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데보이" (작:우고 살세도 연출:송현옥 출연:정아미, 김충근, 이주원, 송아영, 홍기준, 나현민, 조환준, 강경래, 윤국희, 오주원, 안태영, 강지은, 장진호, 김예샘, 김수지 주최:극단 물결)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지대에서 불법으로 미국으로 가는 기차표를 얻어 타고가는 과정에서 기차는 선로를 이탈하고 멈추고 마는데, 그 기차 속에서 질식사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기차속 상황을 철골 구조물을 이용하여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티시 히노사가 불러서 유명한 노래를 플루우트 반주로 부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떠나려는 로페스 형제가 브로커 가빌란을 만나며 시작됩니다.
조금은 어수룩해보이는 형과 날카로워 보이는 동생.

가빌란과 약속을 하고 만나기로 한 그날, 두 형제에게 형사둘이 접근하지요.
그들은 같은 브로커중 하나인 모스코의 사망소식과 함께
19명의 밀입국자가 대부분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끌려나오는 유일한 생존자 미키를 통해 이 이야기의 전말이 전해지지요.



연극 돈데보이의 큰 이야기 줄거리는 두가지로 나눠 감상할 수 있을것 같아요.
하나는 기차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내들의 이야기로.
다른 하나는 남자들을 떠나보낸 여인들의 이야기로.


남자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직선적입니다. 고민할부분없이 눈으로 공감이 되지요.
그들은 가족,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두려움에 맞서 기차에 타게 됩니다.
하지만 눈앞에 죽음이라는 공포가 다가오자 어떤 것들도 할 수가 없지요.
살아있는데, 살아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죽어가는 공포.

이에 비해 여인들의 이야기는 다소 입체적입니다.
여인들은 처음에 모여 앉아서 한 여자를 한없이 비난해요.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닌 내연의 관계라는 이유입니다.
애인은 그런 그녀들의 비난에 기죽지 않고 꿋꿋이 버티지요.

그렇지만 남자의 사망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는 무너져 내립니다.
그녀를 비난하고 힐난하던 여인들 역시 차요의 애인과 같은 처지.
여인들은 미움을 벗어버리고 서로 보듬으며 위로하고 눈물흘리지요.

그리고 그들의 그런 심정은 눈먼 노파에 의해 더욱 생생히 전달됩니다.


연출님과 여러 신문들은 ''탈북민''의 모습과 이들의 모습을 비교해놓으셨는데,
저는 오히려 이런 분들보다 한국에 남아있는 기러기아빠들의 모습이 더 떠올랐어요.

무섭지만 아내를 위해, 자식을 위해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밀입국 기차를 타는 남자들과,
자식을 위해 아내를 위해 혼자 내버려져 외로이,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운 생활을 하는 기러기 아버지들이 묘하게 겹쳐보였습니다.

멕시코의 이야기라지만,
비단 멕시코에 한정되지 않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것 같아
더 쌉싸름한 연극이었습니다.

* 이 내용은 제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ferieo)에 게재한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