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로보다 더욱 필요한 것

9월 20일 일요일 오후 3시 산울림소극장에서 막공을 관람하였다. 원래 2인극의 형식이었다가 모노드라마로 각색된 공연이라고 해서 더욱 궁금해졌다.
무대는 단촐했다. 오케스트라 공연 사진을 배경으로 세웠고 왼편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 오른편에는 심벌즈가 올려져 있는 탁자와 레코드 축음기가 있었다.
이 자리는 함석진을 추모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두 모여 그의 아내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는 자리이다. 그녀의 남편 함석진은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자로, 1년 전 비행기 추락사고를 겪고 실종사하였다.
함석진을 처음 만난 재수생 시절의 이야기, 부모님에게 그림과 결혼을 강요받았던 이야기, 함석진과 결혼하여 행복했던 순간, 그리고 가장 불행했던 순간까지 아내의 일생은 함석진을 구심점으로 하여 궤도를 그린다. 아내는 과거의 이야기를 약간은 달뜬 어조로 회상한다.
관객들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설정하여 모노드라마의 단점인 지루함을 극복하려 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손봉숙 배우는 객석에 앉아있는 오케스트라 단원 관객들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중간중간 심벌즈를 쳐보게 하기도 하고, 또 관객을 직접 무대로 불러 그녀의 엄마로 분하게 하고 함석진과 삼자대면을 했던 회상 장면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극적 드라마가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장점이 드러난다. 실제 삶에 대한 감각을 강하게 환기한다는 점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 심벌즈 소리 등의 청각적 효과를 통해 감정이 소리로 치환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사람의 감정이란, 그것이 현실에서 확인되지 않고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상실일 경우에는, 눈물조차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다. 담담한 배우의 연기는 그래서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슬픔이므로 절정의 순간 울음으로 터져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챙! 하고 심벌즈 소리를 쳐내면서 배우가 소리 없는 울음을 표현한 부분이 아주 멋졌다.
그리고 모노드라마의 특성상 배우를 통해 작가와 대화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 한 명이 말을 거는 대상이 오롯이 관객뿐이기 때문이다.
함석진의 일생은 오로지 심벌즈 연주에 대한 열정이다. 가장 불행했던 순간에서까지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한 함석진이 나에게는 초인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내의 시각이 투영돤 묘사지만.
심벌즈 연주자를 사랑하면 모든 삶의 순간을 챙! 할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고 말하는 아내는 아무 것도 그릴게 없던 자신의 고민을 해결했을까.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은 어떠할까.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초청은 아내에게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을 것이다. 이제, 남편의 영원한 부재를 인정하고 보내주는 제의.
우연처럼 세월호에 탄 아이들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이 떠올랐다. 그 분들의 마음은 아직 심벌즈로도 울 수 없는 부유하는 마음일 것이다. 상실이 일상이 될 때 아내도 무언가 그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언젠가 챙 하고 울릴 그날을 기다리며

박자를 세며 절정의 순간을 기다린다니~ 많은 인생을 생각하게하는 극이었어요!

우리의 삶도 클라이막스를 위해 챙 한번 칠 날이 올것이다.
그날이 너무 늦게 오더라도 박자를 세고 기다리자
그 박자를 놓치지 않게 열심히 세면서 챙 하고 울릴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1인극은 처음이라 기대반 걱정반으로 갔는데
전혀 걱정할게 없더군요.

어머니 역할로 참여해주신 관객 분도 정말 잘해주셔서
분위기도 좋았고 참 즐겁게 관람했답니다.

저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극이였어요.
저의 심벌즈는 무엇이고, 저의 절정인 챙은 언제 울릴것인지...
저도 박자 열심히 세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런 극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