장을 빠져나온 상일이 들어선다...
연극에 온 열정을 바친 주인공의 모습을 통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연극이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후반부의 햄릿 모노드라마 장면이라고 하겠다.
햄릿, 선왕, 거투르트, 클라디우스, 레어티스, 오필리어 모든 배역을 주인공 혼자서 연기한다.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부분이라고 하겠다. 대사량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인공을 맡은 배우에게서 카리스마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었고
배우의 목소리 톤이 탁해서 대사가 깔끔하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이 점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규모가 있는 연극인 만큼 연극의 재미와 감동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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